7세대 캠리의 재도약 타이밍

베스트셀러에는 언제나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토요타 캠리 역시 흥행 이유가 분명한 차다. 다만 그 매력이 무색무취일 뿐. 제주도에서 만난 신형 캠리도 그랬다. 구매욕을 당기는 절실함도 감탄사를 터트릴 만한 섹시함도 없었다. 헌데 요목조목 따져봐도 빈틈이 없다. 일반적인 페이스 리프트라면, 그동안 모자랐던 편의 장비를 끼워 넣고 디자인을 살짝 바꾸는 게 보통의 수순이다. 하지만 신형 캠리는 범퍼에서 범퍼까지,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내장재와 바닥까지 약 2000개의 부품을 바꾸거나 재설계했다.

토요타 냄새가 물씬나는 디자인

2.jpg

겉치레가 난무하는 마케팅 홍수 시대에 이런 변화는 늘 반갑다. 제주도의 쾌청한 하늘 아래서 만난 신형 캠리는 마치 풀체인지 모델처럼 그 변화가 확실했다. 과감한 디자인 변화는 슬쩍 봐도 눈에 박히는 강렬한 이미지. 시원하게 늘어난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를 비롯해 깔끔한 크롬 피니시는 아직 낯설지만 적어도 흔해 빠진 얼굴은 아니다.

3.jpg

어딘지 모르게 기품 있는 기운은 차체 길이가 45mm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근히 강조한 사이드 캐릭터라인이 지루하지 않게 시선을 분산시킨다. 새로운 헤드램프와 데이라이트는 LED로 수를 놓았고, 테일 램프 역시 사이즈를 늘려 존재감을 보다 강조했다. 적어도 에디터 눈에는 합격점이다. 싸구려 중형차 느낌은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세단은 세단답게, 온화한 인테리어

4.JPG

많은 부품이 변경됐다는 설명에 기대감이 앞섰다. 하지만 실내로 들어서자 안락한 기운에 기대감이 사그라진다. 역시 중형 세단은 점잖아야 제 맛이다. 그리고 캠리 역시 세단의 사명을 잘 알고 있었다. 인테리어는 화려함보다 실속 있는 구성. 사치스럽지도 미숙하지도 않다. 북미 시장을 의식했는지 버튼들은 큼직하고 직관적이다. 덕분에 정교한 맛은 없어도 조작할 때 고민이 필요 없다.

5.jpg
[가장 캠리다운 점은 다름 아닌 시트다. 가죽 질감도 좋고 오래 앉아있어도 쾌적하기만 하다.]

여전히 부드러운 주행 감각

6.jpg

버튼 시동에 응답하는 것은 오직 타코 미터 뿐, 그나마 가솔린 모델만 해당하며 하이브리드는 ‘READY’ 신호를 조용히 띄운다. 시승회 특성 상 차량을 혹사 시키는데, 차량 특성을 무시한 채 무식한 드라이빙은 참 바보같은 짓이다. 어차피 캠리를 타면서 신호등 레이스를 하는 머저리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보채도 알아서 부드럽게 반응한다. 지나친 주문은 애초에 개입해 말끔하게 잡아내며 얌전 떨기 바쁘다.

7.jpg
[(좌):2.5ℓ VVT-i 엔진, (우):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181마력을 발휘하는 2.5ℓ 가솔린 엔진은 모자람이 없다. 가파른 언덕 길에서 허덕일 때면 어김없이 기어를 내려 활기차게 돌아나간다. 자동 6단 변속기는 수동 모드가 있지만, 굳이 조작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저속 토크가 활발하고 변속기는 잔소리 필요없이 똑똑하게 반응한다. 전기 모터가 탑재된 하이브리드는 주행 과정이 훨씬 복잡할 터. 하지만 성숙한 로직으로 망설임 없는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유행을 따르는 섬세한 튜닝

8.jpg
[캠리의 주행 감각은 여전히 미국식에 가깝다. 하지만 미국식도 충분히 세련될 수 있다.]

전작에 비하면 스티어링 감각이 냉철해졌다. 기어비는 변화가 없지만 EPS(Electronic Power Steering) 튜닝으로 한결 직관적인 표현이 살아났다. 반면 승차감은 한결같이 부드러운 편. 최근 유행하는 유럽식 감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열을 가릴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신형 캠리는 고장력 강판과 스폿 용접을 확대해 차체 강성은 더 높아졌다. 단지 댐퍼와 서스펜션이 더 바빠지고 자비로울 뿐이다.

9.JPG

신형 캠리 입장에선 디젤 엔진이 각광 받는 최신 트렌드가 영 신경 쓰인다. 부드러운 회전과 정숙성을 얻은 대신 연비에선 디젤 엔진을 이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캠리가 선택한 건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16.4km/ℓ로 동급 디젤 세단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치다. 하지만 실제 시승회에선 유난스런 주행 환경 때문에 평균 13km/ℓ를 보여줬다.

10.jpg

무려 2000개의 부품이 바뀌었지만 결코 환골탈태 수준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신형 캠리를 타고 확실한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다. 차라리 부쩍 정숙해진 실내와 LED 헤드램프, TFT LCD 디스플레이 등 눈에 띄는 최신 장비를 누리는 만족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캠리의 재도약 타이밍

정확히 말하면 ‘캠리’는 우리가 좋아했던 차였다. 갑자기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급변하는 자동차 트렌드에 우리 취향도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와 쏘나타 밖에 몰랐던 우리는 어느새 작고 실용적인 골프를 위시리스트에 올렸다. 신형 캠리 입장에선 치열한 타이밍이다. 그래서 이번 변화의 성적이 더 궁금해진다.

11.JPG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