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오블리주, MKZ 하이브리드

이 녀석 제법이다. 솔직히 처음엔 잘생긴 외모에 끌렸다. 매끈한 루프 라인은 쿠페와 세단 사이를 절묘하게 오갔다. 정면을 정확하게 주시하는 헤드램프, 날개처럼 펼쳐진 그릴은 맹수처럼 집중도가 상당했다. 덕분에 다분히 마초스런 분위기가 있다. 근데 한없이 부드러운 마초다. 시동을 켜도 미동조차 없었다. 링컨 이름으로 만나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MKZ 하이브리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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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으로 만나는 하이브리드는 아직 낯설다. 일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강세가 고정관념으로 박혔다. 하지만 2008년, 이미 포드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맛 본 적 있다. 바로 플랫폼을 나눠가진 포드 퓨전의 그것이다. 당시는 좀 미숙했지만, 현재는 노련하게 성숙했다. 링컨 MKZ가 하이브리드를 채택한 결정적인 이유다. 심장 역할은 에코부스트 엔진 대신 2.0ℓ 엣킨슨사이클 엔진과 영구자석 교류(AC)동기식 전기 모터가 대신한다.

Lincoln Heritage Tribute at 2012 Los Angeles Auto Show

복잡한 파워트레인보다 궁금한 건 바로 연비다. MKZ 하이브리드는 도심연비가 17.2km/ℓ, 복합연비는 16.8km/ℓ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특성 상 오히려 도심연비가 높은 게 특징이자 특권.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렉서스 ES300h 보다 높고, 그랜저 하이브리드, 캠리 하이브리드 등 브랜드와 관계없이 동급에서도 돋보이는 수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필 가장 추운 날, 우리는 최악의 연비 조건에서 MKZ 하이브리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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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렉서스와 토요타는 엠블럼을 파랗게 물들이고, 현대기아차는 요란한 디테일로 꽃단장을 한다. 하지만 링컨은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자그만 ‘2.0h’ 레터링만 트렁크에 슬쩍 붙였을 뿐이다. 차별없이 일관된 외모는 차라리 겸손해서 마음에 든다. 명품 몸매는 슬쩍 봐도 시선을 낚아 챌 정도. 매끈한 사이드 뷰는 풍만한 볼륨감과 속도감이 공존한다.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C필러 라인부터 두텁게 이어지는 리어 엔드다. 충분히 고풍스럽고 도발적이다.

5[루프 패널 전체가 유리로 된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의 개방감은 압도적이다.]

6[일단 써보면 그 편리함에 푹 빠지는 버튼식 변속 시스템. 마이링컨 터치는 섬세한 터치만으로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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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브랜드가 재조명 된 건 다름 아닌 MKZ 덕이다. 그래서 ‘MKZ 하이브리드’는 어깨가 더 무겁다. 대중적인 타깃은 이미 포드가 선점했고, 링컨은 보수적이지만 고집스런 프리미엄을 제안할 때다. 결국 유럽 프리미엄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은 알뜰한 디젤로 선봉에 나섰고, 렉서스는 유일한 하이브리드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그리고 마침내 MKZ 하이브리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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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군단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삼강 체제. 이제 너무나도 흔해진 E220 CDI, 520d, A6 35 TDI 셋이다. 그리고 식성에 체질까지 똑 닮은 렉서스는 ES300h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우선 디젤 삼총사의 연비 자랑을 예상했지만, 기대보다 막강한 건 아니었다. 연비 1등은 16.9km/ℓ를 기록한 BMW 520d를 기준으로 MKZ 하이브리드(16.8km/ℓ), ES300h(16.4km/ℓ), E220 CDI(16.3km/ℓ), A6 35 TDI(15.9km/ℓ) 순이다.

9[프리미엄 세단 사이에서 MKZ 하이브리드의 연비 순위는 2위다. 하지만 도심 연비를 따지면 1위로 등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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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도심 주행이 많을수록 연비 순위는 뒤집힌다는 것. 전기 모터가 활약하는 도심 구간에서 하이브리드의 약진이 시작된다. 마침 매서운 강바람이 부는 올림픽대로는 꽉 막혀있었다. 일찌감치 엔진은 시동을 껐고, 1.3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 모터를 돌렸다. 가끔씩 돌아가는 엔진은 히터를 데우기 위함이다. 이 복잡한 과정은 ‘스마트 게이지’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결국 우리는 18.0km/ℓ 상회하는 평균 연비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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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운명으로 렉서스 ES300h와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를 고집하는 유일한 프리미엄 브랜드. 토요타의 오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토대로 막강한 라인업이 특징이다. 하지만 MKZ 하이브리드의 제원이 공개되면서 우월함을 과시했다. 특히 도심 연비는 MKZ 하이브리드가 17.2km/ℓ, ES300h가 16.1km/ℓ로 1km 이상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99g/km로 더 적다. 게다가 배기량도 적으니 자동차 세금도 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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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기술력을 인정하지만, 최근 포드 또한 하이브리드 기술력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2세대로 업그레이드. 퓨전 하이브리드에 탑재해 충분한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MKZ 하이브리드가 미국 내 가장 효율적인 럭셔리 세단으로 등극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평가도 좋다. 이미 토요타 하이브리드를 경험한 소비자는 최근 포드-링컨 하이브리드를 경험하며 점유율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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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하이브리드 능력을 의심할 필요 없다. 엔진과 모터 파워는 황금 비율 믹스 커피처럼 달고 구수했다. 길이 막히면 묵묵하게 EV모드로 달린다. 열심히 시동을 끄고 켜는 디젤 세단이 안쓰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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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라는 선입견에 물 침대 같은 승차감을 예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기본으로 탑재된 링컨 드라이빙 컨트롤(Lincoln Drive Control)이 노면 상태를 실시간 파악해 연속 댐핑 제어(Continuously Controlled Damping) 서스펜션을 통제한다. 속도를 올리면 자연스레 진동 폭도 커지기 마련. 진득한 감쇄력은 세련된 주행 감각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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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연비 때문에 디젤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값비싼 프리미엄 세단을 사면서 ‘효율 좋은 세단’으로 둔갑 시키는 얄팍한 합리화였다. 반면 MKZ 하이브리드는 기분 나쁜 소음과 진동도 없다. 달릴 땐 부드럽게 엔진을 돌렸고, 속도계는 망설임 없이 올라간다. 디젤 세단의 호쾌한 토크는 없지만, 차라리 고급스러운 쪽은 MKZ 하이브리드였다. 주행 감성까지 만족하는 진짜 프리미엄 말이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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