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s의 냉장고 고르는 남자들

CES 2015엔 수많은 제품이 전시된다. 아직은 실생활과는 멀어 보이는 ‘미래 기술’부터 당장 내 집에 들여놓고 싶은 ‘생활 가전’까지. CES 취재는 처음이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드넓은 전시장을 쏘다니던 중에 한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이 곳의 관람객들은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사실. 특히 냉장고나 세탁기 등의 생활 가전 코너에선 질문 세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의 전형으로, 앞선 관람객들의 느릿한 구경을 기다릴 만큼 인내심이 두텁지 않았다. 연신 ‘익스큐즈 미’를 연발하며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들은 비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눈 앞의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너무 궁금하니까! 당장에라도 구입할 것처럼 진지한 눈빛으로 냉장고 속을 면밀하게 살피는 남자들을 보니 나중엔 웃음이 나왔다.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엔 조급한 마음을 포기했다. 시간도 모자라고 체력도 모자라지만, 에라 모르겠다. 라스베이거스에 왔으면 그들의 스타일에 따라야지. 냉장고 고르는 미국 남자들과 천천히 함께한 CES 2015 생활가전 관람 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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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제조사가 있지만 삼성, LG만큼 신박한 물건을 만드는 곳은 없다. 일단 세탁기 부터다. 삼성전자의 야심작은 ‘액티브워시’ 애벌빨래가 가능한 최초의 세탁기라나. 그런데, 해외에도 애벌빨레라는 개념이 있을까? 이런 세탁기가 정말 필요한 걸까?

액티브 워시는 개수대와 빨래판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세탁조 커버 ‘빌트인 싱크’와 애벌빨래 전용 물 분사 시스템인 ‘워터젯’을 적용한 제품. 와이셔츠에 커피를 쏟거나 특정 얼룩이 묻은 경우 그 부분만 가볍게 손세탁을 한 후 세탁기에 돌리지 않는가, 그런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시스템인 셈. 세탁조 위에 설치된 빌트인 싱크에서 워터젯을 이용해 애벌빨래를 마치고, 바로 하단의 세탁조로 빨랫감을 투입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깐깐한 한국의 주부들은 세탁기의 애벌빨래 능력에게 얼룩을 맡기지 않을 것 같지만, 외국인들에겐 꽤나 훌륭한 아이디어로 비친 것 같다. 사진 속의 할아버지들은 상단의 워터젯 속에 본인들의 셔츠를 넣을 기세로 뚫어지게 살펴보고, 또 살펴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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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품에 ‘두 개’의 세탁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올해 트렌드였던 모양이다. LG전자는 트윈 세탁 시스템을 적용한 세탁기를 선보였다. 개념은 조금 다르다. 상단에는 대용량 드럼 세탁기를, 하단엔 소량 세탁기 가능한 미니 세탁기를 결합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세탁기 전체 크기는 기존의 대용량 드럼세탁기와 같은 140cm 정도. 이 트윈 세탁 시스템의 장점은 세탁물을 분류해 상하단에 각각 투입하고, 동시에 다른 세탁코스를 작동할 수 있다는 것. 빨리 끝날 빨래는 미니 세탁기를 통해 빨리 끝내버릴 수 있으니 편리하다. 이 트윈 시스템을 일체형으로 구입하거나 미니 세탁기만 별도로 구입해 결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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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 나라는 남자들이 설거지를 도맡나보다. 한 부자가 (대화 내용으로 추측하건대) 함께 관람을 왔는데 식기 세척기 앞을 떠날 줄을 모른다. 진지한 눈빛을 보건대 집에 쌓인 설거지거리가 상당한 모양이다. 삼성이 CES에 전시한 식기세척기는 무려 160년 만에 물 분사 방식을 바꿨다고 한다. 투명한 상자 안를 통해 직접 식기 세척기의 원리를 살펴볼 수 있게 해놨더라.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종전 모델과는 달리 세척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없어졌다. 긍정적인 변화이긴 한데, 식기세척기가 출시된지가 언제인데 이런 물분사 방식이 이제서야 바뀌었다는 사실이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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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리 가전들을 한번 살펴보자. 삼성의 셰프 컬렉션 중 하나인 인덕션 레인지는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다. 내가 인덕션 레인지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눈에 보이는 불꽃이 없다는 것이다. 자칫 방심했다 화상을 입거나 요리를 태워버릴까 겁이 난다. 삼성은 냄비 측만에 LED를 이용한 가상 불꽃을 구현해 냈다. 전원 작동 여부와 화력을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은은한 불꽃이 근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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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삼성의 오븐까지 볼까? 이 제품 역시 한 제품에 ‘두 개’를 품은 ‘플렉스 듀오 오븐 레인지’다. 이 역시 기똥찬 아이디어다. 오븐 레인지의 상 하부를 분리해 각기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다. 위에서 생선요리를 하고 아래서 빵을 굽더라도 냄새가 배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조리 시간이 다르거나 메뉴가 다를 때 동시에 조리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오븐이 두 파트로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는 관람객들이 절로 탄성을 내질렀을 정도. 와우!

가전의 꽃이 TV라면, 생활가전의 꽃은 냉장고다. 삼성과 LG 모두 세련된 디자인의 프리미엄 냉장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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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950리터 프리미엄 냉장고부터 살펴보자. 기존에는 냉장고 오른쪽 문에만 숨은 공간이 있었던 것을 양쪽에 적용한 ‘더블 매직스페이스’제품이다. 오른쪽은 가족들을 위한 ‘패밀리 스페이스’로, 왼쪽은 주부를 위한 ‘시크릿 스페이스’로 구분해 최적화된 수납 공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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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빌트인을 선호하는 북미 소비자에게 맞춰 T9000을 세미빌트인 버전으로 선보였다. 동급 최대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기존보다 깊이와 높이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과연 프리미엄 제품 답게 시크한 때깔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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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의 최고급 모델인 ‘무선 로보싸이킹’엔 사용자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세계 최초 ‘오토무빙’기술을 적용했다고. 4중 헤파필터를 탑재해 독일 인증기관인 SLG로부터 미세먼지 배출 차단 최고 등급을 받은 청소기다. 아쉽게도 내가 부스에 구경하러 갈 때마다… 쾌활하게 움직이질 않더라. 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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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흡입력이 60배나 강해진 로봇청소기 ‘파워봇’을 선보였다. 부스 도우미가 쉴 새 없이 먼지 통을 흩뿌리면 이 조그마한 녀석이 바닥을 쏘다니며 깨끗하게 빨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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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역시 더 슬림해진 바디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바지 칼주름 관리기, 고급의류 스타일링 코스 등의 새로운 기능을 더 해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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