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두바이 오토드롬 서킷 챌린지

본인이 진짜 자동차 마니아라고 생각하는가? 카페에 널브러진 잡지에 자동차 글을 정독하고, 나도 모르게 자동차 기사를 탐독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가능성이 있다. 어쩌다 한번 트랙데이에 참가했거나, 야밤에 와인딩로드를 즐겼다면 자격은 충분하다. 우리는 카마니아를 겨냥한 ‘해외서킷 챌린징 투어’를 위해 두바이까지 날아갔다. 바짝 마른 사막을 질주하고 광활한 서킷을 마음껏 누비며, F1카처럼 빠른 롤러코스터에 1년치 아드레날린을 모두 써버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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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진행하는 해외서킷 챌린징 투어 프로그램은 카 마니아의, 카 마니아에 의한, 카 마니아를 위한 특별한 경험이다. 최근 서킷 주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국내·외에서 드라이빙 스쿨과 자동차 관련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는 ㈜HERS가 국내 서킷을 넘어 해외 서킷에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특히, 해외서킷 챌린징 투어 프로그램에는 단순히 서킷 투어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킷을 달려볼 수 있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개념까지 포함되어 있다. 해외 서킷에서 드라마틱한 질주를 꿈꿨다면, 버킷 리스트 하나를 지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DAY 2, 두바이 오토드롬 서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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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투어가 애피타이저라면, 두바이 오토드롬에서 펼쳐지는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는 메인 요리다. 둘째 날은 하루종일 서킷에서 시작해 서킷으로 끝났다. ‘두바이 오토드롬’은 FIA가 공인하는 넓은 아스팔트 run-off 구역이 특징이며, 고속 직선 구간 및 테크니컬 코너의 조합으로 총 길이 5.39km의 서킷이다. 이 날, 우리는 아우디 TT, R8 V10, 쉐보레 카마로, 그리고 싱글 시터 포뮬러카를 직접 운전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두바이까지 날아온 진짜 이유다.


아우디 TT 익스피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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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세션은 몸풀기 수준으로 간단한 슬라롬과 핸들링 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정확한 시트 포지션과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파일런을 통과하며 차의 거동을 몸에 익힌다. 낮에는 기온이 치솟아 에어컨을 켜야 했지만, 타이어 그립은 제대로 날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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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TT는 2.0 TFSI 엔진과 DSG 변속기로 짱짱한 출력을 낸다.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에서 빚어진 야무진 몸놀림은 슬라롬에서 빛을 발한다. 스티어링 휠 조작이 부드러울수록 차는 더 빨라졌다. 가속력과 핸들링 감각에 익숙해지자, 우리는 즐거운 기차놀이에 흠뻑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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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두바이 오토드롬 서킷에 입성! 간단한 몸풀기가 끝나자마자 인스트럭터는 총알같이 튀어나간다. ‘이제 막 시작인데 너무 달리는 거 아닌가?’ 쓸데없는 잡생각에 차이가 더 벌어졌다. 집중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면 코너 탈출마다 뒤처지고 말았다.


아우디 R8 V10 익스피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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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서킷에 적응했을 뿐인데, 피트 스톱엔 R8 V10이 예열 중이었다. 이어서 인스트럭터의 짧은 코멘트가 이어졌다. “TT를 타봤으니 쓸데없는 설명은 생략한다.” 그 대신 R8 특유의 기어레버 조작 방법과 특정 코너에서 기어 단수만 언급하고는 출발이란다. 그리고는 ‘스포츠’ 버튼 꾹 눌러주고 사라졌다. 무뚝뚝한 인스트럭터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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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이 시크한 교육 방침은 고스란히 주행 시간으로 환원됐다. 덕분에 우리는 맘 놓고 R8 V10을 주무르며 서킷을 달렸다. 이번엔  뒤에서 V10 엔진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TT와는 차원이 다른 폭력적인 가속력으로 두뇌를 마구 흔든다. 끈적한 트랙션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비현실적이다. 서킷에서 만난 수퍼카 R8 V10은 유난히 난폭하고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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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는 금방 손에 익었지만 R8 V10은 다르다. 적응하려면 한참이나 시간이 걸린다. 파워는 물론이고 압도적인 브레이크 성능까지 우리를 농락하며 도리어 채찍질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지 인스트럭터는 페이스를 조금씩 더 올린다. 눈과 손이 바빠지고 머리로 타야 하는 서킷을 몸으로 타기 시작한다. R8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그런 건 쓸데없는 사치였다.


싱글 시터 포뮬러카 익스피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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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이런 포뮬러카에 오르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레이싱 슈트와 풀페이스 헬멧을 착용하고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나 무뚝뚝한 인스트럭터도 이번엔 다르다. 시동을 켜는 방법부터 비상시 탈출 방법까지 진지하고 자세한 설명이 한참이나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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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시터 포뮬러카는 흔히 말하는 스포츠카보다 기름 냄새나는 머신에 가깝다. 드라이버만 쏙 들어가는 비좁은 콕피트에 뒤에는 180마력을 발휘하는 2.0ℓ 4기통 레이싱 엔진이 탑재된다. 하지만 싱글 시터의 180마력은 차원이 다르다. 공차 중량이 고작 600kg에 달하기 때문이다. 제법 가볍다는 토요타 86의 절반 수준이며, 초경량 스포츠카 로터스 엘리스보다도 약 200kg 가볍다. 단순히 마력당 중량비로 계산하면 무려 3.33 수준. 참고로 현대 쏘나타의 마력당 중량비는 무려 8.8에 육박한다. 변속기는 당연히 5단 수동 변속기다. 단 중립이 없는 시퀀셜 타입에 클러치 페달이 달려있다. 물론 파워 스티어링도 없고, 손바닥만 한 운전대에 그 흔한 ABS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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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스위치를 누르자 스타트 모터가 세차게 돌았다. 드디어 레이싱 엔진이 숨을 쉬기 시작. 캠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링 상태에서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낸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그랑프리에 출전한 것 마냥 상기된 내 모습에 괜히 민망하다. 우리는 그렇게 겁도 없이 트랙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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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미터도 없기 때문에 기어 레버는 감으로 당긴다. 퓨얼 컷에 걸리면 뒤에서 기어를 바꿔 달라고 발악이다. 엔진은 들고양이처럼 신경질을 부렸다. 바닥에 달라붙은 포뮬러카는 속도감도 곱절이다. 앞선 포뮬러카의 매캐한 배기가스를 마시면서 온몸으로 횡G를 버텨야 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순수하고 거칠 것 없는 날 것에 가깝다. 그만큼 치명적이지만 짜릿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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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과 피칭조차 없는 포뮬러카에게 자비는 없었다. 한계를 넘어도 힌트 하나 없이 매몰차게 스핀해 버린 것이다. 순전히 내 탓이었다. 조금씩 되찾은 자신감에 과속으로 코너를 진입한 게 화근이 됐다. 늦어진 브레이킹 포인트는 코너링까지 이어져 리어 타이어가 미끄러졌다. 차라리 스핀을 제대로 하고 나니 궁금증이 풀린다. 포뮬러카의 한계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동물적인 감각이 더 현명했다. ‘카운터 스티어?’ 나름대로 잡아 볼 심산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난 루이스 해밀턴이 아니다.


카마로 오토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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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트랙 주행에 몸도 마음도 지칠 때쯤, 쉐보레 카마로가 불쑥 나타났다. 진한 노란색 보디 컬러에 걸걸한 배기음은 아메리칸 머슬카의 전형이다. 그리고는 우리를 불러 모아 짐카나 레이스를 제안했다. 수십 번도 더했지만 기록만 재면 또 긴장된다. 근데 왜 하필 카마로일까? 차라리 야무진 아우디 TT가 더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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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는 무식하도록 힘이 넘쳤지만 코너마다 허둥댔다. 쓸데없이 싱글 시터에 익숙해진 탓이다. 코스는 간단했지만 혈기 넘치는 카마로를 달래며 타는 게 관건이다. 마음이 급해지면 여지없이 언더스티어가 났다. 가속 페달을 살살 달래면서 즈려 밟아야 했다. 한 템포씩 늦게 반응하는 스티어링도 미리 계산하고 꺾으면 큰 문제가 없다. 비로소 카마로가 점점 빨라진다. 불평, 불만하지 말고 타임 어택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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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로는 2단을 넣기도 전에 직선 주로를 주파했다. ‘짐카나 레이스만 하기에는 너도 답답했겠지?’ 아우디 TT보다 코너링이 떨어져도, 파워는 압도적이다. 대신 드라이버 권한은 더 늘어났다. 대충 타도 빠른 TT가 아니라, 잘 타야 빠른 카마로다. 카마로와 호흡은 완벽하지 않았다. 코너마다 아쉬움이 더했고, 쓸데없이 마음만 급했다. 그래도 짐카나 레이스에선 1등을 차지했다. 참 운이 좋았다. 깨알 같은 1등 트로피는 나의 것.


카트로 즐기는 레이싱, 카트 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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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서킷 일정은 일단락됐다. 아우디 TT로 시작해 R8 V10과 싱글 시터 포뮬러카, 그리고 카마로 오토테스트까지 마음껏 서킷을 누렸다. 고작 9명이 서킷을 탔으니, 말 그대로 황제처럼 트랙을 즐긴 셈이다. 마지막은 스포츠 카트다. 흔히 우리가 접하는 레저 카트보다 빠르고 민첩하며, 제대로 된 카트 트랙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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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고 쉽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횡G와 하중 이동까지 제대로 쓰면서 원초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는 카트 선수처럼 비장했다. 각자 고유 번호를 받으면서 경쟁 심리가 불타올랐다. 카트 드롬을 찾은 다른 참가자도 마찬가지다. 파란 신호등과 동시에 승부욕에도 발동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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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카트는 13.5마력을 발휘하는 단기통 4행정 엔진이 달려있다. 멋진 배기 소리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레저 카트보다 빠르고 날카롭다. 우뚝 솟은 스티어링 휠에 오른쪽 페달은 가속, 왼쪽 페달은 브레이크. 싱글 시터와 달리 몸에 금방 익는다. 다들 충분히 연습 주행을 한 덕에 페이스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속도가 붙으면서 스핀하기 일쑤였다. 우리가 스핀으로 고전할 때,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1인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기를 쓰고 따라가도 코너에서 점점 멀어져만 간다. 알고 보니 그는 전직 카트 선수였다고.


카마니아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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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서킷 챌린징 투어 프로그램은 이번 두바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였다. 우리는 땀에 흠뻑 젖었고,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웠다. 하루 종일 단 9명이서 두바이 오토드롬을 마음껏 누렸으니 피곤에 절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떤 트랙 경험보다 짜릿하고 풍요로웠다. 그동안 수많은 트랙 경험에 비하면 넉넉한 트랙 타임과 인스트럭터의 빠른 페이스는 진정한 스포츠 주행을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