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페이스와 광합성하던 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에 알아봤다. 이번 연휴는 따뜻하겠거니. 실제로 설 연휴는 따스했다. 구정의 마지막 날 즈음, 문득 추운 날씨 덕에 개시를 못하고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둔 등산화와 배낭이 떠올랐다. 햇살도 누려볼 겸 등산화와 배낭만 챙겨 가까운 뒷산으로 향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중등산화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어쭙잖은 중등산화 때문에 발이 아파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다. 별 수 있나. 직접 신어봐야지. 이번에 장만한 등산화는 레드페이스의 콘트라 토르 미드 등산화. 거기에 나들이나 하이킹 정도에 딱 알맞은 크기인 12ℓ 배낭 레보 프라임도 얹었다.

01

며칠간 햇살이 내리쬔 덕분인지 산길은 바스락바스락 잘 말라있었다. 아직 파릇파릇 새싹이 돋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따스한 햇볕만으로도 가까이 다가온 봄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이 날은 그저 잘 닦인 산길을 차분히 걸으며 그동안 목 말랐던 광합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 충분히 걷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발에서 특별한 통증이 느껴지진 않는다. 등에 달라붙은 배낭에도 불쾌하게 땀이 나진 않는다. 이 정도면 선방이다. 하나씩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

04_오소라이트

우선 등산화부터.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차분히 걷긴 했지만 어쨌든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콘트라 토르 미드 등산화는 콘트라 릿지 프로 아웃솔을 적용했다. 겨울철은 다 지났지만 빙판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로 접지력이 뛰어난 아웃솔이다. 바위가 많은 중거리 산행에 신어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산악지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아웃솔이라고. 인솔은 착용감이 좋은 오소라이트 인솔이라 걷는 내내 쾌적했다.

05_콘트라텍스

발이 쾌적한 건 인솔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수, 방풍 기능에 투습성까지 뛰어난 콘트라 텍스 엑스투오 프로 소재를 갑피에 사용했다. 이번의 가벼운 하이킹으로는 땀을 잘 배출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주말엔 비가 오길래 급하게 이 등산화를 신고 잠시 외출을 했는데 과연 확실히 비를 막아주더라.

06_케블라

무엇보다 이 등산화가 가장 신경 쓴 건 아마 ‘내구성’인 것 같다. 콘트라 릿지 프로 아웃솔도 원래 내구성이 뛰어난 아웃솔인데 갑피도 특별히 질긴 소재를 쓰는 등 확실히 내구성에 신경을 썼다. 방탄복 소재로 쓰이는 미국 듀폰사의 케블라 소재를 사용한 것. 클라터뮤젠에서는 케블라로 재킷을 만들기도 하는데 대대손손 입을 수 있어 ‘Forever 재킷’이라고 불린다. 아스팔트에 문질러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섬유다. 산행을 하다 보면 아스팔트보다 거친 길도 다닐 테니 등산화 소재로 적격이다. 토캡 전면에는 고무를 입혀 발가락도 보호하고 제품의 내구성을 한 단계 더 높인다.

07

배낭은 질긴 나일론 140D 립스탑 소재로 만들어 튼튼하다. 이 작은 배낭에도 레드페이스의 자사 기술인 에어테크 시스템을 적용했다. 에어테크 시스템은 열이나 땀이 사방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것. 등판에서 공기 순환이 원활해 산행이 길어져도 등에 땀이 찰 염려는 없겠다.

08

사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가격이다. 이 정도 되는 중등산화가 9만 9000원이라니. 디자인이 조금 아쉽지만 가격의 메리트가 워낙 커 이해해줄 만하다. 배낭도 4만 9000원으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등산화와 배낭을 다 구매해도 기타 브랜드 등산화 하나 가격보다 싸다.

알고 보면 레드페이스도 거의 50년이 다 되어 가는 중견 브랜드다. 산을 아는 사람들이 진가를 알아주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격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거품이 빠지면 모두들 이런 가격이 되겠지. 조금만 더 예뻐지길 바라면서 올 한 해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