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세계 속으로 : 일본편

거기 당신, 세계 여행을 꿈꾸고 있나? 그렇다면 내가 데려다 주지.

세계 여행은커녕 주말마다 방콕(방에 콕 박혀서 지내는)과 방글라데시(방에서 굴러다니는) 그리고 이집트(이틀 동안 집에 틀어박히는)가 전부인 당신을 위해 세계 여행 티켓을 준비했다. 이 편을 시작으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컵라면을 하나씩 정복해 보자는 야심찬 계획. 어때? 괜찮은 생각이지? 당신은 그저 젓가락 한 짝만 들고, 3분이면 끝나는 이 간단한 세계 여행을 즐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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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오늘 우리에게 일본 본토의 라면 맛을 보여줄 컵라면은 바로 이것. 1971년 세계 최초로 컵라면을 개발한 컵라면 계의 단군 할아버지, 닛신푸드의 유부 우동과 소고기 우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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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제품 모두 면발은 우리나라 칼국수면처럼 굵고 납작하다. 아무래도 통통하고 찰진 우동면을 컵라면에서 재현하기란 한계가 있었겠지. 그래도 우리나라 튀김 우동 컵라면보다는 면발이 훨씬 두껍다. 기사의 정확성을 위해 특별히 첨단 장비인 전자저울을 대동해 무게도 재봤다. 면의 무게는 75g, 유부 우동의 유부 건더기의 무게는 1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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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고기 우동부터. 엄마가 어제 저녁 해놓은 불고기가 프라이팬에 말라붙은 것처럼 보이는 소고기 건더기, 그리고 우동에서 빠질 수 없는 튀김 가루와 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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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 우동은 더 훌륭하다. 일단 유부의 사이즈가 일반 컵라면에서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완전 건조된 유부의 무게가 17g이라니. 게다가 유부의 크기는 거의 내 손바닥만 하다. 우리나라 컵라면에 들어있는 손톱만 한 건더기를 생각한다면 어메이징한 수준. 

자, 이제 물을 붓고 본격적으로 일본 여행을 떠나볼 시간. 다른 컵라면보다 면이 두꺼워서 5분을 기다려야 한다(나의 시식타임이 2분이나 지연되다니…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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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닛신 돈베이 소고기 우동 / 우_닛신 돈베이 유부 우동] 

5분이 지나고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분명 많다고 생각했던 소고기 건더기가 다 어디 갔는지 자취를 감췄다는 것. 다 먹을 때쯤 보니 물을 머금고 무거워져 다 아래로 가라앉아 있더라. 여러분이 먹을 땐, 밑에 있는 것을 잘 찾아서 먹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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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시식 타임. 첫 타자는 소고기 우동부터. 면을 잡고 한 바퀴 휘익 돌려보니 기름기 많은 국물도 함께 또로록 돈다. 첫 맛의 느낌은 우리나라 농심에서 나온 튀김 우동과 비슷하다는 것. 국물 맛이 조금 짠 편이다. 고기 건더기는 간장으로 양념한 불고기 맛이 나고, 국물 또한 간장으로 맛을 낸 듯하다. 넓고 납작한 면발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으면 기름기 덕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호로록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짜고 기름진 맛이긴 하지만 그 와중에 약간의 감칠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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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유부 우동 차례. 일단 컵라면의 뚜껑을 열면 촉촉해진 유부가 어서 나를 먹어 달라고 다소곳이 기다린다. 컵라면에서 이런 수준의 유부를 맛볼 수 있다니 놀랍다. 일단 크기가 너무 크니 먹기 편하게 유부를 찢는 작업부터 돌입.

“너를 망가뜨려 주겠어”

유부우동

국물의 색은 소고기 우동보다 더 맑다.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냈다더니 국물 맛 또한 더 깊게 느껴진다. 시치미로 주어진 소량의 고춧가루 덕에 끝 맛이 칼칼하다. 유부는 촉촉한 라면 국물을 한껏 품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잘 구워진 투플러스 소고기에서 육즙이 나오듯 라면 국물을 쭉쭉 뱉어낸다. 라면 국물의 짭짤한 맛과 유부에서 나온 단맛도 함께 느껴진다(이게 바로 인스턴트 맛의 최고 경지라는 ‘단짠’인가!). 게다가 질감도 꼭 고기를 씹는 것 같더라. 

두 개 모두 맛있게 먹긴 했지만, 이걸 국물까지 다 마시면 온몸이 절여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짜다. 뭐 짠맛이야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니 이건 개인의 취향에 맞도록 물양을 조절하면 되겠다. 진짜 문제는 짜기만 하고 다른 자극적인 맛이 부족하다는 것(아마도 매운 맛이겠지). 짜면 으레 매워야 하는 한국인에게는 김치가 간절해지는 순간이긴 했다.

라면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