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연비 말고, 프리우스V를 말하다

그동안 프리우스를 두고 따분한 평가가 많았다. ‘하이브리드’라는 사실 하나로 연비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최고 연비를 자랑스럽게 적어 넣은 시승기는 읽지 말자. 그것은 허세 섞인 거짓 시승기다. 우리는 새롭게 선보인 프리우스V를 만나 솔직한 연비를 논하기로 했다. 때로는 추월이 필요했고, 도로 흐름에 맞춰 여유롭게 순항도 즐겼다. 물론, 새로워진 프리우스V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프리우스V, 크로스오버를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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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V에서 ‘V’는 다양한 실용적 특성을 강조하는 ‘Verstility’를 의미한다. 즉 프리우스가 해치백이라면, 프리우스V는 크로스오버를 겨냥한다. 보다 넓은 실내 공간, 실용적인 구성, 풍부한 수납 공간이 변화의 포인트다. 덕분에 높은 연비는 물론이고 실용성까지 제대로 챙겼다.


[똑똑하고 매끈한 인테리어는 토요타의 장점이다.]


[주행 관련 버튼은 드라이버를 향해 헤쳐 모여있다.]

프리우스V의 리어 시트의 공간은 혁신적으로 늘었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5mm씩 12단계로 슬라이딩 되며, 총 14단계의 리클라이닝으로 시트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운전석 쪽 리어시트는 앞으로 75mm 더 움직인다. 60:40 폴딩 기능은 기본 중의 기본.


[풍부한 수납 공간은 프리우스V의 특권이다.]


[트렁크 공간은 968ℓ로 늘어나고, 시트를 접으면 최대 1905ℓ까지 확장된다.]

피둥피둥 불어난 몸매는 피할 수 없었다. 기존 프리우스보다 길이는 165mm, 높이는 95mm, 휠베이스가 80mm가 늘었기 때문이다. 불어난 몸집은 순전히 실용성을 위함이다. 그래서 연비까지 조금 손해봤다. 하지만 차분하게 다듬은 외관이 돋보인다. 프리우스V의 공기저항계수는 0.29Cd. 공기를 가르는 유선형 디자인과 해치백을 닮은 쐐기형 실루엣은 프리우스를 쏙 빼닮았다.


[바이 빔 LED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 클리어타입 테일 램프로 은근히 멋을 부렸다.]


프리우스V, 연비는 내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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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비는 프리우스의 절대적인 사명감이다. 고독한 엔진 대신 모터가 힘을 더했으니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다. 너나할것없이 (심지어 포르쉐까지) 하이브리드가 판치는 형국에도 뚝심있게 자리를 지킨 건 역시 토요타였다. 직병렬 혼합 하이브리드 시스템, 즉 하이브리드의 핵심 기술을 비롯해 노련한 노하우는 프리우스V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 프리우스V의 복합연비는 17.9km/ℓ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97g/km이하)을 만족해 100만원의 정부 보조금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뻥 연비 말고, 진짜 연비를 말하다

연비가 특출난 하이브리드와 디젤 자동차를 시승할 때면, 어김없이 연비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곤 한다. 에디터는 이런 연비 대회가 탐탁치 않았다. 1위를 두고 펼치는 연비 대결에서 극단적인 연비 주행은 근본없는 평가다. 그래서 우리는 연비 대결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차량 흐름에 최대한 속도를 맞췄다. 추월할 때는 파워 모드를 켰고, 더울 때는 에어컨을 틀었으며 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도 사용했다. 한마디로 실제 주행 조건과 가장 흡사하도록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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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구간은 서울 잠실부터 강원도 춘천까지 약 63km를 왕복하는 코스다. 도심 구간과 고속도로를 포함해 춘천행은 약간 오르막길도 지나야 한다. 우선, 우리는 에코 모드를 활용하기로 했다. ‘에코 모드’는 인색하게 가속을 아꼈다. 가속 페달은 멍하게 반응했고, 엔진보다 모터가 더 적극적으로 달린다. 물론 답답한 기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가장 프리우스답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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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 속도보다 유난히 느린 차는 추월하기로 했다. 추월할 때 만큼은 에코모드를 해제하거나, 파워모드를 켜야했다. 앵앵거리며 달리는 기분은 나약한 꼬마를 학대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호쾌하거나 기분 좋은 가속은 결코 아니라는 소리다. 추월을 마치고 순항 할 때면 그제서야 마음도 편해진다.


[약 66km를 달리는 동안 꾸준하게 기록한 연비 그래프다. 최종 연비는 19.6km/ℓ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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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대의 프리우스V가 함께 달렸다. 쓸데없는 연비 운전을 지양하고, 스트레스 없이 속도를 맞춘 에디터는 두번째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역시 다른 차량보다는 빠른 순서로 도착했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달리며 기록한 최종 연비는 19.7km/ℓ다. 프리우스V의 공인 연비가 17.9km/ℓ인 점을 감안하면 실연비는 제법 잘 나온 수준. 이 날, 다른 프리우스V의 최저 기록은 15.4km/ℓ, 최고 기록은 25.9km/ℓ로 둘의 차이는 무려 10.5km/ℓ나 벌어졌다. 이제 거짓말 연비는 믿지 말자.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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