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와 대한민국 로드트립

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여 킬로미터를 달려야 했다. 기나긴 여정을 앞두고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름값 걱정은 사치였다. 4대의 차량 모두 프리우스였기 때문이다. 각각의 프리우스는 디자인도 성능도 조금씩 달랐지만, 하이브리드로 대동단결이다. 우리는 그들을 ‘프리우스 패밀리’라고 불렀다.

2

‘토요타’하면 역시 하이브리드다. 연비가 주목받는 현실에서 그들의 선택은 오로지 하이브리드였다. 남들은 디젤 엔진에 매진할 때, 토요타는 고집스럽게 하이브리드를 외쳤다. 덕분에 하이브리드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가 700만대를 돌파했다. ‘친환경’을 키워드로 정하고, ‘친환경 차량을 보급함으로써 환경에 공헌한다’는 신념으로 현재까지 독보적인 하이브리드 메이커로 군림하고 있다.

34
[토요타 교육센터는 세일즈와 마케팅부터 정비 및 도장 기술까지 종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토요타 중심에는 프리우스 패밀리가 있다. 너무나 유명한 ‘프리우스’를 비롯해, SUV처럼 사이즈를 늘린 ‘프리우스V’와 가격을 낮추고 실속을 더한 ‘프리우스C’, 그리고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프리우스 PHV’까지 도열해 부산까지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다. 출발 장소는 성수동에 위치한 토요타 교육센터(Toyota Training Center)다. 우리는 여기서 머리 아픈 이론 교육부터 받아야 했다.

5
[상단부터 쉐보레 볼트, 현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는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가지 이상 동력원을 함께 갖춘 동력 시스템이다. 방식은 직렬형, 병렬형으로 구분하는데,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직렬과 병렬을 모두 쓰는 혼합형이다. 복잡한 소리지만, 쉐보레 볼트가 대표적인 직렬형 방식이다.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가 동력원이 된다. 반면에 병렬형은 엔진과 모터 모두 구동력을 전달한다.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표적이다.

6

직렬과 병렬을 혼합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확실히 독보적이다. 차량은 엔진 또는 모터에 의해 개별적으로 구동할 수 있으며, 전기 모터가 2개이므로 발전과 구동이 동시에 이뤄진다. 덕분에 최적의 구동력과 최고의 효율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모터 일체형 변속기 사용으로 사이즈를 최적화했다. 무게도 덜고 엔진룸에 넣기도 참 좋은 방법이다.

7

이번 시승은 무려 502km에 달한다. 서울 성수동 트레이닝 센터를 출발해 원주-단양-안동-영덕-포항-경주-울산을 거쳐 부산까지 이어진다. 운행 조건도 제각각이다. 도심으로 시작해 고속도로와 국도는 물론 와인딩 로드까지 두루 달려야 한다. 각기 다른 총 4대의 프리우스 패밀리는 차례대로 번갈아가며 타기로 했다.

8
[프리우스 PHV는 출발 후, 약 20km를 전기 모터로만 달렸다.]

운 좋게도 첫 번째 프리우스는 바로, ‘프리우스 PHV’다. 이미 충전까지 마친 상태겠다, 단 한 방울의 연료 없이도 12.7마일을 달릴 수 있다고 나온다.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약 20km 남짓. 우리는 무려 동서울 톨게이트까지 전기 모터로만 달렸다. 배터리를 모두 소진하면, 일반적인 프리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잠자던 엔진이 일을 시작하고, 인디케이터 속 배터리 상태도 새롭게 표시된다.

9
[프리우스C 는 합리적인 하이브리드를 제안하는 보급형 프리우스다.]

두 번째 프리우스는 일본 현지에서 ‘아쿠아’로 불리는 ‘프리우스C’다. 좋게 말하면 보급형 프리우스다. 사치스런 편의 장비는 걷어내고, 꼭 필요한 구색 맞춤과 최소한의 장비로 합리적인 하이브리드를 겨냥한다. 덕분에 현지 가격도 약 1600만원대로 매우 합리적이다.

10

보급형이라는 소리에 더 관심이 간다. 실내는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건 없었다. 스마트키 대신에 키를 돌려야 했고, 프리우스의 작은 기어 레버 대신 일반적인 기어 레버가 달렸다. 굳이 비교하자면 현대 액센트나 기아 프라이드와 동급인데, 만듦새는 국산차 쪽이 앞서고, 연비는 프리우스C가 월등히 앞선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수입차의 감성적인 기대치가 높은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11

세 번째는 가장 친숙한 프리우스다. 프리우스C를 타다가 프리우스에 올라타니 그 차이가 실로 엄청나다. 이채로운 인테리어며 대시보드의 소재와 질감마저 격이 다를 정도. 사람이 참 간사해서 에디터 역시 프리우스에 마음이 더 기운다. 딱 좋은 사이즈와 부드러운 주행감은 장거리 운전에도 탁월하다. 주행에서 스트레스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프리우스로 기록한 평균 연비는 약 22km/ℓ. 연비만큼은 별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다.

1213
[프리우스V는 바디 사이즈와 각종 수납함이 대폭 늘었다.]

기나긴 운전은 이제 종반을 지났다. 마지막 프리우스는 가장 최근에 데뷔한 프리우스V다. 극적인 변화는 사이즈에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쾌적한 헤드룸과 살짝 높아진 시트 포지션 덕분에 시야도 개방감도 모두 나아졌다. 덩달아 손에 닿는 디테일도 조금씩 개선된 모습. 특히 센터 디스플레이는 컬러를 지원하고 더 또렷해졌다.

15

길고 긴 여정은 해가 떨어질 때에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총 4대의 프리우스와 8명의 드라이버가 쉼 없이 달린 결과다. 프리우스 패밀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지만 한결같이 닮은 점이 있었으니 바로 연비였다. 이 날, 최고 연비는 26.3km/ℓ, 최저 연비는 16.3km/ℓ를 기록하며 모두의 평균 연비는 21.08km/ℓ로 마무리됐다. 솔직히 갈 길이 바빠서 연비 운전은 할 생각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오로지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까.

14

사실 프리우스로 이토록 오래 달린 기억은 없다. 내심 배기량 넉넉한 그랜드 투어러를 원했지만, 이번만큼은 프리우스 패밀리의 힘을 빌렸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로 명쾌했다. 나약한 커뮤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쾌적하며 합리적이다. 토요타는 그게 외길 인생일지언정 멈출 이유가 없다. 그들의 말처럼 친환경과 연비를 잡는 고집이자 특권이기 때문이다.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bejangwon@carmagazi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