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 이거 뭐야 무서워

며칠 전, 구글표 ‘핫딜’이 떴다. 수없이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한정된 저장공간에 지친 우리에게 무제한, 무료 백업을 제안한 것이다. 내용은 아주 명료했다. ‘구글 포토’라는 이름의 이 클라우드 서비스는 업로드 무제한에 몽땅 무료라는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1600만 화소 이하로 사진 저장 용량의 제한을 두긴 했지만. 스마트폰 사진을 업로드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실제론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의 아이폰6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원본 그대로 업로드할 수 있다. 이 핫딜에 대한 대가로 우리는 무얼 줘야 하냐고? 사진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정보를 건네주게 된다. 글쎄, 이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은 이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마음이 흔들린다. 공짜라는 메리트도 가슴 설레건만, 사진 분류 기능 등 여러 가지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게다가 나는 아이폰에 무려 1만 1400장 이상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헤비 유저가 아닌가. 25GB에 달하는 내 사진 파일을 공짜로 보관해준다는 달콤한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다. 다행히 내가 평소에 누드 사진 같은 건 잘 찍지 않는 바른 성품을 갖췄다. 무서울 게 뭔가. 당장 업로드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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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의 시작.jpg]

먼저 불행한 소식을 전하자면, 구글 포토 리뷰를 위해 업로드를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났건만 아직 업로드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슬쩍 확인해보니 5417개 항목이 남았다고 한다. 그래도 절반 이상 끝난 셈이다. 전체 데이터를 다 헌납(?)한 것도 아닌데, 구글 포토가 벌써 사진들을 ‘슥슥’ 조합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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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문워크도 한다.gif]

일단, 제일 먼저 감탄하게 되는 것은 자동으로 생성되는 GIF 애니메이션. 일명 움짤이다. 나는 본래 연사(라기보단 난사) 촬영을 즐기는 편인데, 같은 장소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서 사진을 찍곤 한다. 최고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 일반 사진 파일로 보관할 땐 이게 상당히 짐이었는데, 구글 포토에서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보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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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막 찍었는데 움짤이 되니 그럴싸하다.gif]

파리 마레 지구를 장난감 병정처럼 씩씩하게 걸어가는 내 친구 핑크 헤어와 반짝이는 에펠탑의 움짤이 탄생했다. 여러분에게도 공유하니 클릭해보시길.

콜라주 기능은 썩 놀랍진 않다. 같은 장소나 같은 시간대에 찍은 사진들을 보기 좋게 붙여 한 장으로 만들어준다. 어쨌든 자동 편집 기능을 갖췄다는 점이 놀랍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구글 포토의 어시스턴트 창에 생성된 콜라주를 쭈욱 살펴보다 놀라고 말았다. 나는 정말 셀카를 많이 찍는 사람이구나. 의식하지 못했는데, 온통 내 얼굴이 펼쳐져 있어서 민망할 정도다. 자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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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연결된다 싶으면 구글 포토 맘대로 파노라마로 만들어줌]

목록에 갑자기 내가 촬영한 적 없는 파노라마 사진이 나타났다. 이게 뭐지? 싶어 설명을 읽어보니, 관련 사진에서 일부가 자동 연결되었다고 한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앵글로 촬영한 두 사진을 좌우로 이어붙여 감쪽같은 한 장의 파노라마로 만들어냈더라. 점점 무서워진다.

구글 포토에서는 이 모든 콘텐츠가 SNS 타임라인처럼 생성돼 추억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계가 하는 일인데 감성이 넘친다. 게다가 공유하는 과정도 너무 쉽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사진을 선택한 뒤 링크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오늘도 수많은 공유 링크를 만들어 친구들과 지나간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키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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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중간중간에 이동 경로를 지도로 보여준다, 거리에 상관없이]

가장 잘 만든 건 ‘스토리’ 기능이다. 말 그대로 특정 사진과 영상을 스토리를 가지고 펼쳐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 시간 순서대로 내 추억을 임의 편집해 보여준다. 심지어 중간중간에는 이동 경로를 지도를 통해 삽입해 두었다. 무서울 정도인데, 구글이 자동으로 만들어준 내 추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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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해당 스토리 공유 계정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스토리는 사진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 공유 계정을 가져왔다. 위의 이미지를 클릭하면, 2012년의 어느 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던 나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고작 이 정도로 호들갑 떨지 말라고? 이제부터 정말 놀랄 시간이다. 구글 포토의 천재성은 검색 기능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용자는 그 어떤 태그도 입력하지 않았는데, 사진 속 등장인물과 사물, 장소, 맥락을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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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항목은 수시로 변한다, 오리를 따로 분류한 이유는 모르겠다, 귀여워서?]

현재, 내 구글 포토에는 7000장 정도의 사진이 업로드되어 있다. 모든 업로드를 마친 후에는 더 체계적인 분류가 가능하겠지만, 급한 대로 지금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살펴보자. 장소 별로 사진을 정리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 다음엔 사물 별로 폴더를 생성해 놓았다. 식품, 자동차, 결혼식, 꽃, 산, 해변 등이다.

자동차의 일부분만 사진에 나와있더라도, 귀신같이 알아보고 자동차 항목으로 분류해 놓았다. 식품 항목엔 온갖 사진이 다 들어가 있다. 빵, 커피, 과자, 피자, 컵라면 등 온갖 형태의 식품을 다양하게 알아본다. 물론, 인식률이 100%인 건 아니다.

내가 제일 놀란 것은 ‘결혼식’을 분류해냈다는 것이다. 웨딩드레스나 신랑, 신부가 아닌 ‘결혼식’이다. 내 아이폰에는 내가 아끼는 여러 사람의 결혼식 사진이 담겨있다. 웨딩홀도 제각각이고 어떤 결혼식은 외국 해변가에서 치러졌다. 형태나 그림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구글 포토는 이 이미지를 읽어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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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포토와 하기자의 셀카의 늪]

이젠 몇 가지 ‘검색 테스트’를 해볼 차례다. 지명을 입력하는 건 시시하다. 보나 마나 잘할 테니까. ‘셀카’를 검색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내 친구들의 셀카가 잔뜩 검색된다(여기서도 이상한 점이 하나 있긴 한데, 구글이 충분히 셀카로 인식할 만한 다른 사진들이 있는데 모든 결과가 표시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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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검색하니, 양떼 목장과 우리 동네 길냥이, 제주도에서 만난 푸들 등이 검색된다. 프랑스에서 먹었던 홍합탕이 결과에 포함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냄비 손잡이가 동물의 귀처럼 보인 게 아닌가 싶다. ‘손톱’이라고 검색했더니, 매니큐어를 바른 후에 찍은 된장녀 느낌의 인증샷들이 주욱 나열된다. ‘캠핑’이라는 검색어에도 반응했는데, 내 아이폰에 캠핑 관련 사진이 몇백 장 있을 터인데 오직 한 장만 검색됐다. 어떤 단서로 캠핑을 구분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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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불안정한 면이 많긴 하지만, 오직 이미지 파일 하나로 이 정도 정보를 읽어낸다는 게 놀랍다. 심지어 클럽이나 비, 시장처럼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대상의 검색어도 이해한다. 앞서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누드사진이나 은행 보안 카드 사진이 아니고서야 내 아이폰 이미지가 가질 수 있는 파괴력이 크지 않다고 느꼈다(물론 실제로 이런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린다고 해도, 구글이 그걸 사용하진 않는다, 해킹 당하지 않는 이상). 그런데 구글의 이미지 요리 실력은 실로 뛰어났다. 한 장의 이미지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값어치가 숨어 있었다. 이것은 1만 장의 사진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 검색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글 역시 내게서 필요한 정보만 빼낼 수 있는 ‘섬뜩함’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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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이것저것 다양한 검색어를 테스트해보았다. 카메라, 아이폰, PC 같은 검색어는 먹히지 않더라. 내 직업상 아이폰 사진첩에 카메라나 스마트폰, 노트북 사진이 가득했는데도 말이다. 특정 브랜드도 인식하지 못 했다. 대신 술, 커피, 컵, 타워, 표지판, 지하철 같은 검색어엔 아주 노련하게 반응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찾아낼 땐 정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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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재밌는 검색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자면, ‘개’를 검색했더니 강아지 모양 인형과 함께 털옷을 입은 내 친구의 사진이 나타났다. 미안…

이제 구글 포토의 저력을 느끼셨는지. 이미지 속에 숨어있는 거대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구글은 정말 엄청난 물건을 손에 넣게 될지도 모르겠다. 괜히 아찔하다. 지금은 한정된 키워드에만 반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구글 포토의 검색 엔진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우리가 공짜 클라우드에 대한 대가로 내놓은 이미지들이 구글 포토를 더 똑똑하게 학습시킬 테니까 말이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이에도 사진 업로드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제 4000장을 더 업로드하면, 구글이 최근 5년 동안의 내 모든 행적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고,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으며,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빠삭하게 파악하겠지. 이 정보는 타깃 광고에 활용될 수도 있고, 구글이 수년간 공들여 오고 있는 머신러닝의 거름이 될 수도 있다. 서비스 약관만 살펴봐도 구글이 우리에게 수집한 정보를 서비스 향상, 새로운 개발, 프로모션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어떤 의미론 두렵고 거북하지만, 한편에선 궁금해진다. 이렇게 아낌없이 정보를 준 후에는 얼마나 더 무시무시한 서비스가 탄생할까. 기계가 획일화된 명령 체계에서 벗어나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학습해, 감정적인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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