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아, WWDC가 뭐예요?

안녕하세요. 기어박스 에디터H입니다. 내 나라가 흔한 낙타 파문으로 어지러운 이때, 저는 먼 미국 땅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여기. 샌프란시스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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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낯선 도시는 날씨도 낯섭니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한여름 마냥 뜨거운데 바람은 차갑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더웠다가 추웠다가를 반복합니다. 근사한 옷을 입은 여행자들 사이로 동전을 구걸하는 부랑자들이 눈에 띕니다. 수많은 아이러니가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사족이 길었으니, 제가 왜 여기에 와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네요. 저는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 WWDC 2015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11시간을 날아왔답니다. 아, WWDC가 뭐냐구요?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 유난스럽게 일찍 도착한 탓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더군요. 시간이나 때울 겸, 습관적으로 포털사이트의 초록색 검색창에 ‘WWDC’를 검색했습니다. 보통은 뉴스나 블로그 섹션의 글을 살펴보는데, 왜인지 유행 지난 ‘지식in’ 섹션에 눈이 갔습니다. 그리고 2013년 6월경에 등록된 재미있는 질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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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WWDC가 뭐예요? 좋아하는 오빠 카톡 상메(상태 메시지를 줄여서 말하는 듯)가 이건데 ㅠㅠㅠ 이 얘기로 같이 카톡하고 싶어요ㅠㅠ”

심쿵. 이 얼마나 원초적이고 사랑스런 질문인가요? 이 귀여운 소녀는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그 오빠는 대체 뭐 하는 오빠였을까요? 벌써 2년이나 지나버렸으니, 지식인 소녀의 마음은 식어버리고 다른 오빠를 만났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요. 어쨌든 신선합니다.

사실 저는 이 질문을 보기 전까지, WWDC가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현지에 취재를 오지 않더라도 한국 시각으로 새벽 2시에 일어나 생방송과 실시간 블로그를 챙겨보는 저에게 WWDC는 너무 당연한 이름이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어떤 독자들에겐 이 단어 자체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이건 아이폰 같은 메이저 신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도 아니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개발자 회의죠.

그래서 WWDC 2015 개막을 하루 앞둔 오늘은, 현장 분위기를 살짝 전하며 이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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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부터 다시 살펴볼까요?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풀어서 보면 어려울 것 없습니다.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의 준말이죠. 애플의 연례행사 중 하나로 벌써 26회를 맞이했네요. 이름처럼 개발자들이 잔뜩 모여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과 가능성, 새로운 앱에 대해 논하는 자리입니다. 한 가지로 딱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세션이 진행됩니다. 1000명 이상의 애플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해 다양한 주제의 기술 세션을 100회 이상 진행한다고 하네요.

물론,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세션이 따로 있죠. 바로 키노트입니다. 애플은 매년 WWDC 개막과 함께 키노트를 통해 새로운 OS와 신기술을 소개해왔습니다. 애플의 우두머리(!)인 팀 쿡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상당수는 WWDC가 기술에 대한 이야기라, 마냥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시겠죠. 저 역시 개발자가 아닌지라 기술적인 얘기로 깊게 들어가면 잘 모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애플이 어떤 시나리오를 써가고 있으며, 그것들이 실제 사용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살에 닿는 이야기입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당장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에 어떤 새로운 기능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맥북과 아이패드가 ‘새로운 편리’를 모색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거죠. OS가 진화하는 과정은 실로 트렌디해서, 가끔은 사용자들 스스로도 미처 인식하지 못 했던 ‘미래의 니즈’를 들여다 놓곤 하죠. 이런 변화들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재미있는 일이랍니다. 진짜라니까요.

자, 오늘은 WWDC 개막 전날이라 할 것도 없으니 내일 행사가 열리는 모스콘 웨스트에 잠시 사전 점검을 다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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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도중에 애플 스토어를 만났습니다. 제가 중국, 일본, 스페인, 영국의 애플 스토어까지 가 보았지만 본진인 미국의 애플 스토어는 처음입니다. 멋지게 인증샷을 담고 싶었지만, 공사 중이라 주변이 엉망이네요. 잠시 애플워치도 한번 착용해보고. 나 WWDC 보러 왔어, 라고 애플스토어 직원한테 뻘소리도 해봅니다. 국내에도 곧 출시하는지라 힘겹게 애플워치를 다시 내려놓으니 “아마 넌 곧 사게 될 거야”라고 예고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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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인 맞은편 건물 모스콘 웨스트가 오히려 더 화려합니다. 전면에 WWDC 2015를 알리는 화려한 전광판이 붙어있습니다. 신나는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저 말고도 같은 위치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누가 봐도 각국의 IT 업계 종사자더군요. 왜 사랑과 메르스와 IT 업계 종사자는 속일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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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가 바로 모스콘 웨스트입니다. 내일 아침이 되면 키노트에 참석하려는 개발자들이 건물 주변을 빙 둘러 줄을 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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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들어가 보니, 개발자의 아우라가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행운의 사나이들이 행사 등록을 위해 줄지어 서 있네요. 왜 행운의 사나이냐고요?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라면 믿으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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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발자가 이 자리에 직접 참석하고 싶어 하지만, 수용 인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때문에 티켓을 손에 넣는 것부터 전쟁이죠. 심지어 비용도 상당합니다. 1599(약 175만원)달러에 달하는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죠. 지난 2013년엔 판매 시작 72초 만에 티켓이 매진되었을 정도입니다. 어지간한 아이돌 스타들의 콘서트 티켓 못지않은 인기네요. 얼마 전, 모 가수의 콘서트 티켓 예매가 오후 12시에 시작된다며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사무실에 가둬놓고 불꽃 클릭질을 시킨 기어박스 여직원이 떠오릅니다.

클릭에 서툰 개발자를 배려한 것인지, 애플은 지난해부터 추첨을 통해 WWDC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티켓을 신청하면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사람들에게만 이메일 통지가 가는 방식입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추첨에 승리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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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입장권과 WWDC 2015 기념 점퍼를 받아 가는 표정들이 실로 밝고 천진난만합니다. 하나같이 등판에 ’15’가 인쇄된 점퍼를 입고 돌아가더군요. 아쉽게도 기자들에겐 나눠주지 않습니다. 몇몇에게 다가가 뒷모습을 촬영해도 되냐고 물으니 상당히 자랑스러워 하더군요. 그래요, 개발자 여러분이 기쁘면 저도 기쁩니다. 저들의 표정을 보니, 내일 키노트에 참석할 수 있는 저 역시 상당한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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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는 더 생생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내일을 준비하러 떠납니다. 현지시각으론 개막일인 8일 오전 10시에 키노트가 시작되며, 한국 시간으론 9일 새벽 2시가 될 것 같습니다. 생중계를 보고 싶은 분들은 ‘여기’로 가시면 된답니다. 우리, 함께 해요. 혹시 졸리면 그냥 주무세요. 제가 다 정리해오겠습니다.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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