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9,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8가지 충격

샌프란시스코도 처음이고, WWDC도 처음이었다. 세상 모든 오빠들의 단골 멘트가 있지. 원래 뭐든 처음이 어려운 거라고. 이번 WWDC 첫 경험도 그랬다. 즐겁고 어려웠다.

내게 가장 익숙한 기기의 진화 과정을 엿보기 위해, 낯선 도시를 찾았다. 한국에서 새벽잠을 설치며 노트북으로 시청하던 WWDC 애플 키노트 현장은, 영상 속 분위기와는 또 달랐다. 훨씬 스릴 넘치고 재미있었다. 발표자들의 시덥잖은 농담에도 깔깔대고 웃었으며, 새로운 이야기가 공개될 때마다 “와우”하고 캘리포니아스러운 감탄사도 내뱉어 보았다. 개발자들의 리액션은 나와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서 빵빵 터지곤 했는데, 그 격차를 느끼는 것도 즐거웠다. 나는 취재에 앞서 애플 사용자에 가까운 입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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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격양된 상태로 새로운 OS와 서비스에 대해 한참 기사를 쓰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 한 명이 모바일 메신저로 묻는다. “그래서, 아이폰6S 나왔어?” 네이버에 검색 한 번만 하면 나오는 걸. 침착하게 이번 행사는 하드웨어를 공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기술에 대해 논하는 개발자 회의라고 설명했다. 바로 다음 질문이 날아온다. “그럼 내 아이폰은 뭐가 바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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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P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후반 여자 사람이며, 아이폰6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P에겐 내가 열을 올리고 있는 이야기들이 크게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과거 아이튠즈로 음원 판매 문화를 바꿨으며,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애플이 시장 대세에 따라 ‘애플뮤직’을 내놨다는 것이 그녀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P의 곁에는 이미 네이버 뮤직과 멜론이 있는데.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가 대중교통 환승 경로는 물론 도착 시간 안내까지 해주는 마당에, 한국 지리엔 어둡고 중국땅 정복에 여념이 없는 애플 지도 업그레이드 소식도 심드렁할 게 틀림없다. 애플페이? 카카오페이면 족한 P에게 애플페이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그렇다면, WWDC 키노트를 가득 채운 매력적인 뉴스 중 P의 마음을 흔들만한 것은 무엇일까. 당장 그녀의 손에 쥐어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일러줘야겠지. 그래서 준비했다. 사랑하는 내 친구 P와 수많은 iOS 사용자들을 위해서. 당장 가을에 다가오는 iOS9 업데이트에서 한국 사용자들은 어떤 신기능을 누릴 수 있을지 정리해보았다.

1. 친구야, 시리는 이제 너보다 똑똑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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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리가 등장했을 때, 나는 리뷰를 위해 사무실 구석에 숨어 시리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시리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시리야?” 이따금 인식이 잘 됐을 땐, 제법 재치 있는 대답을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의 비서 시리는 네 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다시 한 번 말해달란 대답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어떨까? 몇 년 사이, 시리는 놀라울 정도의 학습 능력을 보여줬다. 이제 인식률을 논하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 이제 시리를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할 때가 왔다.

iOS9에서 가장 힘을 준 요소 중 하나가 시리다. 이전보다 40% 더 빠르고, 40% 더 정확해졌다더라. 이제 말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이해’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새로운 시리는 여간 똑똑한 게 아니다. 프로액티브 어시스턴트라는 수식을 달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로 변모하려고 하고 있다. 말이 길어지면 어려워진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시리에게 “작년 8월에 유타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곧장 사진 앱으로 연결해 해당 사진만 검색해 보여준다. 시리가 문장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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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미리 알림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키노트에서 “내가 차에 탔을 때 지붕에 올려놓은 커피를 챙기라고 알려줘”라고 시리에게 말하는 시연을 했는데, 놀랍게도 해당 알림을 등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사용자가 명령하기 전에 먼저 제안을 건네는 능동성을 갖게 됐다. 생활 패턴이나 습관 등 반복되는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P가 매일 비슷한 시간에 버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앱을 실행하고, 자기 전에 같은 앱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이 패턴을 기억해 두었다가 먼저 제안한다는 소리다. 캘린더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입력해둔 경우,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측해 이동해야 하는 시기를 알려주는 기능도 신박하다.

2. 질문을 하기 전에, 검색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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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9 뿐만 아니라 OS X 엘 캐피탄에서도 검색 기능의 강화가 눈에 띈다. 검색 결과에서 링크나 해당 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더 밀접하고 유기적으로 진행된다. 검색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업으로의 진입이 바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아이폰의 검색 기능을 활성화하면, 검색도 하기 전에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는 체계적인 아이콘들을 만날 수 있다. 상단엔 최근 자주 연락한 사람에게 전화, 메시지, 페이스타임 등의 형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다. 그 밑에는 자주 사용하는 앱과,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가까운 식당이나 주유소, 주차장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아이콘이 있다. 굉장히 짜임새가 좋고 쓸모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사용했을 때, 현실성 있는 검색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지 여부다. 검색창에서 바로 시리를 소환할 수 있는 것도 iOS9의 새로운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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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을 검색하면, 바로 당신이 자주 쓰는 요리 앱을 연결해 그곳에서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앱이 설치돼 있지 않다면, 쓸만한 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단순히 검색 창에 갇혀 있는 결과가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것. 검색창에서 시리를 이용해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바로 해당 사진만 모아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검색에 있어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했음을 느꼈다. 문제는 여기서 구글 포토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애플 측은 키노트에서 개인정보를 외부 업체와 공유하지 않고 개인 기기에만 저장한다며 선방을 날렸다. 와우. 이렇게 검색이 쉬워졌으니 P가 내게 묻기 전에 시리를 부르게 되길.

3.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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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검색 기능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인데, 너무 쓸모 있어서 따로 번호를 선사했다. 키노트 현장에서 이 기능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사실 안드로이드에서는 서드 파티 앱과 연동해 진작에 지원되던 기능이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올 때 스팸 전화가 아닌지 미리 검색해보는 기능 말이다. iOS9의 주소록은 다양한 소스에서 얻은 정보를 통합해, 주소록에 없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도 다양한 앱과 서비스를 이용해 이 낯선 번호를 검색해본다. 그 결과 절대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아마도 이건 네 구남친일 가능성이 있어”라고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굴러간다면 정말 대박인데 말이지.

4. 가상 트랙패드 써보고 싶어요,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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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기능을 하나 더 소개해볼까. iOS9에는 새로운 퀵타입 키보드 기능이 등장했다. 타이핑이나 편집을 더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 키보드 상단에는 숏컷 바가 생기는데, 여기에 자르기, 복사하기, 붙여넣기의 기능이 녹아있다. 이 부분은 서드파티 앱을 통해 사용성을 더 확장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퀵타입 키보드의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손가락을 사용해 가상 키보드를 조작하면 마치 맥에서 사용하는 트랙패드처럼 스크롤 조정이 가능하다. 이 멀티 터치 제스처를 이용하면 텍스트 수정이나 선택이 훨씬 쾌적해진다. 아이패드를 통해 텍스트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생산성을 압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놀라운 꿀팁이다. 만약 아이패드에 물리 키보드 액세서리를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라면, 더 많은 단축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5. 멀티태스킹 싫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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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말도 많고 소문도 많던 iOS9 멀티태스킹 기능의 실체를 알아볼 차례다. 아이패드의 화면 분할 기능에 대해서는 정말 수많은 루머가 돌았다. (심지어 이것이 12인치 아이패드를 의미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iOS9은 파격적일 정도로 제대로 된 멀티태스킹을 제공한다. 앱과 앱사이를 오가는 방법이 완전히 다시 만들어진 것 같다. 홈버튼을 ‘따닥’ 눌러 앱 목록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일단 화면을 넘기듯 스와이프하면 기존에 작업중이던 앱을 그대로 둔 채, 두번째 앱이 실행되는 ‘슬라이드 오버’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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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볍게 탭하는 것만으로, 동시에 두 개의 앱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은 ‘스플릿 뷰’다. PC 환경처럼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니, 아이패드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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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갤럭시 시리즈를 처음으로 부러워했던 것이, 버스에서 팝업 창으로 야구 중계를 띄워놓고 애니팡을 하는 남자를 봤을 때다. 영상을 보면서 게임이나 쇼핑을 한다면 얼마나 꿀잼일까. 그런데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iOS9에 화면 속 화면 기능이 등장한 것! 다른 앱을 사용하며 유튜브나 페이스 타임 영상통화 창을 볼 수 있다. 어쩐지 안드로이드스러워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더 편리해졌다는 사실.

슬라이드 오버 기능은 아이패드 에어 시리즈와 아이패드 미니2 이상의 모델에서 사용 가능하다. 화면 분할 기능은 아이패드 에어2에서만 구동할 수 있다고. 확실히 이 정도 멀티캐스킹 기능을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메모리와 성능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겠지.

6. 같은 기기로 한 시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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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9은 1시간 더 길어진 배터리 수명을 제공한다. 물론 이론상의 숫자니 각자 가진 기기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저전력 모드를 지원하게 된 것 역시 새롭게 공개한 기능이다. 비상사태(?)에 이 저전력 모드를 사용하면 최대 3시간 정도의 추가 사용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전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사실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에선 자주 보던 기능인데, 배터리 신경 안 쓰는 척하던 애플이 새삼스레 후한 인심(?)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재밌다.

7. 짝사랑의 결실, 메모 앱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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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이폰에 기본 내장된 메모 앱을 상당히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5년 전 아이폰을 처음 쓰면서부터 사용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여태 애용하고 있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 외에는 거의 기능이 전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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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iOS9의 메모를 보면, 성형수술하고 나타난 애인을 보는 것처럼 낯설지도 모르겠다. 체크리스트도 척척 만들어내고, 간단한 드로잉 메모가 가능해진 메모 앱을 보라. 사진을 첨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웹페이지나 다른 앱으로 링크를 걸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해준단 말인가. 특히 드로잉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텍스트 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간단한 메모를 손끝으로 슥슥. 그래, 5년간 메모 앱을 짝사랑해온 보람이 있었구나.

8. 되게 가볍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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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이다.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새벽 5시를 향해 가고 있다. 나는 어서 마감을 하고 7시에 체크아웃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저녁 시간이라 자꾸만 메시지를 보낸다. 방금 전엔 남자 사람 친구 C에게 연락이 왔다. 내 기사를 읽은 모양이다. “야, WWDC가 재밌는 거였네?” 그래. 친구라면 이런 피드백이 와야지. 그리고 이 친구 역시 질문이 있는 모양이다. 마지막 항목으로 iOS9 지원 기기를 소개하려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 “이제 아이폰4S에선 iOS9 지원 안해주겠지?” 애석하게도(?) 대답은 NO다. 애플이 기왕 챙기는 거 오래된 식구까지 확실히 챙기기로 한 모양인다. 아니면 그만큼 OS를 가볍고 안정적으로 만들었으니 안심하라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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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9은 아이폰4S 이상의 기기와 아이패드2 이상의 기기를 지원한다. 이번 기회에 OS 지원이 끊겼다는 핑계로 구형 아이패드를 처분하려 했던 분들은 아쉽게 됐다. iOS9의 용량은 고작 1.3GB. 올라올 수 있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우리.

그럼, iOS9을 둘러싼 8가지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는 짐을 싸야 한다. 한국에서 만나요. 사랑하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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