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시계야, 진짜 애플워치 사용기

지난 4월 10일, 나는 몹시 불행했다. 런던과 도쿄, 홍콩에 있는 SNS 친구들이 애플워치 인증샷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애플워치라는 해시태그의 검색 결과를 새로고침하며 서러움에 몸서리쳤더랬다. 기약 없이 멀어진 애플워치 국내 출시는 두 달하고도 보름의 기다림을 강요했다.

그리고 지금. 내 손목에는 애플워치가 조신하게 감겨있다. 애가 타던 마음은 가라앉은 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감동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편으론 오랜 시간 타인의 손목에서 훔쳐보던 물건인지라 이상할 만큼 냉정하게 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시작하는 나의 한발 늦은 애플워치 리뷰. 이 시계에 대한 편견에 휩싸여 있거나,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거나, 이미 사버린 분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

SCENE 1. H, 포장을 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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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게 이제 와서 언박싱 과정을 나열하진 않으련다.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포장을 뜯는 손이 괜히 망설여진다. 이런 말하면 애플의 딸이냐는 소리를 듣기 딱 알맞겠지만, 정말이지 짜증 날 만큼 패키지도 잘 만들었다. 흐트러짐 하나 없이 매끈하게 만들어진 흰 박스엔 모델명과 음각으로 새겨진 애플워치 로고만 자리하고 있다. ‘밀어서 잠금해제’를 하듯 화살표 방향으로 포장을 벗기는 과정도 재미있다. 뜯는 순간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지금 개봉 중인 제품은 38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애플워치와 밀레니즈 루프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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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면, 애플워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새로 산 물건의 속살을 봤을 때만큼 섹시한 순간이 있을까. 사파이어 글래스가 매끈하게 빛난다. 이미 여러 번 시착해봤기 때문에 심드렁하고 쿨한 자세로 맞이하리라 생각했지만, 잘 안된다. 콧김을 내뿜으며 좋아하고 말았다. 케이스를 여는 자세는 스스로에게 프러포즈라도 하듯 사뭇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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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는 정말이지 디테일이 좋다. 측면 크라운의 섬세한 생김새나 어디까지가 디스플레이인지 알기 힘든 매끈한 마감도 좋다. 흔히들 애플워치는 실물이 더 예쁘다, 라는 식상한 얘기를 늘어놓곤 하는데 사실이다. 실물이 더 예쁘다는 건 만듦새가 정교하다는 뜻이다.

굳이 다른 제품과 비교하자면, 모토360을 예로 들고 싶다. 지금 생각해도 모토360의 디자인은 쿨하다. 군더더기 없고 트렌디 했다. 동그란 페이스가 가진 아날로그 감성도 훌륭했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고 너무 기대를 해서인지, 모토360의 실물을 봤을 땐 조금 실망했다. 예쁘긴 했지만 실제 손목에 착용했을 때의 느낌이 너무 투박했다. 애플워치는 그 반대다. 처음 공개했을 때 사진만 보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특히 스포츠 모델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으므로 애플이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달랐다. 당장 사야 할 것 같았다.

SCENE 2. 애플워치, H의 손목을 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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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애플워치를 구입한 모든 이가 각자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갖고 있겠지. 나 역시 그렇다. 여러 밴드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밀레니즈 루프는 진리다. 밀라노에서 개발된 디자인이라 밀레니즈 루프다. 애플이 특수 합금을 자체 개발했다고 하는데… 말만 들으면 조물주의 영역에 다다른 것 같다.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든지 그건 중요치 않다. 결론적으로 어떤 물건이 나왔는 지만 알면 된다.

아, 다들 이 비슷한 표현을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함을 피해가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이 금속 직물 형태의 독특한 밴드는 그야말로 손목에 ‘착!’ 감긴다. 살결을 핥듯 부드럽게 밀착되는 감각에 나 혼자 미친 애처럼 히죽대고 웃었다. 이거 너무 좋은데. 살짝 느슨하게 착용하면, 밴드가 부드럽게 축 늘어지는데 그 모양새가 마치 패브릭 리본 같아서 우아하다(하지만 손목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선 딱 맞게 착용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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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착용법은 왜 이리 쉽지? 나란 사람이 본래 손이 무디다. 진짜다. 엄마는 손으로 하는 일을 해선 못 벌어먹고 살 거라고 하셨다. 블라우스 단추도 한참을 걸려야 잠그고, 메탈 밴드의 시계를 착용할 땐 살갗이 꼬집히거나 손톱이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벨트형은 차고 빼는 과정이 한참 걸려 금방 버림받곤 한다. 목걸이의 이음새를 연결하는데도 취약해서 손톱이 뭉개질 때까지 고군분투… (말하다보니 한심해서 생략) 그런데 이건 너무 쉽다. 밀레니즈 루프 끝을 가볍게 잡아당긴 후에 ‘툭’ 놔주면 자석이 알아서 차르르 붙는다. 너무 쉬워서 황당할 정도다. 왜 여태까지 이런 시계를 본 적이 없을까.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선 본 일이 없다. 자석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패셔너블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야 등장한 걸까? 다들 애플워치를 살 계획이 없더라도, 매장에 가서 이 쾌적한 착용감 만은 꼭 체험해보시길 권유하는 바다.

감각적인 부분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기대하던 탭틱과 포스터치는 아주 좋았다. 애플워치에 들어간 탭틱 엔진은 특정 알람이나 동작에서 기분 좋은 진동을 울린다. 스마트폰이 드르륵 울리는 진동벨과는 조금 다르다, 팔목을 간지럽게 자극하는 ‘촉감’에 가깝다. 이 기능은 애플워치 사용자들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터치’에서 빛을 발하는데, 심장박동을 나타낼 때의 그 진동은 진짜 시계에 심장이 달렸나 싶을 정도. 관심 있는 이성한테 심장 박동을 전해 받으면 정말 심장 떨릴 것. 포스터치는 클릭의 압력을 인식해 일반적인 터치보다 더 힘을 줘서 꾹 누르면 미묘한 진동이 일어나는 기술이다. 이 진동을 통해 실제로 화면이 아래로 눌린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것이다. 포스터치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는데, 이런 촉각들이 나만 느낄 수 있는 개인적인 알람이라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애틋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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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남자가 38mm를 차도 나쁘지 않다. 42mm가 더 안정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38mm를 찼을 때의 느낌도 괜찮더라.

애플워치가 자꾸만 울렸으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연락을 안 하지. 괜히 손목이 간지럽다.

SCENE 3. 사람들, H의 손목에 관심 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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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SNS에 애플워치 득템 인증샷을 올렸다. 연락과 댓글이 빗발쳤다. 몇 년을 연락 없던 지나간 썸남도 “애플워치 어디서 샀어?”라고 카톡을 보내더라. 내가 가진 아이템을 사람들이 탐내고 관심 갖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시계는 과시의 대상이고, 취향의 표현이다. 내 손목에 걸린 물건이 당신들의 호기심과 지갑을 자극한다면 나는 으쓱해진다. 내가 무언가를 새로 구입하고 격양돼 있을 때,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것만큼 시시한 일이 어디 있을까. 적어도 애플워치를 샀을 땐, 이런 과시욕은 넘칠 만큼 채울 수 있다. 하다못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내 손목을 향한 시선이 느껴지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말할 것도 없이 애플워치는 스타일리시하다.

물론, 모두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더러는 범인을 취조하듯 집요한 질문 세례를 던진다. “애플워치 쓰면 뭐가 좋아?”, “그거 전화 돼? 인터넷 돼?”, “아이폰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거 아냐?”, “그거 갤럭시 기어S보다 혁신적인 기능도 없던데?”

이 자리를 빌려 하나씩 답해드리겠다. 애플워치 혼자서는 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폰과 연동한다면 내장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웹서핑은 불가능하지만, 애플워치를 지원하는 앱에 한해 아이폰과 연동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메신저나 지도, 게임, SNS, 날씨 앱 등이 있으며, 각각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에 맞게 심플하고 쉬운 UI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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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말은 절반 정도만 맞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한 음악 재생, 운동량과 심박수 체크 등의 기능은 아이폰이 없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의 기능은 혼자선 어려운 것이 더 많다. 애플워치가 독립으로 통신을 지원하는 기기라면 더 편리할 것이다. 맞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하자면, 우리 모두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내 손목에 있는 애플워치와 스마트폰도 연동이 끊길 만큼 멀리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적어도 내 경우엔 그렇다.

갤럭시 기어S나 LG 워치 어베인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으니, 이에 대해서도 언급해보자. 기어S의 경우 3G와 와이파이를 이용해 단독으로 전화나 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기어S는 화면이 커서 디스플레이 상에서 가상 키보드를 열어 문자까지 입력할 수 있다. 어베인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 최초로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워치다. 디자인도 제법 잘 나왔고, 음성 번역기능까지 제공한다. 기능의 가짓수로 보건대, 삼성과 LG가 만든 제품이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단 얘기다. 그런데 저 잘 만든 제품들은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정도의 매력 포인트는 없었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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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 시점에서 스마트워치는 반드시 사야 할 제품은 아니다. 애플워치라는 한정된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워치라는 제품군 자체가 존재의 이유를 찾는 험난한 여정중에 있다. 그러니 스마트폰과 같은 맥락에서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스마트워치는 초미니PC가 아니라 시계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아무리 고성능에 엄청난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LTE를 품었다 한들 내 손목에 두를 만큼 쿨하지 못하다면 아웃이다.

PC를 만들던 미국 기업이 출시한 전자시계가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패션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애플워치를 욕망한다. 실리콘밸리를 넘어 패션의 영역으로 쳐들어온 이 지독한 지름신이 애플워치의 새로운 혁신이다. (사람들이 혁신이란 단어를 좋아하니 써봤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가 좀 낯간지럽다. 언론에서 입이 닳도록 말하는 혁신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착용했을 때 IT 업계 관계자처럼 보이는게 혁신이라면 사양하련다.)

아, 질문이 하나 남았다. 애플워치를 쓰면 뭐가 좋으냐고, 바뀌는 게 있냐고. 다음 씬에서 답하겠다.

SCENE 4. H, 작은 화면에 고개를 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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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사면 뭐가 좋은지 답할 시간이다. 제일 좋은 건 애플워치가 예쁘다는 점이다. 괜스레 손목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오늘의 옷차림엔 어떤 워치페이스가 어울릴지 고민하게 된다. 여느 패션 아이템을 샀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계절이 바뀌어 새 재킷을 사거나, 큰 맘 먹고 프랑스 브랜드의 가방을 구입하거나, 브랜드 워치를 샀을 때의 그 느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나는 이런 만족감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젠가는 이 디자인에 싫증 날 때가 올 수 있다. 그건 나중 문제고, 그때쯤엔 다른 밴드를 구입하겠지.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애플워치가 당신의 삶을 ‘짠’하고 바꾸진 않는다. 첫 만남의 설렘을 지나고 나면, 애플워치는 오히려 공기처럼 익숙하고 존재감이 작다. 부드러운 터치감과 직관적인 사용환경은 iOS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익숙함이 애플워치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줄을 체크해주고, 아이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 등의 알림을 제공한다. 새롭지 않은 기능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손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용자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평소 같으면 놓칠 수 있었던 알림도 손목에서 부드럽게 울리면 놓치지 않게 된다. 간단한 알림은 애플워치에서 확인하고 끝내면 된다. 행여, 본체(?)인 아이폰을 실행해야 하는 경우엔 그 과정이 아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소소하지만 가장 와닿는 변화라면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었을 때,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단 것이다. 폰을 가방 안에 넣어놔도 전화나 중요한 메시지를 놓칠 일이 없다. 간만에 양손의 자유를 얻었다. 수시로 아이폰을 확인하는 일이 줄어들면서, 아이폰의 배터리 사용 시간이 훅 늘어났다. 내가 아이폰으로부터 독립(?)되다니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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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이유로 좀처럼 쓰지 않던 음성인식 기능과도 친해졌다. 라인이나 카카오톡, 아이메시지를 받았을 때 답장하기를 선택하면 이모티콘이나 음성인식을 통한 텍스트 작성이 가능하다. 아이폰을 꺼내긴 귀찮으니 간단하게 음성 인식으로 답장을 보낸다. 신기한 건 내가 “나 지금 쇼핑 중이야. 크크크크크.”라고 말했더니, 현지화가 어찌나 잘 됐는지 “나 지금 쇼핑 중이야 ㅋㅋㅋㅋㅋ”라고 텍스트 표시가 되었다는 사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사용하던 귀여운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들을 애플워치의 손톱만한 화면에서 다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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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작은 화면이 답답했는데, 쓰다 보니 잘만 활용하면 못할 게 없다. 특히 애플워치용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는 사진이 좀 작다는 것만 빼면 아이폰 앱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무엇 때문인지 SPA 브랜드 자라는 소름끼칠만큼 빠르게 애플워치용 앱을 내놨다. 내게 중요한 쇼핑 기능은 없지만, 가까운 매장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때마침 세일 기간이길래 잠실로 뛰어가 잠시 쇼핑을 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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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작은 화면으로 소소한 게임도 즐길 수 있더라. ‘Four Letters’를 추천한다. 알파벳 네 글자를 조합해 단어를 만드는 단순한 게임인데 해보면 안다. 긴장감이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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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페이스는 놀라울 만큼 매력적이다. 처음엔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처럼 자유롭게 워치페이스를 바꿀 수 없음에 실망했다. 초반 생태계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건 애플이 늘 해오던 일이다. 대신 기본으로 제공하는 워치페이스가 아주 좋다. 유틸리티 모드를 가장 심플한 디자인으로 설정하면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세계시간이나 알람, 날씨, 배터리 상태 등 원하는 정보를 꺼내놓을 수도 있다. 계속 다른 꽃이 피어나는 화면이나 달의 표면을 볼 수 있는 워치페이스는 묘한 느낌을 준다. 미키마우스는 당연히 귀엽다. 어쩐지 내가 어려 보이는 것 같은 착각도 안긴다. 생각보다 조합할 수 있는 가짓수가 엄청나서, 첫날엔 두 시간 넘게 워치페이스만 만졌다. 이런 게 스마트워치를 쓰는 재미겠지.

이렇게 애플워치가 내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깨알같은 디테일이 문득문득 감탄하게 만들고, 그러다가 무덤덤해지고 그러다 또 다시 보면 예쁘다. 당신이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품은 시계다. 물론 스마트하기도 하다. 하지만 시계의 기능이 당신의 삶을 바꿀 파괴력을 품지 않았다고 해서 광분할 이유는 없다. 아, 애플페이를 국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면 내 일상을 완전히 바꿨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선 동네 슈퍼에서도 되던데…

SCENE 5. H, 땀 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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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한 달간 멀리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애플워치를 사면 의식적으로 운동량을 늘리게 된다는 후기를 여럿 읽었는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활동 앱의 과녁형 디자인이 나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한 바퀴를 채 돌지 못한 빨강, 초록, 파랑 띠가 마음속에 찝찝함으로 남는다. 결국 어젯밤엔 헉헉거리며 심박수가 170을 넘나들도록 유산소 운동을 했다. 300칼로리의 일일 목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기초대사량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내 움직임 만으로 300칼로리를 소모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간만에 땀을 흘리고 나니 애플워치가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목표 달성 배지도 받았다. 오늘도 운동해야지. 좋은 동기부여다. 이 점이 내가 애플워치를 사용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다. 시계에게 보고하기 위해 운동하는 기묘한 삶!

배터리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해볼까? 하루를 쓰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어제 기준으로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써도 10% 정도가 남아있었다. 다만, 애플워치의 운동앱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측정하기 시작하면 배터리 소모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 배터리가 별로 없을 땐 운동앱의 설정에서 전원 절약 모드를 선택하면 심박 센서를 비활성화해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기기가 늘어난 건 좋지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충전해야 할 기기가 늘어난 건 번거로운 일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나란히 충전시켜 놓고서야 하루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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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을 하나 드리자면 애플워치는 거치대가 있는 게 좋다. 충전단자에 얹어놓고 나면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애매하다. 충전기와 결합해 사용하는 형태의 거치대가 있으면, 보기에도 좋고 충전도 더 간편하다. 나는 슈피겐의 애플워치 스탠드를 사용하는데, 애플 느낌 물씬 나는 디자인 덕에 아이맥과 나란히 세워두면 한 세트 같다.

자, 애플워치와 함께 한 5가지 씬은 여기까지. 놀랍게도 아직은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 어여쁜 기기와 조금 더 친해진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