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바꾸자, 애플워치 알차게 쓰는 꿀팁

애플워치와 나의 나날이 딱 2주를 채웠다. 이제야 이 제품을 향한 요란스런 관심이 좀 수그러드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벌써 애플워치와의 생활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혹은 차분히 주위 반응을 본 끝에 구매를 다짐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여전히 스마트워치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한데 그 이상의 기능이 없는 스마트워치가 왜 필요한지 물으며 핏대를 세운다. 고작 물건을 두고 이렇게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한 제조사의 신제품을 두고 ‘구입 이유’를 표명해야 하는 상황 역시 흔히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반대파(?)의 의견 중 상당수는 사실이다. 현재로써 스마트워치는 반드시 사야 할 만큼, 파괴력 있는 카테고리는 아니다. 있으면 조금 편리하고 재미있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렇다면 왜 애플워치를 사는가. 산 사람들 대부분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냥 갖고 싶어서 샀다”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능이나, 편리성에 대해서도 고려했겠지만 그 제품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는 뜻이다. 왜냐면 이건 시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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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애플워치가 시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모두가 편해진다. 시계는 향수나 구두처럼 취향을 반영하는 액세서리다.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 일주일은 거뜬한 배터리와 통신 기능, 저렴한 가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불매 운동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내 취향의 제품을 산다는 것은 그 사실 만으로 나에게 기쁨을 주니까. 가격에 대한 기준이나 만족감을 결정하는 것은 그 취향의 주체인 사용자다.

그간 애플워치의 존재론적 의의에 대한 다양한 글이 쏟아져 나왔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냥 오늘은 조금 힘을 빼고, 취향에 마음을 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주일 간의 애플워치 사용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더 예쁘게 쓰고 싶은 마음에, 액세서리도 사고, 하루하루 SNS 느낌의 허세 인증샷도 남겨봤다. 매일 매일 옷차림에 맞춰 워치 페이스를 바꾸는 일도 잊지 않았다. 놀랍게도 모든 페이스마다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Millions of ways to se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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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의 첫 화면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운동, 뉴스, 메일, 메신저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결국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은 워치페이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페이스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에 꼭 맞춘 형태여야 한다. 시계 페이스에서 시간을 표시하는 기능 외에 다른 정보를 알려주는 특수 기능을 ‘컴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 애플워치에서는 사용자 입맛에 맞게 가상 컴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다. 스포츠를 즐긴다면, 활동량 현황을 자주 체크할 것이다. 하루에도 서너 건의 외부 미팅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케줄을 한눈에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페이스가 유용하다. 해외 출장이 잦다면 세계 주요 도시의 시간을 함께 띄워 놓아도 좋겠다.

꽃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컴플리케이션 아이콘들이 단순히 정보 표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능의 앱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는 ‘숏컷’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워치페이스에서 과녁 형태의 활동 아이콘을 ‘톡’ 터치하면 바로 앱에 접근할 수 있다. 결국 워치페이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애플워치를 더 편하고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단 얘기.

헛손질안하는거

애플워치 화면을 꾸욱 포스클릭해 원하는 워치페이스를 고르고, 크라운을 돌려가며 컬러를 바꾸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다. 자, 이제 나의 소소한 일상을 공개한다. 사진은 모두 아이폰6로 편하게 찍었다.


Mickey M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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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처음 개봉하고 나면, 열 중에 아홉이 미키마우스부터 찾는다지. 그만큼 이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1920년대부터 사랑받아온 클래식 캐릭터가 가장 첨단의 기기에서 딱 맞는 자리를 찾았다는 아이러니도 즐겁지 않은가. 미키마우스는 본래부터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 속에 살았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양팔을 자연스럽게 돌려가며 시와 분을 표시한다. 게다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노란 발은 초침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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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하지만 클래식한 분위기 덕에 스포츠나 밀레니즈 루프, 모던 버클 등 다양한 밴드와 어색함 없이 어울린다. 총 세 가지 컴플리케이션을 꺼내 놓을 수 있다. 미키 페이스를 쓸 땐 야외로 놀러 가거나 가벼운 차림인 경우가 많아서 배터리와 날씨, 활동량을 표시해놓고 사용했다.


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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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모션 워치페이스에 대해 시큰둥했다. 일단 시계 화면에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IT제품스러워 거부감이 들더라. 그리고 심해 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헤엄치는 해파리는 너무 무서웠다.(다른 사람들은 멋있다던데…) 근데 쓰다 보니 이 단순 명료한 모션 페이스에 매력을 느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짬짬이 찍어놓은 인증샷 중 모션 페이스가 가장 많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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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을 들어 시계를 볼 때마다 날갯짓하는 나비와 활짝 피어나는 꽃은 잔잔한 감동이다. 매번 다른 모습의 꽃과 나비가 나타나기 때문에, 시계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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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한 디자인의 팔찌와 탑을 입은 날엔 나비 모션을 입히고, 플라워 패턴 크루치아니ST(!) 팔찌를 찬 날엔 꽃 모션을 입혔다. 손목을 봤는데 절묘하게 깔맞춤이 맞아떨어질 때의 소소한 즐거움이란. 모션 페이스의 경우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을 적용할 순 없다. 이 느낌적인 느낌과 시계만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 굳이 필요하다면 날짜 정도를 시간 밑에 표시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론 시계와 모션만 있는 깔끔한 상태를 추천한다.


Astr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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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화요일이었다. 모처럼 여성스러운 옷차림이었던지라, 팔찌도 두 개나 레이어드해 보았다. 화면이 꺼져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날의 워치페이스는 무엇이었을까. 의외로 나는 천체를 골랐다. 나비나 꽃을 매치해도 예뻤겠지만, 천체 워치페이스는 아주 묘하게 로맨틱하다. 이 페이스를 보며 애플이 하나하나의 디자인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실감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손목 위의 작은 화면에서 우주를 느낄 수 있달까. 이를 살펴보는 일 자체가 아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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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는 크게 지구, 달, 태양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그란 지구를 화면에 띄워놓고 오른쪽의 디지털 크라운을 슬며시 돌려주면 과거와 미래를 여행할 수 있다. 지구가 서서히 자전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지구가 한 번 돌 때마다 하루씩 시간이 지난다. 나는 특히 달의 모습을 좋아하는데, 우아하게 그림자진 달의 모습을 보며 크라운을 돌리면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물 흐르듯 감상할 수 있다. 이날도 여성스러운 옷차림에 맞춰 문페이즈를 띄워 놓았다. 문페이즈는 한 달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또, 장난감 같은 태양과 주변 행성들의 일주는 1년의 시간을 보여준다. 손목 위에서 1년이 지났다. 이렇게 보면 애플워치를 쥐고 가만히 세상을 보고 있는 내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참고로, 천체 워치페이스는 추가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설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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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구글링만 해도 새로운 디자인의 워치페이스를 구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웨어의 스마트워치와는 달리, 애플워치는 기본 내장된 워치페이스 외에는 설정할 수 없다. 사실, 워치페이스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스마트워치를 쓰는 재미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이를 통제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계산된 사용자 환경을 보여주기 위함인듯 하다. 단순히 화려하고 예쁜 이미지로 구성한 시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패키지’같은 느낌. 다양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으로선 잘 만든 기본 페이스에 만족한다. 워치OS의 환경이 완벽히 정착한 후에도 이런 정책을 고수할진 알 수 없으니 기다려 보자.


Si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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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화장기 없는 얼굴에 캐주얼한 옷차림인 경우가 많다. 이날은 특별히 약속이 있었다. 아끼는 셔츠와 가방을 꺼내고, 화려한 팔찌도 매치해보았다. 워치페이스도 패션의 일부니까 아주 고심해서 골랐다. 고급스럽고 심플한 느낌이면 좋을 텐데. 미키마우스는 너무 귀엽고, 유틸리티는 다소 학생 같다. 출근길 내내 워치페이스만 만지작거리다 만들어낸 걸작! 심플 워치페이스의 ‘사용자화’에 들어가면 다이얼부의 디테일을 조절할 수 있다. 크라운을 살살 돌리면서 모든 군더더기를 빼고 가장 단순한 상태로 남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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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바늘을 빼곤 모든 디테일을 없애버렸다. 초침의 컬러를 바꿀 수 있길래, 레드로 포인트를 줬다. 이 디자인은 비교적 많은, 최대 5개의 컴플리케이션을 추가할 수 있다. 기본 페이스 자체가 정제돼 있기 때문에 여러 컴플리케이션을 넣어놔도 깔끔하기 때문.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극도의 미니멀리즘. 모든 컴플리케이션을 없애고, 배터리 잔량만 남겼다. (성격 상 배터리를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이 상태로 보니, 샤넬의 프리미에르 워치도 떠오른다.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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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유난스럽게 미니멀한 디자인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날씨와 날짜 정도는 꺼내놓고 사용하길 추천한다. 이 날은 계속 시계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인증샷도 징하게 남겼다. 정말 럭셔리 워치를 가지게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이쯤에서 많은 분들이 된장녀 키워드로 공격을 시전할 것 같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C브랜드의 가방이 아니다. 전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오랫동안 좋아해온 브랜드의 클래식백과 매치해도 애플워치가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이건 남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링크 브레이슬릿이나 가죽 루프 등 고급스러운 느낌의 밴드와 함께 한다면 애플워치는 근사한 슈트에 매치해도 기죽지 않는 패션 아이템이 된다. (물론 애플워치 에디션은 말할 것도 없다) 운동화에 체크 셔츠 차림에나 어울리던 스마트워치가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된 건 정말 새로운 일이다.


Ut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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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워치페이스가 가장 ‘기본형’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틸리티 페이스는 굉장히 시계다우면서도 실용적이다. 어떤 페이스를 써야 할지 도저히 고르기 힘들다면, 그냥 이걸 선택하면 된다. 무난한 디자인 덕에 어떤 밴드와도 어울리며, 다양한 액세서리나 옷차림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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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내가 원하는 만큼 심플하거나 상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소개한 디자인들은 아이콘 형태의 컴플리케이션만 적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 페이스는 한 줄 정도의 문자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단에 캘린더를 설정해두면 어떤 일정이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물론 날짜나 일몰/일출, 활동 현황 등을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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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구체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될 듯. 기사를 쓰는 오늘은 유틸리티 페이스 하단에 활동 앱의 현황을 꺼내놨는데… 오늘 고작 12분 정도 운동했다고 나온다. 좀 움직여야 할 텐데… 슬프게도 고독하게 야근 중. 아, 애플워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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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내 애플워치를 뺏어 찬 기어박스 막내 에디터의 사진을… 건강을 생각하는 에디터L은 직접 갈아 만든 밀싹 주스를 쥐고 있다. 한 입 먹어봤는데 잔디밭 맛이 난다. 그녀는 ‘태양’모드가 제일 좋다더라. 태양이 하늘 어디쯤에 있는지를 표시해주는 묘한 디자인의 워치페이스다. 하루동안의 시간 흐름을 아름다운 궤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L은 점점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게 좋은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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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 모든 워치페이스를 소개한 건 아니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어떤 느낌인지를 이야기해 보았다. 스톱워치를 장착한 크로노그래프나,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담아주는 모듈 등의 페이스도 있다. 한정된 페이스 안에서도 다양한 세부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워치를 손에 넣는다면 처음 이틀은 이 설정을 하는 데만 보내게 될 것이다. 꼼지락, 꼼지락. 새로운 세상에 온 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