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하이브리드,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일본은 역시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하이브리드’하면 ‘프리우스’밖에 몰랐던 내가 토요타의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직접 만났다. 세단, 웨건, SUV, 미니밴까지 장르부터 제각각이다.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독특한 하이브리드 미니밴, ‘알파드’를 골랐다. 그리고는 오른쪽에 달린 어색한 운전대를 잡고서 150여 km를 달렸다. 이름하여 일본으로 떠난 토요타 하이브리드 원정대다.

럭셔리 MPV, 토요타 알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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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알파드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2002년에 등장한 토요타의 럭셔리 MPV다. 시에나보다 진보한 고급형 미니밴으로 보면 쉽다. 우리나라에선 카니발 정도만 겨우 인정받고 있지만, 일본의 미니밴 사랑은 유난스럽다. 브랜드마다 내로라하는 미니밴 라인업은 물론이고, 퍼스트 클래스처럼 럭셔리한 미니밴까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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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하면 우리가 시승한 알파드도 빠지지 않는다. 렉서스에서나 있을 법한 부드러운 가죽 시트와 화려한 인테리어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특히 2열의 호사스런 오토만 시트는 한번 앉으면 도저히 떠나기 싫을 정도. 등받이를 뒤로 밀고, 다리 받침대까지 올리면 절로 CEO의 영혼이 빙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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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드라이브 챌린지는 약 150km의 노토반도를 달리는 코스. 모두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아쿠아, 프리우스 PHV, 알파드 하이브리드, 벨파이어 하이브리드, 코롤라 필더 하이브리드, SAI까지 총 7대가 함께 달렸다. 연비 계측은 총 3개소에서 각 차량은 일본 연비인 JC08모드를 기준으로 기록하고, +/- 오차를 포인트로 가져간다. 만약 포인트가 같다면 승차 인원수가 많은 쪽이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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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른쪽 운전석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은 차량의 진행 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기 때문이다. 시프트 레버는 왼손으로 조작하고, 와이퍼와 시그널 램프 스위치도 반대였다. 비도 안 오는데, 시그널 램프 대신 와이퍼를 신나게 켰다. 진행 방향도 다르기 때문에 고속도로 진출입이나 좌회전 우회전 방법도 모두 다르다.

하이브리드로 만나는 미니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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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드는 2AR-FXE 2.5ℓ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가졌다. 구동 방식은 전기 모터가 후륜을 보조하는 E-Four. 효과적인 트랙션과 코너링 성능까지 한 번에 잡는 구동계다. 하지만 미니밴은 연비 면에서 다소 불리한 조건이다. 2톤을 넘어가는 무게에다가, 우리 차에는 가장 많은 인원인 4명이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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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알파드는 커다란 몸집에도 가뿐하게 가속을 이어간다. EV 역할은 엔진 깊숙이 들어와 굳세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연비 챌린지가 시작됐지만 굳이 연비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도로 사정에 익숙해지면서 때로는 호쾌한 가속도 주문하고, 크루즈 컨트롤로 여유롭게 순항하기도 했다. 물론 그 와중에 엔진은 숨을 죽인다.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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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그게 미니밴이든 세단이든, 어디서나 부드럽게 가속하고 알아서 숨을 멈춘다. 성숙한 기술의 증거이자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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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도, 소음도 없는 승차감은 하이브리드의 특권이다. 특히 알파드의 럭셔리한 2열 시트와 만나면서 움직이는 고급 살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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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고 세 시간 남짓. 번갈아가며 운전하다 보니 어느새 종착 지점에 도착했다. 총 세 번의 연비 계측으로 우리의 알파드는 15.7km/ℓ, 16.8km/ℓ, 17.5km/ℓ를 기록했다. 알파드의 일본 연비(JC08 mode)는 18.4km/ℓ로 -5.2 포인트를 잃은 상황. 하지만 무거운 미니밴에다가 유일하게 4명이 탑승한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선방한 셈이다. 우리는 총 7대의 하이브리드 중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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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연하게 프리우스를 택하거나, 캠리,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대안이 될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정이 달랐다. 잘 빠진 스포츠 세단도, 실용성 끝내주는 웨건도, 심지어는 럭셔리한 미니밴조차도 알뜰살뜰한 하이브리드를 누릴 수 있다. 토요타가 처음 프리우스를 공개했을 때, 그 때의 낯선 기술이 이제는 우리 옆에 바짝 다가왔다. 이제는 일본이 아닌 우리 차례가 아닐까?

김장원

너무 진지할 필요 없어요. 쉽고 즐거운 자동차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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