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결정? 아이폰6S 현장 리뷰

며칠 전, 사용하던 아이폰6를 망가트렸다.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변기에 빠트렸는데, 그것도 취재 차 찾았던 베를린의 전시회장 화장실에서 말이다. 뽀얀 변기에 몸을 담근 내 아이폰.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 새 아이폰을 구입할 때까지 가벼운 우울증에 시달렸다. 스마트폰 중독이라 표하면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지만, 삶의 즐거운 순간마다 나를 지지하던 그 작고 예쁜 기기가 없으니 모든 게 심드렁했다.

지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기사를 쓰고 있다. 왜 여기 있냐고?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를 취재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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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아이폰6S와 아이폰6+S가 공개됐다. 그리고 럭키하게도 현장에서 제품을 잠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폰에는 내가 좋아하던 요소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녹아들어 있었다. 박스에서 꺼낸지 3일 밖에 안된 내 아이폰6는 아직도 반질반질 윤이 나건만, 나는 출시도 안된 신제품을 만져보며 마음속으로 ‘구매확정’ 버튼을 누른다. 꾸욱. 자, 함께 뽐뿌를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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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전시된 곳엔 셔터 세례가 이어졌다. 다들 새로운 아이폰6S의 화면을 손끝으로 꾸욱 눌러보고 싶어 했고, 애플펜슬을 손에 쥐어보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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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취재 경쟁을 뚫고 들어가 모두가 노리는 아이폰6S 핑크 모델을 만났다. 아아, 정식 네이밍이 로즈 골드인데 핑크를 핑크라 부르지 못하니 현기증이 날 것 같다…

나란히 선 4가지 모델을 보니 눈치채지 못한 사이 아이폰이 꽤나 컬러풀해졌다는 걸 실감했다. 골드 컬러만 나왔을 때도 신선했는데, 이젠 내가 좋아하는 핑… 로즈 골드 컬러도 생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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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이렇게 연약한 컬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강성은 더했다. 항공 우주 산업에서 사용하는 7000 시리즈 알루미늄을 사용했다고 한다(솔직히 나도 7000 시리즈 알루미늄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전문가에게 기사를 의뢰했다. 궁금하면 ‘여기’에서 확인하고 오자).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애플은 컬러를 만지는 감각이 남다르다. 아마 수천 가지의 컬러를 조합해보고 그중에 제일 예쁜 걸 고르겠지.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은은하고 새침한 핑… 로즈 골드를 만들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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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7000 시리즈 알루미늄은 기존 아이폰보다 60% 가량 강도가 높다고 한다. 아마 전작의 밴드 게이트를 의식한 결정이 아닐까? 현장에선 눈치채지 못했는데, 확인해보니 무게와 두께도 조금 늘어났다. 아이폰6와 아이폰6S를 비교해보자. 무게는 129g에서 143g으로, 두께는 6.9 mm에서 7.1mm로 늘었다. 하지만 일 년 넘게 아이폰6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손에 쥐고 한참 사용해봐도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욘 없겠다. 차라리 내구성을 개선한 편이 훨씬 건강한 선택이다. 이젠 바지 뒷주머니에 넣지 말라는 등 곤혹스런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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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디자인에 대한 나의 결론은 핑크(그냥 이렇게 부르련다) 컬러가 정말 마음에 든다는 것. 새로운 컬러에 대한 욕망은 여러 가지 속내가 숨겨져 있다. 컬러에 대한 선호도나 취향도 반영되겠지만, 전작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개성이 좋기 때문이다. 어디 들고 가도 ‘나 신제품이에요’라고 뽐내는 그 노골적인 존재감이 매력 포인트란 얘기다. 아이폰5S 공개 당시 골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들 아닌 척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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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로 3D 터치를 체험해볼 시간이다. 애플워치와 맥북에서 포스터치라는 이름으로 경험해본 바 있지만, 이렇게 큰 디스플레이에서 구현되는 건 처음이다(중국 화웨이가 발 빠르게 포스터치 스마트폰을 공개해 사용해봤지만, 썩 개운하게 와 닿는 것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3D 터치라는 이름은 이 개념을 대변하기엔 조금 불분명한 명칭이라 생각한다. 이 기술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사용자 입장에선 분명 혼동이 있을 것이다.

자, 화면을 꾸욱 눌러보자. 처음엔 딱딱한 디스플레이 표면을 버튼 누르듯 눌러야 한다는 감각이 생소하다. 요령(?)을 공유하자면, 아이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서, 이 화면이 뒤로 밀리며 움푹 들어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 된다. 그럼 오묘한 진동과 함께 디스플레이가 정말 움직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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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 통화 앱을 3D 터치해 보았다. 손을 떼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 화면 아이콘 위로 내가 즐겨찾기한 연락처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다. 퀵 액션이란 기능으로 일종의 숏컷을 제공한다. 이 상태에서 원하는 이름을 선택하고 손가락을 떼면 바로 전화가 걸린다. 심지어 즐겨찾기에 정렬된 연락처 순서와 역순으로 표시되는 디테일을 갖췄다. 제일 상단이 1번이 아니라, 엄지 손가락에 가까운 목록이 1번이라고 생각하는 섬세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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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앱 아이콘도 꾸욱. 새로운 게시물 쓰기와 사진 촬영, 체크인, 검색 등 자주 쓰는 기능 4가지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카메라 앱을 가볍게 눌러서, 곧장 셀카 모드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혁신. 행사장에서도 나 홀로 셀카를 찍어보았다. 퀵 액션 기능은 모든 앱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주요 앱에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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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3D 터치를 이용한 또 다른 기능, ‘픽 앤 팝(Peek and Pop)’을 소개하려 한다. 똑같이 화면을 가볍게 누르는 제스처지만 퀵 액션과는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자, 시연용 아이폰6S엔 영문 이메일이 잔뜩 들어차 있다. ‘Trip to Iceland’라는 제목의 두 번째 메일을 깊게 눌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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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창 형태로 메일 내용이 표시된다. 내용과 첨부된 사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실제로는 메일을 확인하고 그 안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다. 그냥 미리보기 창을 통해 콘텐츠 내용을 슬쩍 들여다보는 개념이다. 나는 여전히 메일 리스트라는 공간에 머무른 채, 작은 창문을 통해 속내용에 뭐가 있는지 훔쳐보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겠다. 이게 픽(Peek)이다. 별 내용이 없거나, 메일이 읽음 처리되는 것이 싫다면 그냥 손가락을 떼면 된다. 그러면 다시 메일 리스트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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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쩍 메일 내용을 보니, 좀 더 자세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그럴 땐 메일 본문으로 진입해야 한다.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단계 더 강한 강도를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한번 더 꾹 눌러주자. 그러면 바로 메일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는 창으로 이동한다. 이게 팝(Po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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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콘텐츠를 픽한 상태에서 손가락을 위로 당기면, 다른 메뉴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메일의 답장하기나 전달, 중요도 표시 같은 메뉴 말이다. 처음엔 이 개념이 낯설어서 화면 여기저기를 터치하며 어버버거렸는데. 두세 번 시도해보니 감이 온다. 정말 놀라울 만큼 직관적인 UI다. 심지어 한 손가락으로 터치하는데 굉장히 많은 일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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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픽 앤 팝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엔 메시지 창을 보자. 테스트하기 좋게끔 메시지 내용에 여러 떡밥이 있다. 이 중 밑줄이 들어간 단어나 링크를 3D 터치로 픽하면 관련 내용을 미리보기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UA 257이라는 항공기 편명을 터치하면 비행 여정과 지도상의 경로가 표시되고, 날짜를 누르면 캘린더가 표시되는 식이다. 특히 웹 링크를 픽했을 때는 별도의 창을 띄우지 않고, 3D 터치로 어떤 웹페이지인지 확인하고 바로 빠져나올 수 있다.

3D 터치가 제시하는 메시지는 흥미롭고 명확하다. 디스플레이라는 가상 세계에 물리적 감각의 요소를 반영해 더 직관적인 조작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의 ‘픽’으로 링크나 콘텐츠의 미리보기만 확인하고 빠져나올 수 있는 기능은 탁월하다. 현재 위치를 유지한 상태로 어렵지 않게 다른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으니 말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창이 뜨고 웹서핑을 하다 보면 어디까지 와있는지 알 길이 없는 사용자들에게 피로도를 덜어주는 고마운 기능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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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S에서 가장 새롭고 중요한 요소가 3D 터치인 만큼, 한 가지 기능을 더 소개하겠다. 인스타그램에서 픽 앤 팝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더라. 이를테면 인스타그램을 쏘다니다가 Gearbax라는 계정으로 올라온 한 사진을 봤다. 그 계정에 다른 어떤 사진이 있는지 궁금한데, 터치해서 이동하는 건 번거롭다. 이 경우엔 그냥 해당 계정의 프로필 사진 부분을 꾸욱 3D 터치해주면 된다. 바로 미리보기 창으로 최근 6개의 등록 사진과 팔로워 수를 확인할 수 있다. 깨알 같은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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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iOS9의 멀티태스킹 기능을 3D 터치로 대신할 수 있다. 화면 모서리부터 꾸욱 눌러서 책장을 넘기듯 넘기면 되는데, 이 기능은 익숙지 않아서인지 원하는 대로 원활하게 조작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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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S의 디스플레이가 어떤 식으로 터치의 강도를 파악하는지 궁금하다면, 스케치 기능으로 들어가 손으로 슥슥 선을 그어보자. 힘을 준 강도에 따라 펜의 농도가 달라진다. 가볍게 한번, 무겁게 한번 번갈아 가며 선을 그어 보았다. 슬쩍 보기에도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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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궁금한 건 사실 카메라다. 1200만 화소의 시대가 드디어 열렸으니, 여태까지도 좋았던 iSight 카메라는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아쉽게도 이 아비규환 속에 카메라 성능을 테스트하는 건 무리다. 그냥 앨범 목록에 들어있는 파노라마 사진을 한 장 꺼내보았다. 사진으론 잘 느껴지지 않는데, 디테일과 컬러에 생동감이 넘쳐 입체적으로 보일 정도다. 확대해봐도 사진 속에 세밀하게 담긴 정보가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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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이번에 야심차게 강조하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라이브포토다.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조금 싱거운 기능일 수도 있고,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애틋한 기능일 수도 있다. 라이브 포토는 이 모드로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의 전후 몇 초를 영상으로 담아두는 기능이다. 실제로는 사진이지만 3D 터치로 가볍게 눌러주면 갑자기 생명을 불어넣은 듯 사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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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기술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강조하는 게 조금 멋쩍긴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라이브포토를 만나보니, 혁신적인 기술은 아닐지언정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아마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에 미처 담지 못한 아이들의 서툼과 자연스러운 몸집과 표정이 영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보자. 이 라이브포토는 잠금화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이폰6S를 사용하는 잔잔한 재미 요소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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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화면에서 HDR 메뉴 밑에 있는 노란 태양 그림이 라이브 포토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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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포토는 에어드롭 등 다양한 공유방식을 통해 아이폰6S 시리즈가 아닌 다른 iOS 기기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냐고? 3D 터치는 없지만, 그냥 화면을 길게 터치하면 사진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 이렇게 정신없이 만지작거렸던 아이폰6S 현장 리뷰를 마무리하련다. 이제 곧 이 어여쁜 제품과 더 깊이 있는 만남을 가질 날이 오겠지. 혹시 살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리뷰가 됐길 바라면서. 숨 한번 고르고 아이패드 프로 현장 리뷰로 다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