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사물인터넷(IoT)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쓴 것 같지만, 아직은 그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워낙 광범위한 개념을 껴안고 있다 보니 경계 자체가 모호하기도 하고.

아직 이 용어가 낯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해볼까. 일단은 말 그대로 각종 사물과 사용자 사이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고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미 자체는 어렵지 않다. 나와 떨어져 있는 사물들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장 가깝고 쉬운 예를 들자면 집 밖에서 집안의 전등을 끄거나 난방기기를 가동하는 일들이 사물인터넷에 속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 가전 시장에 범람하는 용어인 ‘스마트홈’이다.

최근 모든 IT 전시회가 그러하듯,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됐던 IFA 2015의 주요 화두도 사물인터넷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사물인터넷 네트워크의 기반이 될만한 구체적인 제품이 등장하며 윤곽이 잡히는 모습이다. 먼 미래를 보자면 우리 주변의 모든 제품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일상의 모든 행동이 데이터화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자는 동안 심박수나 체온 등 건강 상의 이상 신호가 포착되면 자동으로 의사에게 보고되고, 마트에서 구입한 식료품 목록이 냉장고로 전송돼 자동으로 유통기한을 체크해주는 것이다. 보다 범국가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실 더 재미있고 파격적인 일들이 가능할 텐데 내 상상력이 이렇게 빈곤하다.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사물인터넷의 골자가 편리함과 효율의 증대란 말씀. 이제 좀 쉬운 것 같다. 여러분한테도 쉬워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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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쉬운 얘기를 해보자. 제조사들이 IFA 2015에서 공개한 구체적인 제품을 살펴볼 차례다. 삼성전자는 ‘In sync with life’라는 주제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IoT존을 조성했다. 여담이지만 정말 제대로 힘을 쏟았더라. 천장에는 65인치 커브드 SUHD TV 18대를 설치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하늘의 변화를 표현했으며, 원형 투명 유리관 안은 활용 시나리오에 따라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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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스마트싱스 허브’다. 이 제품은 자체 프로세서를 강화해 기기 간의 연결과 제어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 카메라와 연결해 집안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보안 기능은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특정 상황에만 영상을 녹화한다. 추가 센서와 연결하면 화재나 연기를 감지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비디오 클립들은 즉각 사용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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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선보인 ‘슬립센스’도 흥미롭다. 수면 건강을 책임지는 특화 기기로 수면 패턴이나 시간, 질 등을 분석해 완벽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에어컨, TV, 오디오, 전등 등의 가전제품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TV 시청 중에 잠이 들면 저절로 전원이 꺼지며, 전등도 수면 모드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면 환경을 만들어준다. 향후 타 브랜드의 커피 메이커나 커튼 등 다양한 제품과 연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사용 방식도 간단하다. 침대 매트리스 밑에 놓아두기만 하면 어떤 조작도 필요 없다. 맥박, 호흡, 수면주기,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분석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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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를 향한 지름길을 제시했다. 전시장 여기저기를 살펴보니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지름 4cm 정도의 원형 센서가 붙어있더라. LG전자가 IFA 2015에서 야심 차게 선보인 스마트씽큐 센서다.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제품에 이 센서를 부착해두면, 스마트폰으로 작동 상태를 알려주고 원격 제어도 지원한다. 제품 안에 가속도, 근접, 온도, 습도, 리모컨의 5개 센서가 들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가속도 센서로 문 열림이나 진동을 감지해 작동 여부를 파악한다. 창문이나 대문, 찬장 등에 근접 센서를 부착해 두면 문이 열릴 때를 파악해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보안 기능을 하는 셈. 또, 스마트씽큐 센서를 에어컨이나 로봇청소기에 부착해두면 외부에서도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이 모든 작업들을 한눈에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씽큐 앱도 잘 만들었다. 각각의 센서는 충전 후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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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의 기본 전제가 네트워크 환경이다 보니, 이통사 역시 시장 준비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국내 이통사 중엔 유일하게 IFA 2015에 직접 참가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스마트홈 플랫폼을 시연했다. 이미 위닉스, 경동 보일러 등 25개사와 제휴를 맺고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다. 외출 모드를 선택하면 에어컨, 보일러, 전등 등 집안의 모든 기기가 대기 모드로 바뀌고 귀가 모드를 누르면 원하는 설정에 맞게 가동되는 등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위닉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와이파이 기술을 탑재한 공기청정기는 실내 습도와 청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원격제어 기능도 지원한다. 여기에 국내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서비스 협력을 체결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효율적인 협업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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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사물인터넷(정확히 말하면 스마트홈에 집중돼 있지만)의 구체적인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앱을 통한 직관적인 제어 방식 등이 돋보였다. 다만 수많은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는 터라, 어느 정도 통일이 되지 않으면 한 집에서 서너가지 앱으로 가전 기기를 제어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겠다. 어떤 신기술도 결국은 사용자의 손끝에서 얼마나 편리하냐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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