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용 기계식 시계 5종 안내서   

과거 에디터는 시계의 ‘ㅅ’도 모르는 남자였다. 지금은 그 세계에 아주 살짝 발만 담갔다. 그리고 이 기사는 나 같은 시계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기계식 시계 5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정 기준으로 가격이 크게 작용했지만 브랜드의 가치 역시 무시하지 않았다. 시계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회초년생 독자가 보면 좋겠다. 인덱스, 다이얼 등 시계 용어가 낯설다면 이 기사를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1.몬데인- 모던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1944년 스위스 연방철도 직원이었던 한스 힐피커(Hans Hilfiker)가 디자인한 시계다. 몬데인은 스위스 철도 SBB의 공식 시계 브랜드로 현재 3천여 이상의 스위스 철도역에서 몬데인 시계를 볼 수 있다. 특히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에 있는 4m의 몬데인 미팅 포인트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2012년 애플은 iOS6 시계 앱에 몬데인 디자인을 사용했고 그 대가로 SBB에 2,100만 달러를 배상하기도 했다. 애플도 ‘쓱’한 디자인이라니 탐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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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의 몬데인(MONDAINE)로고 아래에는 스위츠 철도청 마크가 찍혀 있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지만 그렇다고 어떤 다른 시계와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 것이 바로 몬데인의 매력이다. Mondaine Mens Automatic Black Watch의 가격은 66만 8200원.


 

2.잉거솔- 레트로그레이드의 역동성을 좋아한다면  

1892년 미국 뉴욕의 잉거솔 형제는 잉거솔 워치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시계가 전통적인 수작업에 의해 소량 생산되어 고가에 팔리고 있었는데 잉거솔은 그런 관행을 깨고 헨리 포드(Henry Ford)의 시스템을 적용해 시계 대량 생산의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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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거솔 래그타임(Ragtime)에는 네 개의 서브 다이얼이 있다. 3시 방향 다이얼은 다른 시간을 하나 더 설정할 수 있는 듀얼 타임, 12시 방향은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파워리저브, 6시 방향 다이얼은 날짜를 표시하는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가 있다. 레트로그레이드의 핸즈는 360도가 아니라 180도만 회전한 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한 칸씩 조용히 움직이던 핸즈가 순식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역동성이 레트로그레이드의 매력이다. 잉거솔 래그타임의 가격은 42만 7000원이다.


 

3.세이코- 여행과 모험을 즐기는 탐험가에게

1881년 킨타로 핫토리(Kintaro Hattori)가 도쿄에 연 시계 수리점에서 세이코의 역사는 시작된다. ‘정확한 집’이라는 뜻의 세이코사(Seiko-sha)는 1895년 첫 번째 시계를 내놓았고, 1965년 첫 다이버 시계를 제작했다. 또한, 세이코는 최초로 티타늄 케이스를 다이버 시계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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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는 외부 충격에 약하기 마련이지만, 이 시계는 탐험가들을 위한 전문 다이버 워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바닥에 굴러도 될 정도로 견고함을 자랑한다. 수심 200m 방수를 지원하며, 용두는 손목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4시 방향에 배치되어있다. 빛을 흡수해 어두운 곳에서도 발광하는 루미브라이트를 핸즈와 인덱스에 적용했다. 세이코 SBDC003J의 가격은 77만 6000원이다.


 

4.엥겔하르트- 밤하늘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당신에게

1854년 독일 시계 제조인 구스타프 엥겔(Gustav Engel)과 스티브 하르트(Steve Hardt)는 정밀기계 드라이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계식 손목시계를 개발했고, 그들의 이름을 딴 엥겔하르트(Engelhardt)를 설립했다. 엥겔하르트의 모토는 장인정신, 최고의 품질, 열정과 헌신이다. 전통 있는 기계식 시계 브랜드로 합리적인 가격이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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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담아놓은 문페이즈(Moon phase)는 ‘달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달이 차오르는 것과 기우는 것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엥겔하르트 EG1171-WH에는 세 개의 다이얼이 있다. 3시 방향은 월 표시, 6시 방향은 문페이즈+24시간 표시 그리고 9시 방향은 요일 표시다. 문페이즈 기능이 있는 기계식 시계 중 저가형은 흔치 않다. 엥겔하르트 다이얼의 크기는 작은 편이니, 좀 더 큰 다이얼의 문페이즈 시계를 원한다면 고가 브랜드를 살펴보는 걸 권한다. 엥겔하르트 EG1171-WH의 가격은 35만 1000원.


 

5.로만손- 기계의 정밀함에 빠져있는 당신에게

시계 제조로 유명한 나라는 스위스와 일본이지만, 한국에도 시계 전문 브랜드가 있다. 1988년에 설립된 로만손이다. 로만손은 1997년부터 세계적인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에 참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는 에타, 셀리타 등 전문 시계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5.0 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대목 아닌가? 디자인이 곧 브랜드의 경쟁력이라는 경영방침으로 시계를 만들어오고 있으며, 네오클래식 콘셉트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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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 중 뒷면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모델을 시스루백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시계 무브먼트를 보겠다고 매번 시계를 풀어야 한다면 그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그래서 다이얼을 투명하게 비워둔 스켈레톤 시계가 태어났다. 보통 다이얼의 일부만 개방해도 스켈레톤이라고 부르는데, 로만손의 경우 통 크게 다이얼 전체를 모두 비워뒀다. 쉬지 않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시계가 아닌 예술품처럼 느껴진다. 로만손 PB4220RM의 가격은 71만 1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