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는 왜 이상하게 생긴 걸까?

혼다 인사이트, 현대 아이오닉,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차는 왜 다들 이상하게 생겼을까? 아마도 토요타의 새 프리우스가 의도적으로 이상한 디자인을 입고 있는, 그러니까 이를 가장 잘 증명하고 있다. 프리우스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평범한 차는 아니지만 뭐….’ 신생 록밴드가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음악이 아니라 얼굴에 온갖 색칠을 해 자신들을 각인시키는 느낌이라고 할까?

특이함을 이해하려면 자동차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역사란 ‘왜, 그리고 어떻게 하이브리드가 시장에 나왔는가’다.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는, 1990년대 말까지 승용차 전체 판매량의 얼마까지는 배출가스를 내지 않는 자동차여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당시 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이 특유의 경제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경차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던 때였다. 미국의 거대기업 GM,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큰 손실을 보고 있던 상태. 디트로이트 분위기는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실업자 신세였고 동네는 서서히 빈민가가 되어갔다. 분노한 노동자들이 투쟁도 하고, 일본차들을 부수고 불태웠다. 그리고 GM이 처음 전기차를 세상에 소개했던 때였다. 테슬라보다 무려 20년이나 앞서서!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블루오션은 배출가스를 전혀 내지 않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와 1990년대 기술력으로는 ‘괜찮은’ 전기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GM의 전기차 생산으로 일본 경쟁자들은 걱정에 빠졌다.

일본도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가솔린 가격이 저렴했던 미국에서,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GM은 전기차 플러그를 아예 뽑아버렸다. 대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유예기간을 연장으로 위해 로비를 벌였다. ‘게임을 할 수 없다면 규칙을 바꿔라’. 똑똑한 사업마인드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불행한 결정이었다. 미국회사들은 전기차 개발은 포기한 채 기름 먹는 하마인 SUV를 찍어냈다. 물론 당시 미국인들이 원했던 바지만 미래를 위한 모델은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GM의 미래지향적 전기차로 공포를 느꼈던 토요타에게 진척이 없는 프로젝트가 남겨졌다. 하이브리드 컨셉트였다. 그리고, 개발을 지속해 1997년 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를 발표했다.

물론 가솔린엔진을 달고 있기에 ‘배기가스 0’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구를 구하는, 환경친화적 모델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이브리드 모델들 디자인은 왜 이럴까? 어떻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두 개의 원동력을 가진 ‘보통의 차’가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나에게 하이브리드 아이디어는 최종목표라기보다 어떤 생각을 처리하는 과정의 하나로 보여졌다. 왜 자동차가 두 개의 다른 동력을 필요로 하는가? 더 나은 연료소비량에 도달하려면, 다른 방법들도 많이 있다. 연료를 쓰지 않으려면 전기에너지를 고려해보면 된다. F1카는 더 많은 힘을 내기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이게 친환경적인 이유인가? 그래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토요타 프리우스는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에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프리우스는 보통 생각하는 기준으로, 멋져 보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았고, 그냥 다르게 생겼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공적이었다.

디자인 컨셉트는, 굉장히 뚜렷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이상한 스타일을 추구했고, 토요타의 의도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나비효과가 발생했다. 프리우스 이후 나온 모든 하이브리드차들을 보라. 아름다움을 의도적으로 왜곡해버린, 그래서 눈에 띄는 디자인이 하이브리드차 디자인의 기준이 되어버리다니! 프리우스가 소위 말하는 ‘이상하게 생긴 환경친화적’ 스타일을 대중화시킨 것이다. 왜 날렵하게 잘 생긴 차가 친환경차를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하이브리드차는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자동차메이커 역시 튀어 보이기 위해 더 이상 외계인인냥 굴 필요는 없다. 이제 긴장을 풀어도 된다. 소리 질러서 관심 받지 않아도 된다. 이제 하이브리드차의 존재를 누구나 다 안다. 더 멋져지고, 더 아름다워져도 괜찮다. 이제는 대중적인 차가 됐으니까 말이다.

글 임범석
(본 기사는 car 매거진(한국어판)에서 제공 받은 기사 입니다.)

임범석 교수

미국 ACCD를 졸업하고 혼다 디자이너를 거쳤다. 이후 한국인 최초 AACD 교수를 역임하며 미래 자동차업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웠다. 2015년부터 중국으로 활동무대를 넓혀 글로벌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