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현지취재]2016 WTCC 일본 라운드 ‘시즌 챔피언은 로페즈!!!’

로페즈가 WTCC 일본 라운드를 지배하지는 못했지만 올해도 월드챔피언을 따냈다. 안타깝게도 시트로엥은 WTCC와의 이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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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30℃를 넘나드는 늦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가마솥더위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땀은 여지없이 흐른다. 이미 두 번의 인터뷰로 나름(?) 친분을 쌓은 호세 마리아 로페즈(José María López, 시트로엥)의 시즌 챔피언 등극이 걸린 WTCC가 곧 열린다. 그나저나 이 날씨에 경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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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C 일본 라운드는 원래 미에현 스즈카 서킷에서 열려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도치키현의 트윈링 모테기 서킷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즈카는 F1 서킷 유일의 입체 교차로가 있는 특이한 디자인이고, 트윈링은 오벌코스와 로드코스가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독특한 형태. 어떤 서킷이 더 재미있는지 우위를 따지기는 어렵다. 두 서킷 모두 혼다가 소유한 서킷이라는 점도 재미요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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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투어링 카 챔피언십(WTCC). FIA가 주관하는 세계3대 모터스포츠다. F1, 그리고 현대차 참가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가 두 번째, 세 번째 WTCC는 모터스포츠 불모지 한국에선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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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를 지배하고 있는 선수는 시트로엥의 호세 마리아 로페즈. 한때 축구선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를 동경해 왔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이 모터스포츠 스타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게다가 로페즈는 WTCC에 들어오기 전까지 경력이 그다지 특별한 선수는 아니었다. WTCC 첫 해에도 시즌 15위에 그친 그저 그런 선수. 그런데 지금은 2년 연속, 더블 원(Double One)의 챔피언이다. 올해 역시 압도적인 1위로, 지금까지 여덟번의 라운드를 거치며 얻은 점수는 총 284점이다. 일본 경기 직전 아르헨티나 라운드에서는 메인 레이스 포디움 꼭대기에 서며, 모국 팬을 열광시켰다. 그는 일본 라운드에서 약간의 점수만 보태도 시즌 우승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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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CC는 한 라운드에 두 번의 레이스를 펼친다. 첫 레이스의 이름은 오프닝 레이스. 라운드를 여는 레이스라는 의미다. 이번 레이스는 예선 상위 열 명의 드라이버가 역순으로 그리드에 서는 리버스 그리드를 채택, 덕분에 폴 포지션을 혼다 레이싱팀 JAS의 노버트 미켈리스(Norbert Michelisz, 헝가리)가 잡았다. 두 번째 그리드는 팀 메이트 롭 허프(Rob Huff, 영국). 예선 8위의 티아고 몬테이로(Tiago Monteiro, 포르투갈)는 4번 그리드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레이스에 돌입하자마자 3번 그리드의 테드 비욕(Ted Björk, 볼보, 스웨덴)을 추월. 결국 오프닝 레이스 상위는 모처럼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갖는 혼다가 독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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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페즈는 10번 그리드에서 출발. 무서운 기세로 추격했지만 상위권을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총 13바퀴를 도는 WTCC 오프닝 레이스는, 선수에게는 짧게 느껴져도 관중들은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도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로페즈는 4위까지 치고 오르며 결국 드라이버 포인트 12점을 획득했다. 시종일관 선두에 섰던 미켈리스는 폴투윈으로 시즌 첫 우승. 2위와 3위도 출발 그대로 혼다가 전부 삼켰다. 포디움을 모두 혼다가 장식하니 일본 라운드라는 의미로 보면 나쁘지 않은 모양새. 시트로엥은 메인 레이스에서 복수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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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진 결선 2차 메인 레이스(14바퀴)는 예정대로 로페즈가 폴 포지션, 팀 메이트 이반 뮐러(독일)는 하위에 자리했다. 두 스타 드라이버가 컨트롤하는 시트로엥 C-엘리제는 한 땀의 여유도 없이 레드 & 블랙 컬러링을 위협적으로 내세우며 레이스를 지배했다. 안방에서의 자존심은 혼다의 몬테이로가 간신히 잡고 있었다. 이미 좋은 결과를 낳았으니 더 보채지 않을 뿐이었던가? 어쨌든 몬테이로가 로페즈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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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홀로 내달리던 로페즈를 갑자기 제친 건 팀 메이트 뮐러였다. 두 바퀴를 남기고 로페즈의 페이스가 떨어진 것. 동시에 관중석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모두들 영문을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시트로엥 부스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단순히 시트로엥 우승이 변함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체커기가 나부끼고 한참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로페즈의 파워 다운은 뮐러에게 올 시즌 레이스에 대한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던 것. 경쟁자인 동시에 동료인 그들의 유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뮐러는 결국 일본 라운드 최초우승으로, 포디움 정상에 섰다. 로페즈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리를 남에게 양보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많은 신세를 졌고, 그만큼 그를 존경하고 있다. 보답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날 WTCC 사무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경기 직후 붉은 눈시울로 포옹하는 두 명의 사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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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35점을 더한 로페즈는 그대로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3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것. 물론 11라운드로 예정된 태국 라운드의 취소가 선행돼야 한다. 대회를 주관할 현지조직이 부재한 현재로써는 경기 취소가 유력하기에 로페즈의 월드챔피언십 등극은 시간문제다. 모테기의 모두가 그를 축하했다. 아마도 이 모습을 WTCC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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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은 내년 WTCC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PSA의 새 모터스포츠 정책에 따라 푸조는 다카르 랠리, 시트로엥은 WRC에 집중한다. 투어링 로드카보다는 랠리에서 PSA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려는 것. DS는 버진 레이싱과 손잡고 포뮬러 E에 뛰어든다. 로페즈는 DS 버진 레이싱팀의 자리를 약속 받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르노 F1 드라이버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006년부터 F1 테스트드라이버로 활동해 온 로페즈 앞에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불리는 미래 모터스포츠 포뮬러 E가 기다리고 있다. 뛰어난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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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6년 월드챔피언이 결정돼 다소 싱거운 경기가 될 수도 있지만, WTCC는 계속된다.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상하이에서 9월 23일 막이 오른다. 마지막 라운드가 될 카타르 라운드는 11월 24일 시작한다.


<인터뷰>호세 마리아 로페즈(아르헨티나, 시트로엥)

“WTCC 우승은 너무도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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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또 챔피언에 올랐다. 세계3대 모터스포츠 챔피언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확실히 기분이 좋은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순간을 꿈꿔왔다. 나는 모두와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세 번의 시즌 챔피언을 따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를 데려와 기회를 준 나의 팀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도와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다. 물론 내 뒤에는 환상적인 팀이 있고,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승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2016 시즌도 이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아직 경기가 남았지만.

나에게 있어 올해가 가장 훌륭한 시즌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자들이 강력했고, 80킬로그램의 핸디캡 웨이트 규정도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여러 레이스에서 고전했고, 라이벌들의 분발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품었다. 아직 네 번의 레이스가 남은 가운데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리를 위한 큰 그림을 지속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조기우승 확정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뤄냈으니 최고의 시즌이 아닐 수 없다.

▶︎시트로엥에서는 당신만 보이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팀은 지난 시즌의 호성적 탓에 올해 많은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결국 3년 연속으로 WTCC를 제패했고, 이건 결코 내가 혼자 이룬 일이 아니다.

▶︎당신의 동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단언컨대, 나의 동료는 투어링카 세계에서 최고라 자부한다. 그 중에서도 이반 뮐러(동료 드라이버이자 일본 메인 레이스 우승자)에 대해 말하자면 이 선수는 많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쌓아 올린 그야말로 엄청난 선수다. 같은 팀이지만 우리는 항상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반과 나는 초반에 기 싸움을 펼치기도 했지만, 곧 존경과 존중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만들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경쟁과 존중이 공존할 때 팀은 더 단단해진다. 이미 공식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다시 한 번 이반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반, 난 당신을 정말 존경하고, 당신과 팀의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다른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는 가족이다. 나는 우리를 팀을 넘어선 형제로 인식한다. 가족과 같은 끈끈한 유대가 시트로엥 레이싱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3년 전 내가 팀에 합류했을 때, 나의 형제들은 나를 알기 위해 노력했고, 나에게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주려고 애썼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는 더 큰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트로엥은 내년부터 WTCC에 참가하지 않는다.

시트로엥과 함께하기로 한 이후, 오늘의 결정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시트로엥은 이제 WRC, 나는 포뮬러 E(DS 버진 레이싱)로 자리를 옮기지만 여전히 PSA 소속이라는 부분은 바뀌지 않는다. 또 지금까지 같이 해온 최고의 엔지니어도 함께한다. 가족 같은 사람들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기꺼이 포뮬러 E를 선택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역시 포뮬러 E?

포뮬러 E에서 새로운 도전이 열린다. 나는 이 새로운 도전을 무척 기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elcome to 트윈 링 모테기(TWIN RING MOTE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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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링 모테키 서킷은 일본 도치키현에 자리했다. 스즈카 서킷을 소유한 혼다가 일본에서 두 번째로 연 서킷. 1980년대 중반부터 개발을 시작해 1997년 8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오벌코스와 로드코스가 섞여있는, 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서킷 형태이기에 ‘트윈 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서킷구조상 그랜드스탠드가 오벌코스의 홈 스트레이트(출발지점 직선구간)에 인접하고, 로드코스의 레이스는 그랜드스탠드와 서킷 사이에 오벌코스가 지나고 있으므로 관람환경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큰 모터스포츠가 열릴 경우 오벌 코스의 홈 스트레이트 위에 가설스탠드를 설치, 관람객을 배려한다. WTCC는 지난 2015년부터 트윈 링 모테기에서 열리고 있다.

서킷 외에도 자동차테마파크로써의 역할에 충실하다. 우선 혼다 차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의 차종을 전시한 ‘혼다 컬렉션 홀’이 있고, 혼다 제품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펀펀실험실’, 교통안전 트레이닝 시설 ‘액티브 세이프티 트레이닝 파크’가 들어서 있다. 또 주변자연을 즐기기 위한 ‘헬로 우즈’나 캠핑장도 완비했다. 각 시설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관람할 수 있다.

<수퍼 스피드 웨이> 길이 2.414미터의 오벌코스. 미국 스타일의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주로 개최한다. 직선길이는 약 600미터. 뱅크각도는 전 부분 10도다.

<로드코스> 길이 4.8킬로미터의 테크니컬 서킷. 총 14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숏 컷 노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쪽 코스(3.4km), 서쪽 코스(1.4km)로 각각 사용할 수 있다.

<북쪽 코스> 길이 982미터의 아주 짧은 레이스 코스. 주로 레이싱 카트나 미니 바이크 경기로 사용한다.

<남쪽 코스> 2만 제곱미터의 다목적 코스. 짐카나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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