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마로, 우렁찬 V8의 포효

이전에 들어왔던 5세대 카마로는 3.6리터 V6 엔진을 품고 있었기에, 엄밀히 말해서 머슬카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머슬카라면 당연히 풍요로운 5.0리터 이상의 대배기량 V8 엔진 정도는 품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영화 <트랜스포머>의 영웅 범블비 역할로 종횡무진 활약한 덕분인지, 어디를 가도 알아보는 사람들은 있었고 아이들의 눈빛이 유독 빛났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 신형 카마로의 키가 있다.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샛노란 병아리 색깔에 검정 줄무늬를 앞뒤로 두른 카마로를 보자, 장난감 자동차가 내 눈앞에 서있는 것은 아닌지 괜한 의문이 들었다. 이름조차 달콤한 허니 옐로 컬러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지만, 곳곳을 훑어볼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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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으로 들어간 4피스톤 브렘보 캘리퍼가 보여주는 제동력은 즉각적이고 꾸준했다

검정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부라리고 있는 과격한 인상은 길쭉하고 납작한 차체와 그럴싸하게 어울렸다. 이전 세대보다 짧아지고 낮아졌지만, 머슬카를 상징하는 풍만한 보디 사이즈는 여전히 차선 하나를 가득 메우는 너비를 자랑한다. 20인치 휠이 작아 보이는 이유는 넉넉한 휠 하우스 때문. 강렬한 인상에 비해 힘이 약간 풀리는 느낌의 뒤태는, 낮게 내려앉은 리어 스포일러라도 없었으면 잔뜩 힘준 분위기를 흐릴 뻔했다. 그나마 예리하게 가다듬은 C 필러가 리어 스포일러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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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것도 만질 것도 그리 없다. 오직 운전, 운전에 집중하라

기다란 문짝을 열어젖히자 단출한 가운데 세련되게 디자인한 실내가 드러난다. 다분히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한 덕분에 실내에서 할 일은 별로 없고, 운전석에 앉아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잡더라도 별반 다를 건 없다. 그저 좋은 음색의 사운드를 선사하는 보스오디오를 틀어놓은 채 오직 운전에 집중, 또 집중해야 할 분위기. 생각보다 타이트한 실내는 몸을 옥죄어오는 동시에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기분이었다. 높은 벽이 사방에 펼쳐진 기분이랄까? 아무래도 좁은 그린하우스와 A필러 너머를 가릴 만큼 널찍한 사이드미러, 급격하게 흘러내리는 지붕 때문일 공산이 컸다. 특히, 높다랗게 솟은 계기반 클러스터는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까마득하게 내려앉은 운전석 시트포지션에서 시야를 엄청나게 방해했다. 굳이 왜 이렇게 디자인했나 싶을 정도로. 구색만 맞춘 듯한 뒷좌석은 4인승 2도어 쿠페가 늘 그렇듯, 딱 손가방을 던져놓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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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구성한 운전석은 마음에 들었다. 소재 질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만들다 만 것 같았던 구형 카마로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우선, 운전자가 조작해야 할 버튼 수가 적었고 눈으로 보고 다루기에 좋았다. 대시보드 한가운데 달린 경사진 터치모니터 아래로, 일련의 공조장치 조작버튼과 항공기 제트엔진 터빈 모양의 송풍구로 구성한 센터페시아는 기름기 뺀 간결함 그 자체였다. 우직하게 솟은 기어레버 뒤에 마련한 주행모드용 버튼과 계기반 디스플레이 정보를 바꿔볼 수 있는 스티어링 휠 버튼만이 손을 가장 많이 타는 부분이었다. 스마트폰을 자동차와 곧바로 연결해주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덕분에 그리 손댈 부분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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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슬카라면 응당 갖춰야 할 대배기량 엔진. 이제 카마로는 진정한 머슬카로 변했다

드넓은 대지처럼 넉넉한 품의 운전석에 몸을 기대 시동을 걸었다. 그토록 장난감 같이 생긴 카마로가(이게 다 <트랜스포머>의 영향이다)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기지개 켜는 과정은, 뭇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V8 엔진의 깊은 울림통 속에서 급작스레 뻗어 나온 심호흡 자체만으로도 다분히 매력적이었다. 초장부터 달아오른 V8 6.2리터 자연흡기엔진은 이내 곧 숨을 죽이며 의외로 침착했다. 성깔만 부리다 쉽게 지치는 법은 없었다.

투어, 스포츠, 트랙, 스노/아이스 네 종류의 주행모드에 따른 변화는 일관적이지 않았다. 순항하듯 여유롭게 달릴 때 선택한 투어 모드에서 카마로는 명령을 잘 따르는 순한 모습을 보였다. 가속페달은 의도한 만큼 부드럽게 반응했고, 스티어링 휠은 쫀쫀한 감각으로 내 손길에 순응했다. 부드럽게 조율한 세단 승차감은 시내에서 출퇴근 길을 달릴 때 제격이었다. 거칠게 숨을 토하던 엔진은 한결 안정적인 호흡을 찾아 나갔다. 스포츠 모드는 투어 모드보다 미세하게 딱딱한 방향으로 변하는 정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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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카마로의 본성을 드러내기에는 트랙 모드만 한 게 없었다. 가장 진득하게 조인 스티어링 휠은 정지 상태에서 록 투 록 2.3바퀴를 돌리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견고해졌고, 알아차리기 힘든 초당 1천 번의 속도로 노면을 읽어 댐퍼를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가장 믿음직스럽고 굳건하게 변했다. 가장 예민해진 상태의 엔진은 발가락에 조금만 힘을 실어도 그르렁거리며 폭발적으로 튀어나가고는 했다. 둥둥거리는 V8 엔진의 아이들링 사운드는 2천500rpm을 넘어가면서 묵직한 음색으로 바뀌더니, 그 너머의 영역에서는 천둥 치는 굉음으로 다시 한번 탈바꿈했다. 이토록 멋진 사운드 하나만으로도 카마로의 매력은 두 배쯤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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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트랜스미션은 조금 생소했다. 대개 주행모드에 따라 변속시점을 앞당기거나 늦추는데, V8 엔진과 만난 트랜스미션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언제든 빠르게 기어를 바꿔 물었다. 심지어 트랙 모드에서조차 부드럽게 가속하면 시속 80~90km 사이에 8단이 맞물려 있었고, 엔진회전수는 1천500 rpm 근처에 머물렀다. 그래도, 덕분에 연료효율성은 분명 좋아졌을 것이다. 몸무게를 91킬로그램이나 줄인 부분이나, 트랙 모드에서도 발휘되는 4기통 가변 실린더 기술의 효과도 연비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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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들은 몸에 꽉 맞는 버킷시트를 싫어하나 보다. 허리받침이 없는데도 넉넉한 품의 시트는 이상하게 편했다

대개 시승차 계기반 속 트립컴퓨터의 연비를 곧이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V8 엔진의 식성은 분명 대단했다. 시속 100km로 자유로를 달릴 때면 리터당 15킬로미터까지 올라갔고, 꽉 막힌 시내주행에서는 리터당 4킬로미터 아래까지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450여 킬로미터를 달리고 난 뒤 계기반 속 연비는 리터당 7킬로미터 수준. 455마력의 6.2리터 대배기량 엔진을 마음껏 누리고 난 뒤에 얻은 결과로는, 꽤나 만족스러운 수치였다. 짜릿한 핸들링과 호쾌한 사운드, 맹렬한 가속의 쾌감을 잔뜩 경험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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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카마로는 분명 훌륭한 머슬카다. 우리가 원하던 기준을 넘어서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제대로 된 미국산 머슬카다. 이제 예전의 카마로는 잊어도 좋다. SS 배지를 달고 돌아온 455마력의 V8 머신은, 머슬카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개인에 따라 호불호 나뉘는 디자인은 차치하더라도, 뛰어난 핸들링과 폭발적인 가속력처럼 꾸준히 요구 받아온 성능은 합당한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또 하나의 강점은 가격. 생각해보라. 5천98만 원에 V8 6.2리터 머신을 소유하는 게 얼마나 합리적인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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