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30 앞에 놓인 현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국내 수입차시장은 위축일로를 걷고 있다. 그간 견고했던 디젤에 대한 신봉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것. 디젤의 신뢰 추락은 수입차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직하게 하이브리드만을 고집해온 토요타의 선전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 수입차시장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그간 너무 빨리 달려온 탓도 있겠지만.

그리고 수입차 메이커만큼 머리가 복잡한 곳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현대자동차. 수입 디젤보다 세 배는 변함없이 충성스러운 내수 고객을 보유했지만 최근 그 점유율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이미 승용 부문 내수 점유율에서 그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30퍼센트대가 무너졌다. 주력 쏘나타의 60개월 무이자 할부, 신차교환 프로그램, 각종 프로모션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형제브랜드 기아자동차. 모처럼 서자의 설움을 털어내고 있는 중이다. 카니발과 쏘렌토라는 쌍두마차의 견인력은 승용 점유율 30퍼센트 돌파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단종을 앞둔 2세대 모닝도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상태

르노삼성차는 또 어떤가? 중형세단 SM6는 완벽하게 쏘나타를 저격했다. 르노닛산의 최신 아키텍처가 적용된 SUV QM6가 정조준하는 대상 역시 현대차의 싼타페. 곧 다른 짝수 라인업(SM4 등이 거론되고 있다)이 추가되면 그토록 바라지 마지 않던 두 자릿수 점유율, 국내 3위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현대차 i30의 어깨는 천근만근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 운명을 어느 정도는 짊어져야 할 소명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한 번도 주력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해치백에게 거는 기대가 이토록 절실할 줄이야. 그러다보니 현대차의 조급증도 조금은 느껴지는 분위기다.

개발단계부터 내수점유율 하락을 의식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3세대 신형 i30에는 현대차의 절치부심이 담겨있다. 기본성능의 확실한 차별화를 화두로 던진 것이다. 여기에 알버트 비어만이라는 BMW 고성능차를 매만져오던 거장의 숨결이 더해졌다. 개발기간은 총 41개월. 2세대의 부진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조금 이른 시간에 신형이 등장했다. 특별한 성능과 상품성을 위해 독일 뉘르부르크링(하지만 최근 현대차의 뉘르부르크링 마케팅은 조금 피곤할 정도다)에서 담금질했다. 그래서 현대차는 i30를 가리켜핫해치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실제 1.6리터 터보 GDI 엔진(최고출력 204마력)은 핫해치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골프 GTI(2.0 TSI, 최고출력 211마력)와 불과 7마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핫해치칭호를 i30라고 가지지 못할 법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i30 버전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내수 전략상 i30 N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것. 아직도 현대차가 기술이나 철학보다 판매량을 우선시하는 기업문화를 버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유능한 직원들이 모여있다는 국내 최고 기업에서 고성능차는 판매량보다 이미지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니 말이다. 현대차는 판매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근대적인 가치관이 내수 점유율을 낮추는 결정적인 이유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판매량 때문에 i30 N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해외공장 생산분의 국내 수입은 노조의 반발로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 정보의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해 원하는 대로 시장을 이끌던 과거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요동치는 현재는 분명히 다르다. 다시 말해 안방 소비자는 예전처럼 입에 넣어주는 것만을 받아먹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 찾아 나선다. 내수 차별의 목소리가 왜 나오는지 떠올려보면 된다. 고성능 브랜드의 국내 미출시는 또 다른 내수차별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결정된 계획일지라도 미리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기 때문에 i30 N의 국내 출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기대감을 높이는 일이다.

N에 대한 논란을 떠나서 i30 자체 판매량도 관건이다. 주력 라인업을 보조하는 제품이라는 측면에서 연간 15천 대의 다소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했지만 판매 정지에 들어간 폭스바겐 골프의 예비 소비자가 i30로 옮겨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골프=i30’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실용적이라고 포장되어 온 해치백의 실용성은 동급 세단이나 SUV에 비해 낮다. 해치백의 주력 소비층인 1인 혹은 2인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가족주의가 우선하는 국내 정서상 많은 짐을 싣고도 4인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차가 필요한데, 준중형 해치백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 소비자는 준중형 해치백보다 동급의 세단, 혹은 SUV를 선호한다. 이런 점에서 i30의 인기는 국내에서는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해당 세그먼트에는 너무도 매력적인 소형 SUV가 즐비하다. i30는 그들이 바라는 폭스바겐 골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차인 투싼, 아반떼 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 i30의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해치백 판매는 브랜드와 제품의 이미지에 기대야 한다. 그런데 i30는 국내 소비자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한계가 있다. 40년 역사를 가진 해치백의 아이콘 골프는 브랜드 역사나 이미지 면에서 i30와는 비교대상이 아니다. 디젤게이트로 위기를 맞았다고는 해도 프로모션 하나에 판매량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골프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또 그 상징성을 판매중지로 영영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 판매가 재개되면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골프는 다시 수입차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될 공산이 크다. 골프를 아무리 라이벌로 설정해봤자 소비자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i30 앞에 놓인 현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무리 현대차가 i30를 새롭게 포장하려고 해도, 이미 뿌리내린 소비자의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핫해치라는 용어를 동원해가며 이미지 개선에 애를 쓰고 있지만 골프의 아성을 넘보기엔 역사가 다르다. 단순히 판매량으로 골프를 라이벌 삼는 것이라면, 골프 또한 포드 포커스보다 한때는 적게 팔린 차다. 결국 i30가 원하는 건 골프가 가진 상징성이 아니겠는가? i30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History of i30

(개발명 FD, 2007~2011)

기존 아반떼의 가지치기 모델이 아닌, 새로운 디자인을 가진 별도 제품군으로 출시. 양산형에 컨셉트카 HED-3 디자인을 가져오는 등 화제를 모았다. 1.4리터, 1.6리터 감마엔진, 2.0리터 베타엔진 등을 올렸고, 유럽 및 국내 반응 모두 좋았다. 서스펜션 강성도 단단한 편이어서 오히려 부드럽게 튜닝을 하는 마니아들이 있었을 정도.

(2008~2011)

i30 기본형을 왜건 타입으로 만든 가지치기 모델. 다만 미국에서는 아반떼 왜건으로 취급해, 엘란트라 GT라는 이름(2세대 i30의 북미 제품명이기도 하다)으로 판매했다.

(개발명 GD, 2011~2016)

아반떼(MD) 플랫폼을 기반으로 등장한 2세대. 파워트레인을 개선하고, 인테리어 품질을 높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외관은 헥사고날 그릴을 갖춘 유럽형으로 디자인했다. 벨로스터, i40등과 함께 PYL이라는 별도 제품군을 형성했는데,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전 CEO가 극찬한 일화는 유명.

Rivals of i30

탄탄한 경쟁자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세 차를 꼽았다

Volkswagen Golf

해치백의 대명사이자, 장르 개척자. 1974년 첫 출시, 현재 7세대를 맞았다. 초기 디자인은 현대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담당했다. 차 이름인골프는 운동의 이름이 아니라 멕시코 만에 부는 편서풍을 뜻한다. 현재 폭스바겐 소형차 제품군의 근간이 되고 있다. 골프 플랫폼 MQB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하고 있다. 다만 배출가스 조작문제로 그 빛이 바랬다. 개발철학은 폭스바겐 엔지니어가 타고 싶은 차.

Ford  Focus

포드의 대표 해치백. 애초에 폭스바겐 골프와 경쟁하기 위해 유럽포드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이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3세대. 전세계 전략을 통일하는원 포드에 의해 동일한 디자인으로 판매 중. 디자인철학은 키네틱. 글로벌 전체에서 골프보다 판매량이 높은, 오히려 해치백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다만 한국 판매량은 미미한데, 유럽형 제품임에도 미국차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성능 핫해치 포커스 RS 인기도 전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Peugeot 308

30X의 역사는 1969 304로부터 시작한다. 애초에 30X 시리즈는 세단으로 개발됐다가 1993 306부터 해치백 중심의 제품으로 변화한다.

308은 지난 2007년 선보인 6세대 제품으로, 307의 섀시 등을 일부 공유했다. 다만 보디를 새로 설계해 이전보다 크기가 커졌다. 2012년에는 현재 판매 중인 7세대 308이 등장했는데, 정식 넘버링이라면 309가 돼야 하지만 이름을 더 이상 바꾸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308로 이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완전 변경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한계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