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가치 높은 석 대의 차

올해 수입차시장은 예년만 못하다. 매해 20퍼센트 이상 고공성장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 실제 올해 누적판매를 살펴보면 9월 현재 수입차 전체 신규등록은 16만5천1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9천120대와 비교해 7.8퍼센트 후퇴했다. 이는 폭스바겐∙아우디의 판매중지와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6월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잘되는 집은 여전히 잘된다. 또 위기는 기회라는 점을 살려 무섭게 치고 나오는 브랜드도 있다. 국산차와는 완벽하게 차별화를 두면서, 수입차의 이점을 살리는 독특한 디자인의 차들도 눈에 띈다. 석 대를 골라봤다.

▲ 랜드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눈을 의심했다. 실제로 보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진짜로 등장했다. 오픈카의 유전자를 입은 SUV다. 정통 SUV 명가를 자부하는 랜드로버가 보여준 파격이라지만 이미 3도어 쿠페형 SUV로 충격을 선사했던 이보크여서 오히려 받아 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 국내에는 지난 6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소개됐다. 하드톱이 아닌 천 소재의 소프트톱을 선택한 이유는 디자인 완성도 때문. 그래서 지붕이 열려 있을 때나 닫혀 있을 때나 외관이 세련된 느낌이다. 컨버터블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리어 스포일러는 브레이크 램프와 시각적인 조화를 이룬다. 에어로다이내믹스 향상이라는 기능적인 임무도 잘 수행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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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는 센터콘솔 스위치에 의해 열리고 닫힌다. 시속 48km 이내라면 어디서든 작동한다. 천 소재 지붕은 완벽히 소음을 차단하고, 복사열 침투도 막는다. 루프가 열리면 트렁크공간이 좁아지는 일반 컨버터블과 달리, 이 차는 SUV 장점으로 꼽히는 적재공간을 그대로 살렸다. 외관과 디자인 궤를 함께하는 실내는 뛰어난 마감 처리로 가치를 높였다. 리어 윈드 리플렉터는 오픈 에어링을 위한 최적의 장비.

2.0리터 인제니움을 올렸다.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은 뚜껑이 열리는 SUV 일지라도 랜드로버의 일원임을 내세우는 증명서. 이와 함께 조합한 토크벡터링은 차의 안정성을 높이고, 전자식 디퍼렌셜과 브레이크시스템으로 엔진토크를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지붕이 열린 채로 차가 전복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거두자. 탑승객 보호를 위한 자동 전개식 롤 오버 프로텍션을 준비했으니까. 리어시트 뒤쪽의 이 기능은 잠재적인 전복가능성을 인지하면 즉각 전개된다.

출시 후 이보크 컨버터블의 판매량은 지금까지 11대. 적다고 걱정말자. 단순히 판매량으로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차이니. 이보크 컨버터블이 아니더라도 랜드로버의 판매량을 책임질 차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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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클럽맨

클럽맨은 이를테면 별종이다. 3도어 해치백만으로 충분했던 미니의 세계를 넓힌 장본인. 트렁크에 스플릿 도어를 달아 실용성을 확장했고, 조수석 문 뒤쪽으로 쪽문을 넣어 위트를 살린, 클럽맨이 별종으로 불린 이유다. 컨트리맨이 나오기 전까진 미니의 다재다능함을 상징하는 차가 클럽맨이었다.

물론 클럽맨의 새 세대 역시 재기발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미니의 기함이라는 수사가 제법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미니 가운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하지만 누가 봐도 영락 없는 미니. 크고 동그란 헤드램프는 테두리에 크롬을 둘러 개성을 더 살렸다. 다른 쿠퍼 S와 달리 클럽맨만의 진중함을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절제된 디자인은 미니의 성장을 상징하는 요소다. 길어진 차체와 앞뒤로 최대한 밀어낸 오버행 덕분에 마치 리무진을 연상테 하는 측면의 비율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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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진 차체만큼 실내는 여유가 흐른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탓에 머리공간이 여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다리가 자리하는 곳은 꽤나 넉넉하다. 어른 다섯 명도 충분. 구성과 소재도 고급스러움에 방점을 찍었다. 둥근 원을 주제로 한 계기판과 곳곳들, 여기에 토글 스위치는 고전적인 맛을 더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어를 분리하고, 사각 송풍구에 크롬을 두르는 시도는 존재감을 높이는 산물. 미니 최초의 전자식 브레이크와 헤드업디스플레이는 미니가 BMW 가족임을 알리는 부분이다. 범퍼 밑을 발로 훑으면 자동으로 여닫히는 스플릿 도어와 여기에 이어지는 360리터 공간은 참으로 실용적이다. 뒷문은 리모컨으로도 열린다.

엔진은 가솔린과 디젤 두 가지. 가솔린은 3기통 1.5리터와 4기통 2.0리터(쿠퍼S)로 구성된다. 디젤은 모두 4기통 2.0리터. 하지만 150마력의 일반 모델과 197마력의 쿠퍼 SD로 나뉜다.

엔진을 가리지 않은 올해 9월까지의 클럽맨 판매량은 1천516대. 전체 판매의 24퍼센트에 이르는 숫자다. 이토록 판매 비중이 높은 기함은 다른 브랜드에는 없다. 클럽맨은 그렇게 미니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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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트로엥은 전형적인 틈새시장 차를 판매하는 아주 독특한 브랜드. 프랑스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유전자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S를 고급 브랜드화하면서 시트로엥의 특별함은 더 커지는 모양새로, C4 칵투스는 여러모로 브랜드 중흥의 임무를 띠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리고 어느 정도를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개인적인 첫 만남은 2014년 제네바모터쇼. 회백색의 단조로운 모터쇼장을 화사하게 꾸민 이가 바로 칵투스였다. 출시 이후 유럽 각지에서 많은 관심 속에 절찬리 판매되던 칵투스는 유럽 외 지역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고, 한국 역시 다르지 않았다. 2008로 재미를 본 푸조∙시트로엥의 국내 수입사 한불모터스의 다음 타자가 바로 이 칵투스, 프랑스는 한국의 구애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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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얘기하자면 모두가 좋아할 디자인은 아니다. 혹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날을 세운다. 하지만 2015년 뉴욕오토쇼는 칵투스를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지닌 차라고 인정한다. 범퍼와 도어에 자리한 에어범프 덕분이다. 칵투스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이 에어범프는 열가소성 폴리 우레탄(TPU)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TPU는 뒤틀림 적고, 충격 흡수력이 좋아 신발 밑창으로 자주 사용되곤 하는데, 특유의 탄성과 강도 덕분에 항공기에도 활용한다. 다시 말해 항공기에 쓰일 정도로 월등한 소재가 자동차, 아니 칵투스에도 들어갔다는 점. 주변에 ‘문콕’에 민감한 운전자들이 참 좋아할 만한 소재다.

외관의 특별함보다 다채로운 실내는, 칵투스의 개성이 아닐 수 없다. 도어 핸들은 마치 여행용 가방의 가죽 스트랩을 연상케 하고, 위로 열리는 글러브박스도 가방 모양이다. 그 자리에 들어가는 에어백은 어디로 갔냐고? 지붕에 넣었다.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시원시원한 7인치. 몇 개의 자잘한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두다 이곳에서 조절할 수 있다.   앞자리의 모든 시트가 벤치처럼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는 그간 일본 경차에서나 발견할 수 있었던 것. 덕분에 실내공간은 더욱 쾌적하다. 뒤쪽 창문은 다른 시트로엥 차처럼 열리지 않는데, 이 부분만 빼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트렁크는 358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천170리터까지 확장된다. 충분하다.

99마력의 최초출력과 25.9kg∙m의 최대토크. 익숙한 숫자다. 그렇다 푸조 2008에 올라간 PSA의 1.6리터 디젤엔진. 출력이 작다고? 두터운 토크밴드가 실사용 영역에서의 답답함을 없앤다. 굳이 빨릴 달릴 이유가 없기에, 또 연료효율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칵투스의 심장은 이대로도 좋다. 트립컴퓨터에 찍히는 연비를 보면 더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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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직후부터 시트로엥의 효자 차종으로 등극했다. 9월 134대가 팔려나가면서 전체 판매의 70퍼센트 이상을 담당했다. 앞으로도 시트로엥의 주력으로 활약할 칵투스의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