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재미있다, 푸조 208

작은차는 사랑스럽다. 요리조리 골목길 드나들기가 쉽고 복잡한 도심에서도 주차 걱정이 적다. 작은 차체 덕에 무게가 적어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맛도 좋다. 푸조 가문의 막내 208은 작은차다. 작은차 잘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메이커의 작품이다 보니 패키징과 실용성 또한 트집잡을 데 없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208을 국내에서 만날 수 없었다. 유로6로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다. 그리고 친환경엔진을 얹고 돌아왔다. 이번 208은 부분변경 모델. 유로6 디젤로 파워트레인을 가다듬고, 기본적인 틀 안에서 곳곳을 세심하게 매만져 세련미 넘치고 발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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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돌아온 208은 프런트 그릴을 키우고 펜더를 살짝 부풀려 풍만하고 다이내믹한 맛을 강조했다. 헤드램프를 투톤으로 치장하고 창문 테두리는 크롬으로 둘렀다. 고양이가 할퀸 듯 선명한 세 줄짜리 테일램프 덕에 뒷모습도 더 도도해졌다. 실내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예전부터 구성이 트렌디한 덕에 구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푸조의 작은차 모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이콕핏은 언제나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운전 중 앞쪽 시야를 놓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반은 단순한 구성으로 보기 좋다. 양산차 가운데 지름이 가장 작은 스티어링 휠은 돌리기 쉽고 대시보드 가운데 볼록 튀어나온 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에 대부분의 기능을 그러모은 센터페시아 구성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99마력의 최고출력과 25.9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1.6리터 디젤엔진은 싱글클러치 변속기인 MCP와 궁합을 맞춘다. 기본적으로 정숙한 엔진과 방음에 신경 쓴 덕에 실내는 평화롭다. 어른 다섯은 조금 버겁겠지만 넷은 그럭저럭 소화하는 실내공간은 곳곳에 컵홀더와 수납공간까지 품어 실용성이 필수인 가족차로도 아쉽지 않겠다.

▲ 소박하지만 참신한 실내. 작은 스티어링과 간결한 구성이 좋다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하면, 부드럽게 반응하며 차분히 속도를 높인다. 풀드로틀을 하면 4500rpm에서 변속하며 시속 170km까지 꾸준히 속도계 바늘을 밀어 올린다. 그 이상을 위해서는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도 묵직한 스티어링은 시속 60km 이후부터 더 무거워지며 안정감을 더한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단단하게 세팅된 하체는 지저분한 노면에서는 통통거리지만, 해치백다운 운전재미를 강조한다.

싱글클러치 기반의 자동변속기 MCP자동인데 왜 이래가 아니라수동인데 자동처럼 편하네로 접근해야 한다. 급가속할수록 주춤거림이 커서 이질적이지만, 부드럽게 다루면 또 나긋하게 톱니를 바꿔 문다. 변속시점에 가속페달을 살짝 떼었다 밟거나 스티어링 칼럼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수동을 몰 듯 조작하는 것도 MCP를 다루는 요령이다. 변속은 다소 거칠지만 수동 기반이어서 직결감이 훌륭하다. 한가한 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면 톱니를 딱 물고 바퀴에 힘을 더해 밀어대는 아날로그적 맛이 제법이다. 특히 2rpm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수동으로 몰면 그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진다. 맛 좋은 핸들링은 또 어떻고. 고출력이 아니어도 가지고 노는 맛이 좋은 차가 있다. 208 같은 녀석들이다.

글 이병진 사진 김범석

LOVE

실용성과 재미가 물씬하다

HATE

여전히 어색한 MCP의 변속감각

VERDICT

작아서 즐거운 차는 생활밀착형 매력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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