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본업과 기대에 충실한 베스트셀러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두 시간의 짧은 운행. 모든 것을 알기이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신형에 거는 기대감만큼은 알 수 있었다. 호불호는 갈리지만 여러 사람이 칭찬하는 디자인, 현대차다운 호화로운 옵션들, 발전한 운동성능이 돋보였다. 몇 개의 키워드로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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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의 호화로움

시승차는 최고급 등급인 3.0리터 가솔린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디스플레이, 긴급 제동장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등이 포함된 스마트 센스 패키지, JBL 사운드, 나파 가죽시트, 스웨이드 내장재 등이 모두 들어갔다. 가격은 4천505만 원. 이 가격에 이런 호사스러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국산차치고는 드물게 비싼(?) 가격도 놀랍다. 현대차로서는 제작 단가와 마진, 소비자 정서 등, 많은 것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겠지만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입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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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듬은 성능과 효율

편도 75킬로미터의 고속도, 지방도, 시가지를 주행하면서 느낀 점은 성능이 만만치 않다는 점. 이전부터 현대차 시승 느낌에 대해 알버트 비어만 효과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지겹기는 해도 한 번 더 그 말을 써야겠다. 대단한 효과다. 하체 감성이 무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단단하지도 않다. 둘 사이의 균형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달릴 때도 직선이나 곡선 모두에서 보통 이상의 실력을 뽐낸다. 다만 3.0리터 가솔린엔진은 저속에서 그 출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간 국산차의 평가를 모두 뒤집을 만한 성능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랜저는 모두가 알다시피 작은 차가 아니다. 그런데도 민첩하게 달리며, 돌아나간다.

V6 3.0리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올리고,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를 낸다. 지난 그랜저보다 4마력, 0.2kg・m가 줄었다. 실 주행영역에서의 응답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라는 설명. 물론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또한 다른 경쟁엔진에 비해 원체 갖고 있는 힘이 뛰어나다. 그래서 약간의 파워 다운으로, 요즘 성능보다 중요한 연료효율성을 높이려 했던 것이 메이커의 숨은 의도다. 하지만 현대차가 간과한 사실은 새로운 연비 도출 제도다. 측정된 결과값이 이전보다 실효율에 가까워진 것. 그랜저 역시 출력을 다듬고, 트렁크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뺐는데도 연비 손해를 봤다. 현대차는 이전 측정법으로 계산하면 10퍼센트 정도의 효율 향상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대응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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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4개의 주행모드

에코, 컴포트, 스마트, 스포츠 등 총 네 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는데, 에코 모드는 정제된 성능을 보인다. 아무래도 연비운전을 강제로 해야 하는 주행모드 특성으로 보인다. 컴포트도 말 그대로다. 전통의 그랜저 감각. 스마트는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모르는 사이에 습관에 최적화된 주행성능을 구현한다. 하지만 70킬로미터의 주행으로는 충분한 데이터가 모이지 않아 다른 주행모드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스포츠는 좀더 달리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엔진음이 풍부해지고,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하체 감각도 조금 단단해지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젊은 느낌을 많이 가미했다던 현대차의 호언이 여기에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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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를 위한 그랜저?

현대차는 시승 전에 30와 40대 소비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통계 수치를 제시했다. 사전계약을 분석한 결과, 30~40대 비중이 48퍼센트를 기록했다는 것. 같은 연령대의 신규고객은 60%를 차지했다는 설명. 그랜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젊어졌다는 방증이라는 게 회사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선 30~40대라는 말부터 보자. 30대에는 31세, 33세, 36세, 39세가 모두 포함된다. 다시 말해 30대 초반도 30대, 30대 후반도 30대라는 이야기다. 40대 역시 마찬가지다. 연령을 세분화하지 않고, 범위화시키면서 마치 그랜저의 주 소비자가 젊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즉, 제한된 통계정보를 가지고 결과를 해석하는 통계의 연출에 속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 그랜저의 운동성능은 이전보다 많이 젊어졌다. 그러나 4천 만원이나 하는 차를 30대 초반의 사회초년병이 뚝딱 구입할 수 있을까? 부담이 크다. 아무리 젊어졌다고 해도 그 감각은 젊은 사람보다는 중장년층이 더 선호할만한 감각이었다. 게다가 4천만 원이라면, 도처에 현대차 브랜드 파워를 앞서는 차들이 즐비하다. 현대차가 젊은층에 매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이 바로 미래소비자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대한 경험을 늘리면 늘릴수록 재구매율이 높아진다는 계산인 것. 수입차에 중장년 소비자는 물론, 젊은 소비자까지 빼앗기고 있는 현대차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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