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경부의 경솔함, 어찌합니까

아우디-폭스바겐의 대규모 인증취소를 이끌어 낸 서류조작과 오류 등이 닛산, BMW, 포르쉐 등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국내 15개 수입차회사를 대상으로 유사사례를 조사한 결과, 아우디-폭스바겐과 비슷한 문제를 이들 회사에서 적발해 낼 수 있었다.

환경부가 밝힌 대상차종은 총 10종. 이 중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BMW X5 M, 포르쉐 마칸S 디젤, 카이엔 SE 하이브리드, 카이엔 터보, 인피니티 Q50, 닛산 캐시카이 등 6종이다. 이 중 Q50과 캐시카이는 환경부 발표에 앞서 자발적인 판매중단이 이루어졌다. 포르쉐 918 스파이더, 카이맨 GTS, 911 GT3,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 등은 이미 단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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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마칸 S 디젤

우선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환경부 의지에는 동의한다. 또한 그간 관행이라며 얼렁뚱땅 국내 환경인증 과정과 절차를 이행해 온 일부 회사에게도 경각심을 울리는 좋은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행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본인들의 치적(?)에 집중한 나머지, 국민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 태도는 굉장히 경솔했다. 이번 인증서류 조작 혹은 오류는 차의 제품력이나 회사의 도덕성을 묻기에는 미비한 수준인데, 성능이나 환경문제가 아닌 단순 서류 문제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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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카이엔 S E-하이브리드

아우디폭스바겐의 인증취소 과정도 시작은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것이었으나, 정작 본질적인 해결방안인 리콜에 관해서는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발짝 진전도 없다. 환경부가 판단하기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책임을 100퍼센트 물을 수 있는 것은 ‘임의조작’이라는 문구 명시인데, 아우디폭스바겐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회사를 길들이기 위해 인증취소 근거로 서류조작을 가져온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의 미비함에도 후폭풍은 거세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 역시 인증취소라는 중대한 조치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 환경인증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차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어쩐지 이번 과정들은 오로지 수입차에만 그 화살이 쏠려있다. 국산차는 왜 조사하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국산차는 잘 지키고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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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5 M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된 부분이다. 환경부는 이전 아우디폭스바겐은 물론, 이번 건에 대해서도 이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 인증취소 조치 이후, 해당 차종의 중고차 가치가 엄청나게 하락했다. 실제 인증취소된 폭스바겐 7세대 골프의 특정 제품 중고차 가치는 인증취소 이전보다 최대 50퍼센트 가량 수직낙하했다. 또한 보증기간 내 신차교환에 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한 어떤 소비자의 경우 인증취소로 새 차를 등록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환불을 받았다. 환경부의 행정권력이 수입차회사는 물론, 애먼 소비자까지 철퇴로 작용한 것. 이는 재산권 침해로 보일 수도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이제 새롭게 인증취소 목록에 들어갈 수입차를 보유한 소비자들도 재산에 피해를 보게될 것이 뻔하다. 또한 이에 앞서 해당 차종을 계약한 소비자에게도 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또 차를 구입하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 또 돈은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다. 이런데도 환경부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말만 되풀이 할 셈인가? 인증취소라는 유례가 없는 조치를 아무 문제의식 없이 휘두른 나쁜 선례는, 이후 발견된 모든 문제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형평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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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

법을 지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하지만 법은 한편으로 ‘최소한의 도덕’이다. 주무부처로서 법을 얼마든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환경부는 그 경솔함으로 인해 현재 심한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환경부는 지금 이순간에도 리콜을 받지 못한 수만 대의 차가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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