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레이 롱텀 시승기 2편

힘 든 3개월이었다. 겨울이 시작 될 즈음 자동차매거진 <카> 편집팀으로 입양돼서 혹독한 겨울을 보냈고, 조금 있으면 봄이 찾아오건만,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창간호가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잡지 잔뜩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 내가 실내공간은 덩치에 비해 많이 넓은 편이지만, 책을 그렇게 많이 실으니 앞바퀴가 들릴 거 같단 말이야. 가벼운 걸 실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번 달 2천487킬로미터를 뛰었어. 이게 정상적인 거야? 1년이면 3만 킬로미터인데…, 내가 무슨 영업용 택시도 아니고. 뭐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 건 힘들게 잡지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서 처음으로 사우나 시켜줬던 거야. 이야, 참 기분 좋더라. 구석구석 샤워기로 물 쏴주고 보디클렌저로 묵은 때 벗겨내 주니 바닥에 구정물이….

“차 뽑고 처음 세차하시나 봐요?” 어휴, 내가 창피해서 죽겠더라. 너희 사우나에서 때 밀어주는 분이 “태어나서 처음 때 미시나 봐요?” 이러면 기분 어떻겠냐? 세차까지 시켜주고 그 동안 일 부려먹어서 미안했는지 이틀 정도 주차장에 세워주더라고. 알고 보니 이것들 나만 빼고 따뜻한 남쪽으로 지방촬영 갔어. 나도 봄바람 맞고 싶은데 이럴 땐 안 데리고 가고, 정말이지 너무하더군. 덕분에 이틀 푹 잠만 잤어. 출장에서 돌아오고 난 뒤, 또 촬영 시작하더라고. 폐활량이 기본적으로 2~3배 이상 되는 녀석들을 따라가려니 난 너무 힘들었지만, 그런데 또 자동차마음이 간사한 게 이것도 적응되더라고.

누군가 나 데리고 도망갈까 봐 몸에 뭘 붙여놓을 정도로 날 아껴주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내 몸에 붙인 이 기계 참 이상해. 뇌랑 연결해놔서 그런가 급하게 멈추기라도 하면 “긴급 구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취소를 원하면 15초 이내에 취소버튼을 눌러주세요”라고 말을 한다. 자기들 죽긴 싫어서 사고 시 다른 사람에게 문자로 관련 내용을 보내주는 거였어. 내 의도랑 상관없이 말이 막 나와버리니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다른 말도 하면 좋겠는데 그 말밖에는 못하는 것 같더군.

“이거 변속하고 나서 rpm이 잠시 떨어진다. 오토큐 들어가야 하나?”, “지금 시간 없으니까 나중에 마감 끝나면 가보자”. 그래 너희 말대로 나 지금 엄청 아파. 너희한테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나마 알아줘서 다행이다 싶었어. 2단으로 뛰려고 하면 주춤하게 돼. 바쁘다고만 하지 말고 병원 좀 데려가 줘. 자기들 아프면 바로 병원 가면서 왜 나는 항상 나중이야? 선물할 게 없어서 합병증까지 선물해주려고 그러는 거니? 수리비 많이 나오게 해서 너네 대장한테 카니발로 바꾸자는 구실 마련하려는 거야? 카니발은 뭐 크게 다를 줄 아나 본데, 나보다 조금 잘 달리고 공간 조금 넓은 대신 겁나게 많이 비싸. 이제 겨우 3개월 지났잖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3년은 같이 지내보자. 버릴 생각만 하지 말고 응?

Kia Ray (2015)
Engine 998cc I3 가솔린, 78마력, 9.6kg·m
Transmission 4단 자동, FWD
Total 7,073km
Our 9.5km/ℓ
Official 13.5km/ℓ

car 매거진 2016년 4월호

기아자동차 레이 롱텀 시승기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