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6에 이은 연타석 홈런 QM6

줄서고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먹어야 했던, 생삼겹 맛집이 있다. 고기 맛에 취해 한동안 제집 드나들 듯 단골이 됐다. 메뉴는 오로지 생삽겹. 맛집 특징 중 하나인 단일메뉴 정책을 철저히 고수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그 좋던 고기 맛도 슬슬 익숙해졌고, 급기야 질리기 시작했다. 들르는 횟수가 주에 한 번에서 달에 한 번으로 멀어질 즈음, 청정한우 생고기 메뉴가 투입됐다. 노릇하고 고소한 삼겹의 기름 대신 야들야들하면서도 담백한 소고기 육즙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 커다란 프런트 그릴과 이어붙은 헤드램프. 르노삼성의 젊은 얼굴

현대기아차가 맛집이라면 싼타페와 쏘렌토는 삼겹살 정도 되지 않을까? 대부분 좋아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 특별히 끌리지 않아도 타는 사람들도 적잖았다. 상품성과 내구성 등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맛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울며 먹는 겨자 같은 모델이기도 했다. 인기가 많다 보니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또 그 값에 그만한 차는 없다고 자위했다. 국산차이기에 비교적 편한 애프터서비스도 장점이었다.

절치부심한 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 SUV에 싫증 난 사람들을 위해 괜찮은 대안을 들고 나왔다. QM5의 대를 잇는 QM6. 맛집에 새로 등장한 소고기 메뉴인 셈이다. 르노삼성은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틀을 깨겠다고 단언했다. 현대기아차가 판치는 국산차시장에 게임 체인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QM3 SM6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꾸준히 늘고 있는 SUV시장에 새 모델을 투입해 르노삼성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부분변경 모델로 근근이 버텨오던 시간을 뒤로 하고 전에 없던 모델을 들고 나섰으니,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었다.

최근 출시한 SM6와 많이 닮았지만 골격까지 공유하지는 않았다. QM6는 닛산 로그의 플랫폼을 품었다. 뼈대는 다르지만 디자인은 르노삼성의 젊어진 최근 스타일. 넓고 커다란 그릴과 헤드램프, 과할 정도로 커서 기세 높은 데이타임 라이트로 카리스마 넘치는 앞 얼굴이 SM6와 쌍둥이다. 동급최초라는 LED 헤드램프와 데이타임 라이트는 존재감 드높이는 카리스마 아이템이다. 검정 무광 플라스틱으로 두른 커다란 휠하우스, 왠지 19인치 휠도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선보다 면을 강조한 울룩불룩 근육질 보디는 보는 각도에 따라 풍만해서 좋다가도 군살 때문에 둔해 보이기도 했다. 뒷모습 또한 SM6와 비슷하다. 해치를  절반으로 가를 듯 깊게 파고든 테일램프는 차체가 더 넓어 보이는 착시효과를 낸다.

실내 또한 타고 내리기 수월한 SM6. 마감재에 아낌없이 사용한 가죽은 경쟁모델보다 고급스럽다.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대칭인 센터페시아 한 가운데에 8.7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크게 도드라진다. 태블릿 PC 같은(탈부착은 안 된다) S-링크는 경쟁모델과의 주요한 차별화 아이템이다. 커다란 모니터를 처음 쓴 테슬라는 이상해 보였는데, 최근 양산모델에 하나 둘 등장하면서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물리적 버튼과 다이얼로 다루는 평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보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정전압 방식으로 터치하는 모니터는 운전하면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안전을 위해 정차 중이거나 출발 전 세팅을 끝내야 한다. 대부분의 시승차가 그렇듯 처음에는 어색해도 쓰다 보면 익숙해진다. 다루는 요령이 늘고 몸에 익어 시승차에서 내릴 때면 내가 오너가 된 듯 친숙해지는 것이다. S-링크 역시 마찬가지. 다양한 기능을 다루기 위해 몇 단계로 터치해 드나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부분 한 번 설정해두면 바꾸지 않아도 될 것들이니 괜찮다. 터치감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또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모니터에 쓸어 담은 덕에 실내는 간결하다. 물리적 버튼으로 쉽게 다루면 좋을 오디오 관련 버튼은 스티어링 칼럼 오른편에 따로 모아 놓았다

▲ 개인적으로 뽑은 최고 아이템은 보스 오디오시스템. 풍부하고 단단한 중저음과 탁월한 사운드 스테이지로 운전 내내 귀가 호강한다

다양한 옵션 중 으뜸은 보스 오디오시스템이다. 센터스피커까지 품은 12개 스피커의 보스 서라운드 사운드시스템은 풍부한 음압과 다부진 중저음으로 훌륭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낸다. 단언컨대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좋은 소리를 품고 있다. 소음의 반대파를 만들어 더 조용한 차로 만든다는 소음저감 기능(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도 갖췄지만, 효과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요즘 디젤차의 진동과 소음 억제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다.

▲ 177마력과 38.7kgm 토크를 내는 2.0리터 디젤. 비교적 조용하고 부드럽다. 폭발적인 가속감 대신 꾸준히 힘을 내는 끈기가 좋다

파워트레인은 177마력과 38.7kg·m를 내는 2.0리터 디젤엔진에 x트로닉 조합 한 가지. 세팅을 통해 무단변속기에 자동변속기의 감각을 담아 기어노브로 수동처럼 몰 수도 있다. 하지만 수동처럼 직결감이 훌륭하거나 기계를 다루는 재미가 큰 건 아니다. 추월이나 급가속, 내리막길 엔진브레이크 정도의 상황에서 사용하면 알맞겠다

▲ 선과 면이 흐드러진 차체는 건강해 보인다. 해치를 자를 듯 깊게 파고 든 테일램프는 SM6 때부터 시작된 디자인 요소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반응이 멍하다. 그러더니 잠시후, 훅하고 뛰쳐나간다. 정지에서 풀드로틀을 하면 약 1.5초 후에 차가 움직이는데, 그 감각이 터보랙 같다. 부드러운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달릴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행 중 가속에도 스트레스 없이 반응이 부드럽고 가속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진입로가 짧아서 정차했다가 눈치 보고 잽싸게 들어서야 하는 곳, 저속에서 급가속으로 추월이나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이다. 초반 굼뜸을 헤아려 좀더 여유롭게 몰아야 한다.

▲ 7인치 TFT 계기반은 취향에 따라 색을 바꿀 수 있다. 그것도 무려 다섯 가지. 단순해서 보기 좋은 컬러 계기반은 인포그래픽 느낌이 강하다

취향 및 상황에 따라 앞바퀴굴림 및 네바퀴굴림을 선택할 수 있다. 4WD 오토 모드에서는 최대 앞에 100까지 구동력을 몰아 쓸 수 있고, 뒷바퀴에 최대 50까지 힘을 전달한다. 4WD 록 모드에서는 앞뒤 구동력을 50 50으로 고정해 나눠 쓴다. 전자식 4WD에 파트타임 감각을 살린 셈이다. 굽이진 길이나 빗길에서 안정성을 더하는 네바퀴굴림 또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패밀리SUV답게 하체는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안락한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 범주 안에서 팽팽하게 조여 단단한 맛을 챙겼다. 여기에 네바퀴굴림 구동방식을 더해 덩치보다 당차고 다부지게 코너를 타고 도는 재미를 품었다. 핸들링에 신경 쓰는 프랑스차 특유의 맛이다.

▲ x트로닉 무단변속기에 수동 로직을 더해 수동변속기 같은 맛을 낸다.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젖히고 오르내리면서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4번 타자를 자처한 르노삼성에게 QM6는 중요한 모델이다. 오랫동안 끊겼던 신형 SUV의 갈증을 해소하고 브랜드 파워를 올려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다방면에서 QM6는 만족스럽다. 실용성을 챙기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풍부한 편의장비로 올 라운드 플레이어의 면모를 갖췄다. 안락한 승차감에 운전재미를 포기하지 않았고, 동급최초와 최고수준의 편의장비들은 더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단일메뉴가 지겨워진 사람을 유혹하기 위한 메뉴로 자격이 충분하다.

Renault Samsung

QM6 4WD

Price 3,470

Engine 1995cc I4 터보디젤, 177마력@3750rpm, 38.7kg·m@2000rpm

Transmission x트로닉 CVT, 4WD

Performance 0100 N/A, N/A, 11.7km/, CO₂ 165g/km

Weight 1,76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