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기름값…수입차 기상도는?

기름값이 상승일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최근 5년 간 최저수준이었던 것이 어느새 리터당 1천475.45원(2016년 12월 4주 기준, 가솔린)까지 올랐다. 전주 대비 11.37원 상승한 수치다. 지난 여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국내 기름값이 오르는 원인은 국제 유가가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증산을 해대며 치열하게 펼쳐졌던 산유국간 헤게모니 싸움이 조정기에 들어간 것. 게다가 이들은 국제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최근 감산에 합의한 상태다. 강제성이 없는 합의여서 얼마나 기조가 이어질 지가 관건이지만 국제 유가 등락에 따른 영향이 2~3달 늦게 반영되는 국내 유가 특성상 적어도 올해 봄까지는 오를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기름값이 높아지면서 수입차간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수입차시장 전망은 국내 유가와 어느 정도 궤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초강세를 보였던 디젤차 인기의 바탕에도 고유가라는 시대적 특성이 반영됐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2016년 전반에 걸쳐 나타난 디젤 약화는 가솔린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시선이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수입차보다 선택폭이 좁아 기름값에 대한 영향이 제한된 국산차시장도 최근 디젤차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름값 하락에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곳은 미국차와 일본차 브랜드다. 특히 포드와 토요타, 렉서스 등이 2016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부재 때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가 늘었다.

포드의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1만311대를 판매, 2년 연속 1만 대를 넘었다. 이 중 가솔린은 7천898대로, 전체에서 76.6퍼센트의 비중이다. 수입차 전체 가솔린 비율이 33.5퍼센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배 이상 가솔린이 브랜드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는 점은 포드는 2016년 초 디젤 제품의 판매 증진을 위해 ‘디젤 삼총사’라는 용어까지 만들며, 디젤 마케팅에 주력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국내시장 기류가 바뀌면서 더 자신있는 가솔린에 집중했고, 성과를 냈다. 일등공신은 3천837대가 팔려나간 익스플로러 2.3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도 가솔린 가격 하락에 수혜를 입은 브랜드다. 더욱이 두 브랜드 모두 디젤에 버금가는 연비가 자랑인 하이브리드를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디젤은 전무. 가솔린과 가솔린 하이브리드로만 지난해 11월까지 토요타 8천294대, 렉서스 9천170대를 소비자에게 넘겼다. 토요타는 캠리 하이브리드(2천127대), 렉서스는 ES300h(5천257)의 판매가 높았다.

포드와 토요타(렉서스)는 기름값 상승에 나름 여유로운 상황이다. 우선 포드는 ‘이가 없으면 잇몸’ 역할을 해줄 디젤 제품이 존재한다. 몬데오 2.0 TDCi나, 쿠가가 주인공. 실적을 책임지는 익스플로러에 디젤이 없지만 수입차시장이 디젤 일색일 때도 존재감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생각이다.

토요타와 렉서스 또한 별다른 걱정이 없다. 판매가 가장 많은 제품이 단독 가솔린 제품이 아닌, 가솔린 하이브리드였다. 즉, 전기모터가 엔진을 보조한다는 기술적 특성상 애초에 기름을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유류유지비 상승이 예상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 더욱이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인식이 좋아진 점도 여유에 힘을 보탠다. 문제는 신차가 거의 없다는 점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줄 신제품이 추가된다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호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디젤 진영은 올해 기름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인해 디젤 점유율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폭스바겐만의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 않던 것. 사실상 디젤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유가와 효율 면에서 이점이 분명한 디젤은 기름값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효용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디젤 판매가 늘어나는 등의 현상도 목격됐다. 또한 올해 굵직굵직한 디젤 신차 출시도 기다리고 있고, 이번 달 내로 폭스바겐 티구안의 리콜 검증도 완료될 예정이다.

이중 푸조는 올해 칼을 갈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지지난해 7천 대를 초과, 진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려던 푸조는 지난해 반토막이 났다. 주력 2008의 부진이 원인이었지만, 308, 3008 등의 제품도 출시 연한이 오래돼,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508 또한 많은 힘을 쓰지 못한 상황에서 2008에만 매달린 측면도 적지 않다. 이는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반적으로 푸조의 2016년은 상품 전략에 있어 헛발질을 했던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마음만 먹었다면 폭스바겐의 부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다르다.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신차 여러대를 쏟아 붓는다.

포문을 여는 건 푸조의 베스트셀러 2008. 기존에서 디자인과 상품성을 높인 부분변경 제품이다. 다음은 3008이다. 2세대 완전 변경 신제품으로 PSA그룹 EMP2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제품은 5008이다. 기존 MPV에서 정통 SUV로 태세변환을 했다. 큰 차가 없었던 푸조로서는 올해 5008을 전략무기로 삼고 있다.

폭스바겐 또한 절치부심이다. 내부적으로 신제품 인증과 기존 제품 재인증을 리콜절차가 마무리되는 이후로 잡았기 때문에 이번 달 티구안(1세대) 리콜 검증이 완료되면, 속도를 높여 인증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2세대 티구안과 유럽형 파사트로 알려진 파사트GT, 7세대 골프 부분변경 등이 올해 폭스바겐 판매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서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고, 다시 유가가 상승세를 그리면서 수입차시장 전망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라며 “디젤이 주춤한 사이 가솔린 제품으로 재미를 본 미국, 일본차 등은 가솔린값이 오르면 타격이 불가피한데, 이미 디젤이나 가솔린 하이브리드 등으로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디젤을 주력 삼는 브랜드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디젤의 장점이 부각되기 마련이어서 유가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