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이 그리는 큰 그림 

지난해 우리 자동차시장의 키워드는 단연코 ‘르노삼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놓는 제품마다 히트를 치며, 그들의 브랜드 엠블럼처럼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훌륭한 전략과 제품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 모든 사업부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일까? 르노삼성의 첫 한국인 수장 박동훈 사장은 지난 1월 18일 열린 르노삼성 신년간담회 내내 약간은 들뜬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넘친 표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수입차업체 출신이라는 이력이 가끔은 그의 발목을 잡았어도, 그곳에서 키운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감각과 유연함은 르노삼성이라는 조직에 새 호흡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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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난해 르노삼성은 박동훈 사장이 그린 그림대로 흘러갔다. 내부에서도 거둔 성과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내수와 수출을 합친 판매량은 25만7천345대. 르노삼성이 부산에 제2공장을 지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던 지난 2010년의 27만1천479대에 이은 2위 기록이다. 수출 또한 14만6천244대로 나타나 14만9천65대의 2015년과 비등한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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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판매의 주역은 SM6. 중형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플러스 전략’ 선두에 선 모델이다. 실제 SM6는 지난해 5만7천478대를 판매, 중형시장의 절대군주로 꼽히는 현대차 쏘나타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자가용 등록으로만 본다면 SM6가 앞섰다는 점. SM6는 5만431대, 쏘나타는 3만5천23대에 그쳤다. 권력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하반기는 QM6의 선전이 있었다. 지난 10월 4천141대가 팔려나가 출시 두 달 만에 현대차 싼타페(4천27대)라는 큰 산을 넘었고, 그 인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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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닛산 로그의 독무대. 부산에서 만들어 북미로 보내는 닛산 주력 SUV 로그는, 르노삼성에 있어 공장가동률을 높여주는 효자품목이다. 2015년 13만6천309대, 2016년 11만7천560대 등 매년 10만 대 이상을 책임져 주고 있다. 르노삼성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든든한 일원임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르노삼성의 역량이 증명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래로 향한다. 과연 르노삼성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여줄까? 간담회 자리에서 박동훈 사장은 비전 2020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해치백 클리오와 시티 EV 코뮤터 트위지의 출시를 알렸다. 기존 제품들의 내실강화도 화두로 삼았다. 성장하는 회사에 흔히 볼 수 있는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 강화도 올해 르노삼성의 약속이다.

두 가지 걸리는 게 있다. 플래그십 SM7과 닛산 로그의 생산계약 만료다. 우선 SM7은 박동훈 사장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르노삼성 국내 영업본부장으로 취임했을 때, 박 사장은 SM7의 상품성이 상당한데도 잘 안 팔린다며 판매를 꼭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고, 여러 방안을 통해 그 말을 실현했다. 그러나 한계도 비교적 분명했다고 보이는데, SM7은 이미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소비자가 이제는 원하는 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SM6가 화려하게 등장,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추세다. 플래그십은 회사의 가장 큰 차가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차가 되어야 한다는 박동훈 사장의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이왕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면 묵직한 제품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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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러운 점은 르노그룹이 본격적으로 중국에 대응하려고 한다는 부분이다. QM6(수출명:꼴레오스)의 개발에 르노삼성이 상당한 역할을 한 일도 중국시장을 고려한 르노그룹의 판단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실제 QM6는 한국보다 중국 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큰차 만들기에 있어 르노삼성의 역량을 인정한 셈이다. 향후 르노그룹의 프리미엄 SUV 개발도 르노삼성이 담당한다.

대형세단의 개발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 중국시장을 생각했을 때 말이다. 더욱이 박동훈 사장의 전임자였던 프랑수아 프로보가 중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을 총괄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도 좋은 궁합을 보였던 그들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다면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포함하는 대형세단(이 경우 한국 판매 제품은 SM7의 후속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을 르노삼성이 개발할 수도 있다.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프랑수아 프로보 부회장의 존재는 우리에게 있어 큰 힘이 된다. 그와 내 생각에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 SM7 후속에 대한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박동훈 사장의 말이다.

닛산 로그의 생산 계약은 2019년까지다. 연간 10만 대 이상의 생산 물량은 르노삼성에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또한, 로그는 해외 생산품을 국내로 다수 들여오려는 르노삼성에 있어 국내 공장가동률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계약 만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르노삼성에도 몇 가지 대안은 있다. 우선 2019년 이후 로그의 후속모델을 생산하는 방법. 그러나 이는 르노삼성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로그 후속은 전적으로 닛산이 담당하는 것이지, 르노삼성이 관여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내수에 판매할 차의 생산을 늘리는 것. 르노삼성이 가진 고민거리 중 하나는 현재 내수 공급이 원활치 않다는 부분인데, 수출 일부를 내수로 돌리는 식이다.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또 르노삼성이 매년 지속해서 내수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붙는다.

“닛산 로그 생산은 2019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이후에는 로그 후속을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시장 변화에 따라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수출이 줄어든 만큼 내수를 늘리려는 계획도 있다.” 박동훈 사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