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전기차의 시대

내연기관의 운명은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걸까?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너나 할 것 없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 나아가 하이브리드에 배터리용량을 늘리고 외부전기로 충전해 엔진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으로 전기를 만들어 주행거리를 늘려주는 전기차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4 4. BMW에서 만든 전기차 i3가 한국땅을 밟았다. 이후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현대차는 2016 6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하 아이오닉)을 선보이며 10월까지 1480대를 팔았다.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조만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나올 예정으로, 현대차 친환경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과 한국의 전기차는 얼마나 다를까? 내연기관만큼이나 전기차도 차이가 날까?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전기차의 도시로 불리고 싶어하는 제주도로 향했다.

국내 출시 후 지금까지 695대를 판매한 i3는 해치백 모습을 띄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자세다. 매섭게 노려보는 헤드램프는 당찬 주행감을 선보이겠다는 의지. 특히, 2열에 들어서기 위해 열리는 도어는 BMW 그룹에서 초호화 럭셔리를 맡고 있는 롤스로이스에서나 볼 수 있는 코치도어다. 오리지널 도어를 달기에 부족한 공간을 코치도어라는 신선한 아이템으로 재치 있게 살려냈다. 현대차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체적인 디자인은 비슷하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다는 점이 하이브리드와 다른 점이다. 이는 공기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 누가 봐도 심플하고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다

i3 실내 역시 겉모습처럼 호감이 간다. 전기차라는 단어와 매우 잘 어울리는 모습. 미래의 자동차 역시 이와 비슷할 거다. 또한, 시원스러운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i 드라이브 컨트롤러가 BMW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이오닉은 일반적인 자동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슷한 구성이지만, 기어레버가 버튼식으로 바뀌면서 추가적인 수납공간을 얻었다.

▲ 그 옛날 타자기에 종이를 넣고 돌리던 방식으로 써야 한다

전기차는시동이 없다. ‘부팅이 맞는 말이다.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깨어나면 출발 준비가 끝난 셈. i3의 기어레버는 스티어링 컬럼에 붙어있다. 두툼한 레버를딸깍거리며 원하는 드라이브 위치에 넣으면 준비 끝. 덕분에 센터터널이 없어 작은 체구지만 실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기차의 장점은 정숙성이다. 게다가 진동도 없으니 뭔가 이상한 느낌도 들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주행 중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제동시스템으로 인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내연기관 엔진브레이크보다 강한 제동력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브레이크페달을 밟는 일도 많이 없고 전기차 단점인 주행거리를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 평범한 실내. D컷 스티어링이 살렸다

아이오닉은 i3 에 비하면 핸들과 가속페달 모두 가볍다. 그래서툭툭튀어나가는 기분 나쁜 경험이 뒤따른다. 운전시야는 i3보다 낮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았다. 핸들에 달린 패들시프트는 회생제동시스템의 강도를 조절한다. i3에는 없는 기능.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0~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건 정말 잘 만들었다. 0단계는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이질감 없이 속도를 줄여나가지만, 3단계로 설정하면 i3만큼 강한 제동력이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출시가 늦었지만 그 시간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게 전해진다.

i3는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깔고, 트렁크 하단에 모터를 달았다. 그렇다, 뒷바퀴굴림이다. 전기차는 대부분 앞바퀴를 굴리지만 i3 BMW에서 내세우는 운전의 재미를 이어가려 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꾸준히 밀어주는 느낌과, 코너에서 느껴지는 안정적인 몸놀림이 껑충해 보이는 생김새와 완전 딴판이다.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25.5kg·m의 최대토크는 1300킬로그램의 i3를 경쾌하게 움직인다. 또한, 덩치에 비해 큰 19인치 휠이 단단한 승차감을 뒷받침한다. 아이오닉은 차체 뒷부분에 배터리를 깔고 모터를 앞쪽에 두고 있다. 120마력의 최고출력과 30.0kg·m의 최대토크는 1445킬로그램의 차체를 책임진다. i3와 비교하면 출력은 50마력 낮지만 토크는 오히려 4.5kg·m 높다. 출발은 경쾌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힘이 빨리 빠진다. 16인치 휠은 퍼포먼스보다는 경제성과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다.

아이오닉의 최대강점은 주행거리. 제원상 1회 충전으로 191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물론 운전습관에 따라 더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 i3 132킬로미터(편집자주해외에는 쉐보레 볼트처럼 엔진으로 전기를 충전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모델도 있다)로 아이오닉 전기차에 비해 30퍼센트 이상 주행거리가 짧다. 항상 전기차에 따라붙는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보급에 문제점은 짧은 주행거리와 인프라(충전소). 가정과 사무실에 전용 충전시설이 있다면 크게 상관없지만, 소비자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에 주행거리는 전기차를 구입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 한국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가장 좋다는 제주도에서도 한계를 느꼈다. 촬영을 위해 여기저기 다녀야 했고, 당연히 남은 주행가능거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 배터리 잔량도 없는데 충전기까지 고장이면 정말 난감하다

i3가 알려준 주행가능거리는 18킬로미터, 충전소까지는 15킬로미터. 후배는 모든 신경을 오른발에 모아야만 했다. 충전소가 5킬로미터 남았을 때 i3 주행가능거리 3킬로미터가 남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동승석 수화기 너머로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렇다고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겨우 충전소에 도착, 우리 일행은 충전기 옆에 걸터앉아 제주도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난 멀미라도 한 것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웃음기 없는 후배의 표정에서 전기차의 현주소를 읽었다. 반면에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반납할 때까지 충전소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출시가 늦었던 만큼 배터리용량에 신경쓴 까닭이다.

분명 지금의 i3와 아이오닉 장단점이 명확하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운전재미를 추구하는 i3, 디자인과 운전의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주행거리가 긴 아이오닉 일렉트릭. 하지만, 2016 파리모터쇼에서 i3는 주행거리를 50퍼센트 이상 늘린 새로운 i3를 발표했다. 배터리용량을 22kWh에서 33kWh로 늘려 주행가능거리가 300킬로미터나 된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놓은 상태에서도 2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이처럼 2017년에는 300킬로미터 내외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한 전기차들이 시장에서 경합을 펼칠 예정이다. 전기차 관련 난제 중 하나는 주행거리였지만 기술의 발달로 배터리가 좋아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남아있는 충전소 문제만 해결된다면 내연기관 종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설렘과 과거에 대한 향수가 동시에 밀려왔던 제주에서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