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운전의 재미, BMW 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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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M

사진 김범석

고성능 자동차라면 으레 ‘큰’차를 떠올렸지만, 자동차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유럽 프리미엄 메이커들은 ‘작은’차에 큰 성능을 내는 모델로 고성능 모델을 재편하고 있다. 물론, 기존 큰차들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욱 강력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B당’ 마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M2는 1M을 잇는 모델로,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지긴 했지만, 마침내 당당히 우리 앞에 모습을 보였다. SUV를 제외하면 M 디비전 모델은 알파벳 ‘M’을 시작으로 베이스 모델의 숫자를 조합한다. 그런데 1M은 반대였다. 왜? 소속팀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룬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결번’ 시키며 선수를 기리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M1은 1978년 M 디비전에서 만든 최초의 수퍼카다. 이렇듯 상징적인 모델명을 1시리즈 고성능 모델에 부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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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도어 수로 모델명 체계를 바꾸면서 1시리즈 쿠페는 2시리즈 쿠페가 됐다. 물론, 4, 6시리즈에 네 개의 도어를 달고 있는 변태 (그란 쿠페)가 있지만, 예외로 하자. 결론적으로 M2는 알파벳 ‘M’이 앞으로 나오면서 진정한 고성능 쿠페로 등장하게 된 것.

M2의 등장에 앞서 M235i 라는 걸출한 모델이 먼저 나왔지만, 진정한 M카는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M2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326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던 M235i보다 출력이 올라가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반대로 상위모델인 M4를 넘어서면 안됐다. 하극상은 군대나 자동차 모델이나 절대적으로 생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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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35i 엔진을 가져와 M4의 부품을 이식해 M2만의 엔진으로 만들었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연구원들은 머리좀 아팠겠다. 이러한 노력으로 370마력의 최고출력과 47.4kg·m의 최대토크로 0→시속 100km까지 4.3초(수동기어는 4.5초) 만에 끊으며 시속 250km까지 내달린다. 출력은 M235i보다 44마력 올라갔지만, 진정한 M은 A4 용지에 끄적여진 숫자만을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의 자동차다. 아무리 소형 쿠페일지라도 그건 예의가 아니다. 참고로 현재는 M235i는 단종됐고, M240i(340마력)로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국내에 출시될 일은 없을 거 같으니 그냥 ‘참고’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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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매되고 있는 M3(M4)는 이전 세대보다 ‘M’다운 맛이 떨어진다. 물론, 소음 및 환경규제, 연료효율, 무엇보다 더 많이 팔아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편한 주행을 원할 때에도 돌덩이 같은 승차감과 가속페달에 밑창만 대도 툭툭 튀어나가는 시대는 끝났다. 수퍼카도 출퇴근 할 수 있어야 팔린다. 그래서 일부 마니아들은 가슴이 미어지고 그 시절 향수를 잊지 못해 관리 잘된 중고차가 나오기 무섭게 낚아채기도 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M2를 만나보자. 멀리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M2는 흰색 보디에 아름다운 데칼을 두르고 있었다. “태극무늬?” 시국이 시국인 만큼 M을 상징하는 데칼 패턴이 태극무늬처럼 보였다.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더니만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전시됐던 그 녀석이다. 앞쪽 에이프런, 사이드스커트, 스포일러는 올해 M2를 출고하는 고객들에게 BMW 10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의 서비스 파츠다. 300만 원 정도. 하지만 데칼은 직접 구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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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앉아보니 오랜만에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제대로 된 M카가 나왔다며 칭찬이 자자하기 때문. 일단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을 벗어나 밝은 곳에서 차근차근 둘러봤다.

배기사운드. 최고다. M4의 그것과는 완전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터보엔진이 이런 소리를 낸다는 게 반갑다. 컴포트 모드도 단단한 승차감이다. 7단 DCT(듀얼클러치)는 순차적으로 기어를 바꿔물며 최대한 낮은 분당회전수를 이어가지만 가속페달을 바닥에 붙이면 ‘달리라고?’ 묻는 시간만큼의 터보랙을 보여주고 부리나케 뛰쳐나간다. 기어는 5단에서 2단으로 순식간에 떨어지고 계기반에는 DSC가 깜빡이며 자세를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 영하 1도의 날씨에 타이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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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M2를 기다린 이유는 M4보다 휠베이스가 짧고 370마력의 최고출력을 자유자재로 분출하며 과거 고성능 모델을 호령했던 진정한 ‘M’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M4 대비 60마력 정도 약하지만 그 정도의 숫자는 100마력대의 자동차에게서나 크게 다가올 문제. 370마력의 출력으로 뒷바퀴를 굴리며 2천693밀리미터(M4, 2천812밀리미터)의 휠베이스가 전부인 소형 쿠페에게는 엄청난 무기다.

M4 대비 약 120밀리미터 짧은 휠베이스 차이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까? 먼저 고백하자면, 앞서 언급했듯 아스팔트의 온도가 미쉐린 파일럿 수퍼스포츠가 받쳐주기에는 너무 낮아 한계점까지 몰기는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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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길을 본격적으로 누비기 전, 30분 정도 촬영 겸 천천히 오르내리며 거동을 느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M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M’들에게 달려있는 ‘M버튼’이 M2에는 없다는 점. 아웃 사이드미러에 포착된 리어펜더는 도어 손잡이보다 한뼘은 튀어나와 코너에서 어느정도 실력을 보여줄지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배기음을 한층 키우며 ‘준비하라’는 묵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드로틀 반응은 날카로워져 찰과상 입은 피부에 소독약을 뿌리기 바로 전 만큼이나 긴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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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회전수를 최대한 올린 시점에서 패들을 당기자 뒷차가 ‘쿵’ 박은 듯 충격이 전해지며 잽싸게 가속을 이어나간다. 1M은 수동기어박스만을 생산했지만 M2는 수동기어를 기본으로 듀얼클러치 모델까지 나온다. 기어를 바꿔무는 속도가 비교도 안될 만큼 빠른 건 사실이지만, 이런 고성능 소형차에는 수동기어박스 레버를 진두지휘 할 때 느껴지는 감성적인 면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텐데 말이다. 이왕이면 수동기어 모델도 들어왔다면 어땠을까. 과거 1M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니 기대해도 될까?

속도를 올려도 매섭게 코너를 파고드는 여유는 한결같지만, 탈출할 때에는 한템포 빨리 가속페달에 발을 가져가야 했다. 탈출속도가 빨라진다는 건, 고출력 라이벌에게 직진에서 뒤쳐진 랩타임을 보상받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M2의 진가는 코너다. 가속페달을 얼마만큼 밟는지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M디퍼렌셜과 M서스펜션은 양쪽 뒷바퀴에 최적의 토크를 배분하며 노면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짧은 휠베이스는 경쾌한 움직임으로 코너 탈출시점을 빨리 가져갔다. 그렇다고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느낌은 아니다. 뭔가 ‘날’것의 느낌? 코너를 뛰어들 때에도 안정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없다. 뭔가 거칠고, 흔들림이 느껴지지만 코너에 들어서면 매끈하게 돌고 또 다시 거친 배기사운드를 토해내며 앞으로 뛰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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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에 빠져 한참을 즐기던 중, 코너에서 나도 모르게 패들을 당겨버렸다. 레드존에 다다랐을 때였나보다. 변속충격과 함께, 코너 바깥으로 미끄러지지만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게 또 다른 코너를 찾아 핸들을 돌리게 만든다.

밸런스다. 한국보다 먼저 출시한 나라에서 칭찬이 자자한 이유. M4가 안좋은 밸런스를 가졌다기보다 브랜드끼리 출력경쟁이 심해지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것. 출력은 좋지만, 그만한 출력을 다 쓰지도 못하고, 오히려 과한 출력으로 코너에서 느끼는 재미보다 전자장비에 의존해 코너를 돌아나가는 일이 자연스럽게 ‘고성능’이 되어버렸다. 뻥 뚫린 길에서만 출력을 모두 쏟아 내는 그런 고성능 말이다. 그에 반해 M2는 고속에서 약할지 몰라도(실제 고속에서 안정감은 떨어진다) 370마력의 출력을 알뜰히 살리면서 짜릿한 균형감각으로 코너를 공략한다. 직진구간이 아닌 아기자기한 코너에서 M4와 비등한 실력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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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는 분명 재미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보다 재미있는 모델이 될 수도 있는 걸 억지로 봉인했다. 국내인증 공차중량은 1천590킬로그램으로 상위모델인 M4보다 오히려 50킬로그램 무겁다. 카본 루프 등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충분한 아이템을 개발할 실력이 있음에도 하극상을 우려한 봉인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고성능 소형차들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네바퀴굴림(A 45, RS3 등)을, 대중 브랜드는 앞바퀴굴림(시빅 타입 R, 메간 275 트로피 R, 골프 클럽 스포트 S 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BMW는 펀 드라이빙을 위해 뒷바퀴굴림을 고집했다. 운전의 재미를 위한 진정한 M카를 원한다면, 무조건 숫자가 적은 모델을 골라야 한다. 과거 명성을 날리던 ‘M’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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