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 미모 가다듬고 돌아온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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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첫 번째도 디자인, 두 번째도 디자인

HATE 탄탄한 기본기와 어울리지 않는 힘

VERDICT 예뻐져서 좋다. 그것만 해도 성공이다

쉐보레 트랙스는, 수준 높은 주행성능을 갖고 있음에도, 투박하고 해묵은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카> 매거진 10월호에서 마련한 컴팩트 SUV 비교시승을 진행하면서도 그놈의 디자인이 뭔지, 안타까움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심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른 시일 내,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새로운 모습의 트랙스가 등장할 것임을 알았기에.

트랙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롭게 바뀐 모습은, 예뻤다. 흙길이라도 시원스레 내달려야 할 것만 같던 이전 모델의 투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도심에 완벽히 녹아든 트렌디한 스타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그대로 유지한 채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갈아입은 효과는, 제법 컸다. 마치 복면을 쓴 듯한 쉐보레의 듀얼 포트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 조합은, 예쁘장한 외모로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한 르노삼성 QM3에 뒤지지 않았다. 투박한 SUV 외모에 한몫 했던 검정 플라스틱 위주의 뒷범퍼는, 세련미 넘치게 다듬었다. 얼굴보다 변화 폭이 크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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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손길은, 인테리어도 어루만졌다. 고루한 레이아웃은 차치하더라도, 제각각 따로 놀던 내장재들의 궁합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이전 모델에서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꼽아보라면, 길게 고민할 것 없이 인테리어를 떠올렸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제 엄연히 달라졌다. 외모와 마찬가지로, 쉐보레의 인테리어 패밀리룩 ‘듀얼 콕핏’으로 분위기를 단장했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 등 이전에 사용하던 부품들을 많이 가져와 사용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한껏 치솟아 있던 기존의 대시보드를 조금 낮게 설계해 탁 트인 시야를 확보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조가죽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구닥다리 계기반은 보기 좋게 바꿔 달았다. 비록 자잘한 수납공간이 줄어들었지만, 그런 것들보다 이토록 화사하게 바뀐 인테리어에 더 마음이 간다. 하지만 열선시트가 단계별로 조절 안 된다는 건 아쉬울 따름. 내 엉덩이가 익어버리기 전에 알아서 끄란 말인가? <카> 매거진 전용 기아 레이도 2단계 조절이 가능한데….

중간트림 LT 이상부터 선택할 수 있는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또, 요즘엔 거의 필수가 돼버린 사각지대경고 및 후측방경고시스템의 세이프티 패키지를 마이링크와 결합해 선택할 수 있다.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 LED 테일램프와 18인치 휠&타이어로 이루어진 스타일 패키지도 LT트림 이상부터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가격표 숫자가 꽤 그럴싸하게 적혀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디자인과 안전,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했는데도 가격상승 폭을 억제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한국지엠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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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벨벳 레드 컬러의 가솔린 모델로 최상위 LTZ 트림. 앞서 말한 사양들은 물론, 전방충돌 및 차선이탈경고시스템, 그리고 보스 사운드시스템까지 품었다. 파워트레인은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그대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SUV라면 연비효율성 좋은 디젤모델이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가솔린모델 또한 나름의 장점이 있다. 이를테면 엔진의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디젤엔진과 비교할 수 없는 조용함이다.

트랙스 가솔린은 분명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이전에는 1.6리터 디젤모델만 시승해봤기에, 시승차에 올라탄 뒤 느낀 기분은 색달랐다. 손, 발짓 따라 부드럽게 반응하다가도, 거칠게 대할 때면 카랑카랑한 소리를 토해내며 기운차게 달려나갔다. 20.4kg·m 의 토크는, 초반부터 꾸준히 쓰는 스타일. 덕분에 도심에서 치고 나가기 수월하고, 전용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가속할 때도 부족함은 모른다. 하지만 탑승자 수가 많아지고 실은 물건들이 늘어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경사진 굽이길을 오르려 하면 엔진회전수를 쥐어짜며 비명을 지른다. 기어레버 옆 토글스위치로 기어단수를 오르내리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다. 차라리 이럴 때는 32.8kg·m의 최대토크로 힘차게 치고 올라가는 디젤모델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게다가 트랙스에 들어가는 디젤엔진은, 유럽에서도 조용하기로 소문난 ‘물건’ 아니던가? 각종 흡·차음재를 사용하며 조용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 신경쓴 건 물론이고. 차체 거동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디젤모델보다 약간 무르긴 하지만, 키 높은 SUV라는 한계 속에서 코너를 따라 원하는 궤적을 그려나갈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는, 라이벌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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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쉐보레 모델들이 예뻐지고 있다. 최신 디자인룩을 받아들이며 더욱 감각적인 고객들의 취향에 맞춘 제품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에 더해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비까지 두루 준비하며 고객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다. 스파크와 말리부가 그랬고, 트랙스도 그 뒤를 따랐다. 곧, 새롭게 탈바꿈한 크루즈도 등장했다. 그동안 시장의 요구에 뒤늦은 반응으로 장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한국지엠 아닌가? 물건은 준비됐고, 잘 팔면 된다. 그리고, 아베오처럼 잊혀져 가는 아이도 한 번 더 돌아봐주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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