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터프한,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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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빠른 가속력과 뛰어난 정숙성

HATE 자주 들썩이는 평균연비

VERDICT 하이브리드 탈을 쓴 프리미엄 세단

K7과 처음 마주했을 때였다. 나름 프리미엄으로 정평이 났던 현대 마르샤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시 마르샤는 독보적이었다. 고리타분한 그랜저보다 젊은 디자인을 뽐냈고, 평범한 쏘나타와 비교하면 안팎으로 우월함이 더 컸다. K7도 그랬다. 전성기 마르샤처럼 고급스럽고 동시에 혈기왕성했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매도 K7을 지지하는데 한 몫 했다. 디자인에 집중한 기아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4리터와 3.3리터, 효율 좋은 디젤엔진을 비롯해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하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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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K7 하이브리드는 ‘K7 700h’라는 이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목표는 프리미엄과 효율의 환상적인 앙상블. 타깃은 위성도시에서 장거리 출퇴근하는 소비자였다. 기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K7은 늘 ‘디자인’이라는 키워드가 1순위였고, 다음이 ‘하이브리드’였다. 그만큼 K7 하이브리드에 거는 기대가 컸다. 실제로 K7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소비자는 가솔린엔진 K7을 타는 소비자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40퍼센트나 길었다. 효율로 따지면 디젤엔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소비자는 준대형에 걸맞은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을 원했다. 정숙한 하이브리드가 디젤엔진을 압도했다. 누구나 덜덜거리는 K7 대신, 언제나 정숙한 K7을 원했던 셈이다.

그리고, 디자인과 효율의 만남 2세대에 접어들었다. 바로 ‘올 뉴 K7 하이브리드’의 등장. 얼핏 봐서는 K7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공기저항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전용 휠과 공력성능을 위해 그릴 안에 액티브 에어 플랩을 달았다. 소박한 변화는 차라리 칭찬할 만했다. 단지 하이브리드라는 이유만으로, 프리우스처럼 괴상한 디자인을 선택했다면 분명히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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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하이브리드는 시동을 켠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LED 헤드램프는 순백색 광선을 쏘았고, 안으로 휘어진 음각 그릴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았다. 실내는 친절하고 부티가 흘러넘쳤다. 정직한 수평 레이아웃과 운전자 중심으로 감아 도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은 그 어떤 콕핏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가죽시트 위에서 기교를 부리는 퀼팅 스티치, 고급스럽게 마감한 우드트림을 비롯해 아주 작은 스위치만 보더라도 만듦새가 수준급이었다. 뒷좌석으로 눈을 돌리자 광활한 공간이 펼쳐졌다. 늘 동급최대를 외쳤던 기아차는 이번에도 또,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실제로 렉서스 ES보다 폭은 50밀리미터, 휠베이스는 35밀리미터가 더 컸고, 레그룸과 헤드룸은 굳이 수치로 설명하지 않아도 거구인 두 명의 사진기자를 거뜬히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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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2.4리터 가솔린엔진과 38kW 전기모터가 궁합을 맞춘다. 엔진은 변화가 없지만 모터는 파워를 키우고 더 부지런해졌다. 전력 사용, 엔진출력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EV 작동구간을 더욱 늘린 것이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전용 자동 6단 트랜스미션을 바탕으로 ‘래피드 다이내믹 킥다운’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0→시속 20km까지 가속을 3.0초에서 2.2초로 단축했다. 배터리 또한 위치를 바꾸고 용량을 키웠다. 배터리를 트렁크 바닥 깊숙이 집어넣어 트렁크공간을 온전히 살리고, 기존 5.3Ah에서 6.5Ah로 용량을 늘렸음에도 무게 변화가 없는 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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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거리를 만나는 동안 엔진은 여전히 잠들어있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그제야 엔진이 거친 숨을 몰아 쉰다. 전기모터는 이미 최대토크를 쏟아내며 엔진과 손발을 맞췄다. 계기반에 표시된 평균연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신의 지갑에서 돈이 새고 있어!” K7 하이브리드가 잔소리를 해댔다. 우리는 냉큼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버렸다. 그제야 잔소리 대신 최고출력 159마력을 오롯이 뱉어냈다. 둔하고 나약할 것 같은, 하이브리드의 편견은 버려도 좋다. K7 하이브리드는 힘자랑 하듯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질주했다. 에코 모드로 돌아서자 엔진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앞차와 거리를 맞추며 순항하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약간의 바람 소리가 흘러들었다. 타이어소음은 바닥에서만 머물렀고, 엔진은 숨소리조차 감추었다. 소음 일절 없는 침묵의 장소. 그곳이 바로 K7 하이브리드의 운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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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7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6.2킬로미터. 한 시간 남짓 짧은 시승 동안 고작 45킬로미터를 달려 얻은 연비는 리터당 11.3킬로미터였다. 우리는 저조한 연비 결과를 두고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트립컴퓨터를 보고서 이해할 수 있었다. 스포츠 모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비경제 운전’이 무려 60퍼센트를 넘었다. 아까 K7이 말했던 잔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당신의 지갑에서 돈이 줄줄 새고 있어!”

사진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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