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대체자가 아니다, 포드 쿠가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대규모 인증 취소 이후, 수입차시장에는 일대 변혁이 불가피했다. 연간 3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부재는 경쟁자에게 뜻밖의 호재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고, 모두가 이번 기회를 빌어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했다. 특히 폭스바겐이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던, 컴팩트 SUV나 해치백시장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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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쿠가는 지난해 국내 첫 선을 보인 모델. 그러나 이미 유럽에서는 포드의 주력 SUV 중 하나로, 폭스바겐 티구안과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이를테면 포드의 베스트셀링카다. 그래서 국내 안착이 쉬워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가장 큰 걸림돌인 티구안이 없었다. 다만 디젤게이트의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디젤차는 소비자에게 여러 장점을 보여줌에도, 불안심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초 포드가 내세웠던 디젤 삼총사(쿠가, 몬데오, 포커스)도 알게 모르게 목소리가 잦아 들었다. 라이벌이 없어진 자리를 재빨리 꿰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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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가가 심기일전했다. 새로운 얼굴을 들고 나타난 것. 여전히 라이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형 티구안이 국내에 출시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그 사이를 민첩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포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쿠가의 장점을 신형 출시와 더불어 소비자에게 적극 내세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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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어도 달리는 듯 보이는 디자인은 쿠가의 장점. 포드유럽의 작품이다. 디자인 DNA 키네틱에 따른 강인한 캐릭터라인이 인상적이다.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형상도 이전과 다르다. 좀더 세련미 넘친다고 해야 할까?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약간의 변형으로도 완전한 새로움을 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기 마련이고, 쿠가는 그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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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큰 변화는 없다. 유럽 실용주의에 적절하게 모든 부분이 배치되어 있다. 최신 인포테인먼크 싱크3(SYNC3)는 소니 오디오시스템과 궁합이 상당히 좋다. 대형 SUV 정도의 광활함은 아니지만, 공간도 넉넉하다. 하지만 4인 가족의 패밀리카를 생각하고 있다면? 조금 더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차는 활동적이고, 인생을 즐기는 젊은 싱글 남성에게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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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었다. 디젤엔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잠깐 잊게 한다. 아이들링 소음을 잘 억제했다. 디젤엔진은 원래 가지고 있는 진동과 소음이 있다.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폭발력이 강한 경유 특성상 그렇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엔진마운트와 흡차음재 등으로 이 진동 소음을 잡아내고 있다. 그래서 디젤엔진임에도 소리가 적고, 진동이 작다면 이 회사의 노력을 칭찬해 줄 만하다. 가솔린에 필적할 순 없어도, 수준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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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반응은 여지없는 디젤 감성이다. 최대 40.8kg・m의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힘차게 반응한다. 다만 아쉬운 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의 무게.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꾹 눌러 밟을 때는 관계가 없지만, 살짝 살짝 누르는 정도를 조절할 때는 발이 헛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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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80마력의 힘도 풍부하게 바퀴로 전달되는 편이다. 습식 듀얼클러치인 6단 파워시프트 변속기를 통해서 말이다. 여기에 조합된 지능형 네바퀴굴림시스템과 토크 온 디멘드시스템은 노면상황이 수시로 바뀌어도, 똑똑하게 차를 밀어낸다. 코너링과 직선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다. 연비 부분에서도 상당히 나쁘지 않은 편이다. 복합기준으로 리터당 12.4킬로미터다. 경쟁차종이 더 낮은 출력에 비슷한 수준의 효율인 것을 감안한다면 불만이 생길 이유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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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어댑티즈 크루즈컨트롤, 액티브 그릴 셔터, 바이제논 헤드램트,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을 갖췄다. 다만 이 중 몇 가지는 3천990만 원의 트렌트 트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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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갈 길이 바쁘다. 쿠가라는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과 지난해 달성한 1만 대 판매를 올해도 이루기 위해서는 볼륨제품이 많을수록 좋다. 컴팩트 SUV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좋은 요즘, 시기도 잘 맞물렸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경쟁자의 데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쿠가가 관심몰이에 늦으면 늦을수록 경쟁자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만 올라갈 터. 물론 쿠가의 경쟁력도 충분하지만,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어디로 흔들릴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포드 쿠가는 그야말로 누군가의 대체자로 불리기엔 상품성이 아까운 차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 받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