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다이내믹해지는 WRC 2017

새로운 대회규정. 그리고 경주차와 참가팀 변화가 생기며 WRC가 더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장장 10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울고 웃는 팀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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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경기 중 가장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대회를 말해보라면 나는 군말 없이 월드랠리챔피언십(이하 WRC)을 첫 번째로 꼽을 생각이다. 정형화된 서킷이 아닌, 세계 각지의 온오프로드를 누비며 경기를 펼치는 모습에 반하지 않을 자동차마니아가 누가 있겠나? 관람객들 코앞으로 랠리카가 흙먼지를 날리며 점프하거나 짜릿한 드리프트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모습이란,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생에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WRC를 직접 구경하며 환호성 지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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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흥미진진한 WRC가, 2017년 1월 19일부터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이 글은 그 전에 작성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 첫 번째 격전지는 바로 몬테카를로. 1911년에 처음 랠리가 열린 이곳은, 현재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2017 시즌은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11월 19일까지 유럽과 남미, 호주 등 총 13개국을 돌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대회 스케줄에 포함돼 있다가 지진 여파로 취소된 중국은, 올해도 빠졌다. 그런데 올해 WRC는 예년과 달라지는 요소가 제법 많다. 우리를 더 흥겹게 만들어줄 것들 말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축구나 야구처럼, 기본 경기규정과 당신이 응원하는 팀, 그리고 경쟁구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재미도 두 배가 되는 법. 차근차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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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간 2만5천 대 이상 생산해야 하는 양산차라는 건 같지만, 출력성능이 올라간다. 315마력 정도였던 상한선이 380마력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1.6리터 4기통 터보엔진은 전과 같지만, 공기흡입구 제한장치 크기를 33밀리미터에서 36밀리미터로 키운 결과다. 최대토크는 자그마치 45.8kgm에 다다르고, 코너링 성능을 높여줄 센터 디퍼렌셜도 2010년 이후 처음 사용한다. 55밀리미터 넓어진 차체에는 다운포스를 위해 더욱 거대한 리어 스포일러와 앞뒤 에어로파츠를 달아 한층 자극적으로 변한다. 경주차의 최소무게는 25킬로그램 줄어든 1천175킬로그램. 이를 두고 열광적인 랠리팬들은, 기술적으로 큰 제한이 없어 막대한 투자와 극한의 엔지니어링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1980년대 그룹B, 일명 광기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라며 격하게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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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C3 W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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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야리스 WRC

하지만 경주차 성능이 높다 한들,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로 이루어진 크루의 완벽한 호흡이 없다면 결과를 모르는 곳이 바로 WRC다. 매 경기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극한의 레이스를 펼치기에, 철저한 사전준비와 더불어 찰떡같은 파트너십은 필수. 그런데, 참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최근 4년간 연달아 WRC 우승컵을 거머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여파로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 하지만 흥미를 이끌 만한 요소는 따로 있다. 왕년의 챔피언 시트로엥과 토요타가 본격적으로 WRC에 참가하기 때문. 특히, 시트로엥은 폭스바겐이 군림하기 이전에 전설적인 존재 세바스티앙 로브를 앞세워 2000년대 WRC를 지배했던 강력한 팀. 그간 독립팀을 통해 꾸준히 경주차를 출전시켜왔기에 그리 큰 부담은 없다지만, C3 기반의 새로운 경주차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18년 만에 복귀한 토요타는 열혈 자동차마니아로 소문난 아키오 도요타 사장의 지지에 힘입어, 4연속 WRC 챔피언에 오른 경력이 있는 토미 마키넨을 팀 총괄로 영입해 2017 시즌 출전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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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피에스타 W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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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i20 쿠페 WRC

4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하며 새로운 전설을 썼지만 폭스바겐 철수로 한순간에 갈 곳 잃을 뻔했던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열렬한 구애를 보내던 포드 M-스포츠와 토요타 가주 레이싱 중에서 포드를 택했다. 같은 폭스바겐 모터스포츠팀에서 활약하던 야리 마티 라트발라가 토요타로 옮긴 것과 대조적.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니코 로즈버그가 루이스 해밀턴을 꺾고 우승한 것처럼, 라트발라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관심 갖고 지켜볼 흥행요소가 하나 더 늘었다. 안타깝게도, 지난 시즌 2위에 올랐던 안드레아스 미켈슨은 세바스티앙 오지에, 야리 마티 라트발라와 달리 팀을 찾지 못하고, 한 단계 아래인 WRC2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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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을 맹렬히 추격하던 현대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제 발로 걸어나갔다고 해서 좋아할 수만은 없는 노릇. 경주차를 기술규정에 맞게 90퍼센트 가까이 새로 설계했는데, 이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 위안이라면, 선수 이동이 많은 다른 팀과 달리 현대 모터스포츠팀의 세 드라이버는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티에리 누빌과 다니 소르도, 헤이든 패든은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인기스타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세 명 모두 재계약을 성공적으로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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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 시즌부터 바뀐 경기규정 중 하나가 한 팀에서 매뉴팩처러즈 드라이버를 세 명까지 지정해, 포인트를 많이 받은 두 선수의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이버즈 챔피언과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을 따로 뽑는 WRC의 특성으로, 지난해까지 한 팀당 선수는 두 명이 한계였다. 폭스바겐이 빠진 올 시즌에는 현대와 시트로엥, 토요타가 매뉴팩처러즈 챔피언을 가린다. 지난해 각각 2, 4, 5위를 차지한 티에리 누빌과 헤이든 패든, 다니 소르도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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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4강 체제로 돌입한 WRC 2017 시즌. 업그레이드된 경주차와 크루의 호흡이 환상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때, 비로소 우승컵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점점 실력이 좋아지는 현대가 웃을지, 아니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새로운 팀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