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래그십의 자존심 대결, CT6 vs 컨티넨탈

미국 럭셔리 브랜드 링컨과 캐딜락. 그들의 최고급 모델을 불러냈다. 지금까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평가는 자주 있었지만 미국 럭셔리 브랜드의 최고급 모델 비교는 거의 없었다. 사실 사람들의 관심도 그만큼 없었기도 했고. 이상하게 미국이 다른 건 세계최고인데, 자동차만큼은 그저 그런…, 물론 한때 그들에게도 전성기 시절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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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는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물오른 캐딜락 외관 디자인은 CT6에도 적용돼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헤드램프 끝쪽 라인을 범퍼까지 흐르게 한 후, 주간주행등을 끼워넣는 방식이 캐딜락을 대표하는 패밀리룩으로 자리잡았다. 옆모습은 5천185밀리미터의 거대한 수치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잘 빠졌다. 뒷모습은 세로로 자리한 테일램프가 깔끔하게 뻗어있고 후진등이 범퍼 가운데 자리해 포인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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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은 CT6와는 전혀 다른 모습. 좋게 말하면 차분한 디자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특색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링컨은 그릴을 재해석하면서 차별화를 두었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다가올 게 없는 디자인. 다만, LED 헤드램프(럭셔리 패키지라는 추가옵션)가 최신기술을 반영했다고 알리는 수준. 컨티넨탈은 옆창문 라인에 자리한 ‘e-랫치’도어로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었다. 도어손잡이를 쥐면 안쪽에 자리한 터치방식의 버튼이 눌리며 자연스럽게 문이 열린다. 문이 덜 닫혔을 때 자동으로 닫아주는 파워클로징 기능은 덤. 말도 많았던 뒷모습을 보자. 그랜저 TG를 닮은 것 같기도 한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왠지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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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의 인테리어는 심플함 그 자체. CT6는 터치 버튼방식을 갖추고 있다. 도대체 뭐가 좋길래 계속해서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리적인 버튼을 고급스럽게 다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터치 반응이 답답하다. 여기에다 버튼이 온통 지문을 뒤집어 쓰고 있어 시각적으로도 좋지 않다. 특히, 비상등 버튼은 동승석 쪽에 있어 팔을 길게 뻗어야만 누를 수 있고, 바로 아래 자리한 글로브박스 버튼 역시 생뚱맞다. 비상등 누르려다 글로브박스 안에 들어있는 물건 다 쏟을 수도 있겠다. 중앙 디스플레이 모니터 안에 그려진 각종 그림들은 고급스러운 느낌도 없다. 한글 폰트는 억지로 ‘한글화’ 시켜놓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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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기능 하나 발견. ‘리어 카메라 미러.’ 양산형 최초로 달았다는 이 미러는 트렁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뒤쪽 상황을 보여준다. 운전자가 바뀌어도 리어 미러를 조정할 필요가 없고 2열 중간에 덩치 큰 사람이 타도 문제가 없다. 화질이 선명하다. 그런데, 후진기어를 넣었을 때 모니터에 나오는 화질은 왜 이렇게 떨어질까? 그렇다, 후진기어용 카메라와 리어뷰 미러용 카메라 두 개가 트렁크에 붙어있다. 카메라 미러의 사용을 원하지 않을 때에는 스위치를 이용해 보통의 미러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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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6 실내에 실망을 한 채 컨티넨탈에 올랐다. 이 게임은 어찌보면 실내에 들어선 순간 끝났다고도 할 수 있다. 컨티넨탈은 고급차에 어울리는 실내를 갖추고 있었다. 기어레버는 디스플레이 모니터 옆 버튼식으로 달았기에 수납공간이 많다. 수납함을 모두 닫고 있으면 원목이 자태를 뽐내며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다만, 디스플레이 모니터 크기는 다소 작다. 시트 생김새는 희한하지만, 30방향으로 조절되는 디테일과 가죽 품질이 마음에 든다. 특히, 허벅지 쿠션만 확장되는 다른 고급 모델과 달리 좌우 각각 네 방향으로도 조절할 수 있어 운전하는 오른쪽 다리와 쉬고 있는 왼쪽 다리를 최대한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도어핸들을 한참 찾았다. 손잡이는 없고, 터치방식의 버튼만 존재한다. 색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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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메이커의 플래그십이기에 2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링컨은 스코틀랜드 브리지 오브 위어 가죽공장에서 가공한 딥 소프트 가죽시트를 쓴다. 공간은 나무랄데 없이 넓고, 암레스트에는 원형 컨트롤러와 스위치들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레벨 울티마 오디오시스템이 들려주는 음악을 듣고 있자니 ‘돈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CT6의 3천109밀리미터 휠베이스는 널찍한 실내공간을 만들어준다. 상위트림에는 전용 모니터가 달려 있지만, 시승차는 넓은 공간만 있을 뿐 편의장비라고는 거의 없다. 암레스트는 왼팔을 걸쳐 놓을 공간과 컵홀더 기능만 품고 있다. 기본적인 버튼 몇개만 달아줘도 좋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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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자연흡기와 터보의 대결. CT6는 3.6리터 자연흡기로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39.4kg·m. 8단 트랜스미션을 통해 네 바퀴를 굴린다. 컨티넨탈은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이다. 393마력의 출력과 55.3kg·m의 토크를 6단 자동기어박스를 통해 네 바퀴에 전달한다. 시내주행에서 나긋나긋하게 몰면 두 모델 모두 정숙한 실내와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약 50마력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15kg·m이상 벌어지는 토크는 확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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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의 트윈터보는 터보랙을 최소화하지만  자연흡기에 비하면 매끄럽지 못하다. 하지만 rpm이 어느 정도 오르면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맹렬한 가속성능을 보여준다. CT6는 꾸준히 속도를 올리는 타입으로 운전이 편하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힘으로 차체를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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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바퀴를 굴리는 점은 똑같지만 코너를 대하는 자세는 약간 다르다. CT6가 코너를 좀더 공격적으로 공략한다. 컨티넨탈이 코너를 못도는 게 아니라 CT6가 운전의 재미를 조금 더 느끼게 해준다는 소리다. 물론, rpm변화에 따른 터보엔진의 특성으로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자연흡기는 갑자기 튀어나가는 무례는 보여주지 않으니 즐기기에는 CT6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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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평가를 내려야겠다. CT6는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었지만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문제다. 각각의 부분을 따로 떼어놓았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 것 같은데, 이걸 뭉치니…, 각자 알아서 노는 느낌? 여기에 7천88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마음에 걸린다. 이 돈이면 살 수 있는 고급차가 너무 많다.

컨티넨탈은 대통령과 유명 연예인들이 즐기던 자동차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그저 미국차일 뿐이다. 디자인, 성능, 가격 등 어느 한 가지도 강점이 없다. 미국차의 발전속도보다 유럽, 일본, 한국차의 그것이 더 빠르다. 미국차가 직면한 한계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컨티넨탈은 디자인에 개성이 없었지만, 넘치는 힘과 뒷좌석의 안락함은 CT6보다 좋았다.

과연 이 두 대가 독일 브랜드를 쫓아갈 수 있을까? 왠지, 두 대의 싸움으로 끝나고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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