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목 위의 패션 아이템

평소에 손목시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가진 시계라고는 10만 원짜리 타이멕스 위켄더. 배터리로 작동하는 쿼츠방식이지만 심플한 디자인이 좋아 즐겨 찬다. 물론 가장 갖고 싶은 건 기계식 손목시계다. 깨알 같은 톱니가 손목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던 중 문득 애플워치가 눈에 들어왔다. 웨어러블? 스마트워치? IT에는 별 관심도 없는 내가 애플워치를 눈여겨본 건 순전히 디자인 때문이다. 여느 스마트워치처럼 유치하지도 않았고, 매끈한 케이스는 제법 고급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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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애플워치는 내 손목 위에 있었다. 42밀리미터 크기에 블랙 스테인리스 케이스, 그리고 검은색 스포츠밴드로 깔끔하게 색깔을 맞췄다. 내 아이폰과 완벽하게 연결하자 주인을 알아보듯 스케줄이며 수많은 메시지를 쉼 없이 알린다. 이제 뭘 해야 하지? 가장 쉬운 건 운동량을 계측하는 기능이겠지? 나도 그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요즘 빠진 운동은 테니스다. 과연 조그만 테니스 코트에서 쉴 새 없이 스윙을 날려도, 애플워치는 내 스윙 분석을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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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테니스’ 앱을 검색했다. 예상했던 대로 애플워치는 ‘테니스’라는 운동을 계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테니스를 주제로 여러 서드 파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그 중 내가 고른 건 ‘테니스 프로’(TENNIS PRO) 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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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여러 서드 파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그 중 내가 고른 건 ‘테니스 프로’(TENNIS PRO) 앱이다. 먼저 애플워치를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에 바꿔 차야 한다. 그리고 약 20분간 혹독한 레슨을 받았다. 나는 포핸드, 백핸드를 가리지 않고 날렸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다니며 스매싱도 몇 번 시도했다. 레슨 중간에 애플워치를 슬쩍 봤더니 내 심박수는 103BPM을 가리켰다. 그렇게 레슨을 마치고 애플워치의 평가를 기다렸다. 총 운동시간 17분 51초, 활동대사량 106칼로리, 평균 심박수 89BPM, 8천430걸음(이날 총 걸음수가 측정됐다)이 기록됐다. 본격적인 테니스정보로는 총 스윙 92회, 포핸드 66회, 백핸드 21회, 기타 스윙 5회(아마도 스매싱일 것이다)를 가리켰다. 정말 이 정보를 믿어야 할까? 심장 터지도록 코트를 누볐고 팔이 빠지도록 스윙을 날렸는데 고작 92회라니? 아직도 얼얼한 손목 위에서 애플워치는 냉정하게 숫자로만 내 실력을 평가했다. 기대는 안 했지만 여러모로 실망이다. 포핸드와 백핸드 이외에 발리와 스매싱 등 다양한 스윙은 감지하지 못했고, 스윙 속도나 코트 내 움직임 등 정작 내가 궁금한 정보는 쏙 빠져있었다. 심지어 스윙 횟수조차 제대로 감지하는지 의심된다.

다음 날, 나는 애플워치를 차고 출근길에 나섰다. 시계를 보니 셔츠 소매 안에서 미키 마우스가 해맑게 웃는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밀린 메일을 보면서 만지작거렸다. 다시 봐도 여전히 예쁘고 귀엽다. 그래, 애플워치는 패션 시계로나 써야겠다. 흠, 아니면 다른 운동으로 평가를 다시 받아 봐야 하나? 수영으로 바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