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스러운 사운드 바, 어디 없나요?

출판의 시대를 넘어 영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TV란 우리 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 몇 개 되지도 않은 인생의 낙 중 하나가 푹신한 쇼파에 파묻혀 드라마를 보는 것이라면, TV는 완벽한 친구요, 가족이자, 동반자다. 그러나 눈에 차고 넘쳐도 아프지 않은 그 TV에도 한 가지 불만이 있으니, 바로 음향이다.

지금까지 TV 사운드는 화질에 비해 발전속도가 더뎠던 것이 사실. 모든 제조사들이 디스플레이를 감싼 베젤을 줄이고 줄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자리를 거의 차지하지 않을 정로도 얇은 TV 만들기를 역량의 바로미터로 여겼던 반면, TV가 내는 소리에는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유명 오디오(예를 들면 하O/카O 이라든지, 뱅O올룹O이라든지)가 TV를 위해 사운드를 튜닝한 사례도 찾을 수 있지만, 프리미엄 TV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그래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외부스피커. TV의 빈약한 음질을 채워주는 물건이다. 스피커 연결을 위해 음향출력 선을 연결해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요즘에는 블루투스 통신으로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더 극적으로 TV와의 완벽한 디자인 조화를 위해 나타난 것이 사운드 바(sound ba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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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바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긴 막대 형태를 띠고 있다. 때문에 영원불변한 직사각형 TV에도 원래 기본으로 포함된 주변기기처럼 잘 어울린다. 문제는 사운드 바 또한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인간이 가진 가장 비싼 취미 중 하나가 오디오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숫자만 봐도 긴장될 정도의 가격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격 대비 가치를 따져야 하는 빈약한 주머니사정이 늘 걱정인 우리에게도 소유가 허락된 기특한 사운드 바가 있었으니, 혹자들에게는 컴퓨터 스피커로 명성이 높은 브리츠(Britz)의 ‘BZ-T3820 AV 사운드바 스틸’ 되시겠다. 오해 말라. 제품명에 포함된 AV는 당신이 상상하는 영상이 아니라 ‘Audio Visual’의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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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중에 지나치는 부분이지만 브리츠는 우리나라 기업. 또 2000년대 초반 누구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컴퓨터 스피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브랜드다. 특히 당시 흔하지 않은 2.1채널 구성을 통해 좋은 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것도 상상 외로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특히 서브우퍼의 중저음은 꽤 호평을 받았는데, 귀가 호강을 누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컴퓨터를 사면 으레 끼워주는 물품으로 인식된 컴퓨터 스피커 시장의 확대를 이끈 브랜드인 동시에, 동시다발로 생겼다 없어진 컴퓨터 음향기기 브랜드 중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내고 있다. 현재는 컴퓨터 스피커에만 머무르지 않고, 멀티 오디오 브랜드로 발돋움 했는데, 그런 브리츠가 만들어낸 사운드 바가 바로 BZ-T3820이다.

BZ-T3820의 몸체 대부분은 금속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꽤나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금속을 쓴 이유는 울리는 느낌이 좋기 때문. 덕분에 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왜곡은 최소화됐다. 안정적인 사운드 출력이 돋보인다. 기존과 비교해 더 얇아진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최근 새 집으로 이사한 것을 기념해 대형 TV를 장만한 나에게, 브리츠 BZ-T3820와의 만남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오랫만에 플레이스테이션3를 꺼내, 얼마 남지 않은 수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VOL. 2’ 개봉 전에 복습하는 차원에서 아껴두었던 1편의 블루레이 디스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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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츠에 따르는 평가는 늘 ‘가격 대비 높은 가치’. BZ-T3820도 예외가 아니다. 판매가 14만 원은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는 있어도, 사운드 바 세계에서는 입문용 가격이다. 높은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브리츠 사운드 엔지니어들은 50밀리미터 듀얼 유닛을 정밀 튜닝했고, 30와트의 고출력으로 완성했다. 여기에 사운드 바 전면과 상단 양쪽에 트위터와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넣어 폭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운드 바의 약점으로 꼽혔던 빈약한 저음이 개선돼,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 강하다. 스타로드의 너스레도, 로켓의 시원한 중화기 소리도, 드랙스의 썰렁한 중저음 개그도 모두 선명하고, 깔끔하며, 풍부하게 들린다.

특히 트위터는 초고음역대를 안정적으로 표현한다.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기 때문에 나무인간 그루트가 나지막히 얘기하는 것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큰 소리는 더욱 웅장하게 표현해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1편의 액션장면 시각효과가 이전과 다르게 더 실체적으로 다가온다. 소리가 영상을 완벽히 보조하는 셈.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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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 잘 보여주는 게 아니다 EQ모드를 꼼꼼하게 챙겼는데, 공연실황을 감상할 때 등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 출중한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기본은 FLAT 모드로, 음악(MUSIC), 영화(MOVIE) 등에서 사실적인 음장효과를 지원한다.

사운드 바가 TV와 잘 어울린다고 해서 TV에만 연결하는 건 이 기기를 100퍼센트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날로그 입력방식은 AUX는 물론, 광(optical) 단자와 HDMI(ARC)를 준비했다. 또 MP3 플레이어와의 연결을 위한 별도의 입력단자를 마련했고, 블루투스 역시 내장했다. 소파에 앉아 간편히 조작할 수 있는 작은 리모컨도 함께.

실제로 경험해 본 BZ-T3820는 가격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음질이 강점.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것이지, 몸 값이 차이나는 고급 브랜드의 그것보다 월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럼에도 가격 차이에 비해 가치 차이는 크지 않다. 브리츠는 컴퓨터 스피커의 대중화와 시장 확대를 이끌어 온 것처럼 영역을 넓혀 사운드 바 시장도 정조준 중이다. 그들이 제일 잘하는 방식대로 말이다. 저렴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