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 배달돼온 내 취미

“취미가 뭐에요?”

소개팅을 나가도, 회사를 다녀도, 어디를 가든 취미를 묻는 건 똑같다. 기자 역시 취미를 물어오는 편집장 질문에 침묵으로 답을 대신해야 했다. 결국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취미는 ‘음악감상, 영화보기, 맛집탐방.’

“아니 그런 평범한 거 말고, 뭐 또 없어? 너 유도한다며? 유도 배울 거라고 했나?”

눈알을 굴려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아니 해본 적이 없다. 가끔 유행처럼 몰려가 듣던 ‘원 데이 클래스’는 바쁜 일정을 핑계로 빠지기 일쑤.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한 주에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인생의 비타민 ‘취미’ 말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포털사이트에 취미를 검색했다. 그렇게 수많은 정보의 파도를 타고 만난 곳이 ‘하비인더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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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인더박스(http://hobbyinthebox.co.kr)는 자신의 취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바쁜 일상 속에서 취미를 잃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매월 새로운 취미를 즐길 수 있게 구성해 배달한다. 정기 배송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데,  마치 은행에 자동이체를 걸어 놓은 듯 매달 10일이면 새로운 취미가 될 ‘어떤’ 물건이 상자에 담겨 집으로 온다. 종류는 캘리그라피, 나무공예, 디퓨저, 드롭커피, 미니어처, 가죽공예 등 다양하다. 상자 안에는 초보자도 힘들이지 않고 뚝딱 만들어낼 수 있게끔 재료와 도구가 풀 패키지로 담겨있다. 취미생활 좀 해보겠다고 시장으로 발품을 팔고 값비싼 재료를 사 모으다 지쳐 포기하던 지난 날들은 이제 안녕!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취미를 찾아, 하비인더박스가 당신을 다양한 취미의 세계로 안내한다.

하비인더 박스-01

이번달 배달온 취미는 ‘가죽공예’다. 지난해부터 남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가죽공예. 관심은 있었지만, 주재료인 가죽가격이 만만치 않아 포기했던 취미리스트 중 하나. 작은 동전지갑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실과 망치 등 필요한 공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 비용문제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그런데 배달 온 박스 안에는 본드며, 바늘, 실, 목타,우레탄 망치, 펀칭판 등 만들기에 필요한  공구들이 모두 들어있다.

하비인더 박스-02

짜잔~, 상자 안 공구들과 재료들을 모두 펼쳐보았다. 이번 미션은 천연가죽 필통만들기. 가죽 특유의 향이 코끝을 찌른다. 과연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긴장감에 입술이 바싹 마른다. 손으로 만드는 건 영 재주가 없기에…, 시작부터 자신이 없다.

재단도 다 되어있고, 설명서도 간단해 보이지만 바늘에 실을 끼우기 위해 동영상을 두 번이나 돌려봐야 했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그 바늘에 실꿰기가 아니다. 아, 그 동영상은 어디에서 볼 수 있냐고?  추가설명이 필요한 상품은 홈페이지(http://www.gearbax.com/wp-admin/post-new.php)에 참고영상이 있고, 상품 안에도 링크 또는 QR코드를 함께 넣어 놓았으니, 어려움이 닥치면 바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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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바느질을 시작하기 앞서,  바늘이 들어갈 부분을 먼저 본드칠을 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본드칠은 0.5밀리미터 미만으로 아주 얇게 펴바르고, 빠르게 가죽을 붙여 고정한다. 느릿느릿 행동하다가는 본드가 다 굳어버려 다시 본드칠을 해야할 지 모르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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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칠을 마친 후, 바늘이 들어갈 자리를 뚫어주는 작업이다. 함께 동봉된 종이도안을 가죽 위에 올린 후, 가죽에 구멍을 내는 그리프와 망치를 이용해 구멍을 낸다. 그리프 사용은 얼핏 보면 쉬워보이지만, 초보자는 요령이 부족해 여러번 내려치게 된다. 힘은 힘대로 빠지고, 바늘구멍이 늘어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다. 하지만 어쩌랴, 한 번 뚫은 구멍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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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도 모두 뚫었으니, 이제 실을 꿰어 보기로 했다. 가죽공예는 보통 바느질과는 다르게 두 개의 바늘을 교차하는 방법인 ‘새들 스티치’를 사용한다. 바늘 두개를 동시에 사용해 바느질하다니…. 처음보는 광경에 덜컥 겁부터 났다. 역시 예상대로 실을 꿰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바늘에 실을 꿰는 동영상을 세 번 정도 돌려 보니 이제야 좀 감이 잡힌다(이것만 완벽하게 마스터하면 바느질 절반은 끝이다).

양 바늘에 실을 꿰고, 뚜껑부분부터 바느질 시작. 첫 번째 구멍에 바늘을 통과시킨 후, 실의 길이를 반으로 맞춘다. 그 후 왼쪽 바늘만 앞으로 한 땀 들어갔다가 원래구멍으로 한 바퀴 돌려서 통과시킨다. 왼쪽에 있던 바늘을 다시 앞으로 한 땀 들어가서 바늘을 끝까지 뺀다.이제는 오른쪽 바늘차례. 왼손실이 나온 구멍으로 집어넣어 바늘을 끝까지 뺀다. 그 다음부터는 왼쪽에 있던 바늘이 다시 앞으로 한 땀 들어가서는 바늘을 끝까지 빼고 오른손이 왼손실이 나온 구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마지막 구멍까지 완성하면, 오른쪽에 있던 실만 뒤로 한 땀 집어넣어 두 실이 모두 안쪽 면으로 나오도록 한다. 그 후, 안쪽으로 두 줄의 실을 2-3밀리미터만 남기고 자른 후 라이터로 녹여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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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는 사포질과 마감재 바르기. 거친 사포로 먼저 가죽 모서리 부분의 단 차이가 나지 않도록 갈아낸 뒤, 다시 고운 사포로 한 번 더 밀어준다. 그 후 토코놀(마감재)을 바르면 끝. 완성품은 필통이다.

가죽공예는 생각보다 작업공정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웠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실제로 가지고 다니며 자랑도 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만드는 내내 콧노래보단 끙끙거리는 앓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처음에 재미있던 망치질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겨워졌고,  바느질 또한 오래하니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 무심히 던져 놓은 가죽지갑이 다시 보였다.  오랫동안 사용한 지갑의 바느질이, 디테일한 디자인이 새롭게 보였다.

비록 취미는 찾지 못했으나, 이번 경험으로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취미, 까짓거 아직 못찾았으면 어떤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며 취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평생 함께할 취미를 만나는 것만큼 소중할 시간일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