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성 역대최고, 가격도 역대최고, 기아 모닝

유럽에서는 슈퍼미니로 불리는 경차는, 자동차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름을 적게 쓰는 ‘경제적인 차’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국민차 보급 사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는 당시 정부 방침을 탐탁치 않게 여겼는데, 만들어 팔아도 돌아오는 수익이 적었기 때문. 이후 정부는 경차 보급을 위해 이런저런 혜택을 부여했고, 경차의 역사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차가 가진 강력한 혜택 중 하나는 바로 취득세 면제. 2004년부터 3년 기한으로 한시 적용이 원칙이지만 늘 연장되어 왔다. 가장 최근 기한은 지난 2015년 말로, 매번 그랬던 것처럼 2018년 말까지 시한이 늘어난 상태다. 경차 혜택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이제 혜택은 없어져도 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차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책인 만큼 시장 보호를 위해 혜택을 유지해달라고 늘 외친다. 경차를 살 사람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누구도 내지 않았던 세금을 나부터 내고 싶은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이 혜택은 반대급부로 경차 가격의 상승을 이끌어 왔다. 실직적인 구입 비용이 ‘판매가+세금’으로 이루어진 다른 차급과 달리 경차는 세금이 없어 가격 착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즉, 가격이 이전보다 조금 오르더라도 체감적인 인상이 덜한 것. 만들어 팔아봐야 남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기술의 발전보다는 겉보기가 화려한 부분에 치중해왔던 것이 사실. 결국 경차는 경제적인 차에서 비경제적인 차로 변질될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많다. 경차라는 태생적 한계(특히 크기)를 갖고 있음에도 상위 차급에 버금가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끊임없어 그 자체로 개발비용이 소비되고, 주요 소비층의 눈은 과거보다 높아 다양한 편의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여기에 저렴한 차는 오히려 더 팔리지 않다는 자동차 회사의 확고한 믿음까지 더해져 경차는 ‘기본형 천만원 시대’를 기어코 열고야 말았다.

모닝은 대한민국 경차 역사와 맥을 함께 하는 제품. 오랜 시간 1등 경차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닝은 부정할 수 없는 시장 리더이기는 하지만, 기본형 천만 원 시대를 연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 재작년 쉐보레 신형 스파크 가격이 천만 원을 넘었을 때, 모닝 담당자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떠돌리도 했다. 어쨌거나 세계 무대에서도 모닝(피칸토)의 인기는 작지 않은 바, 특히 작은차에도 애정을 보내는 유럽의 경우 묵직한 존재감을 낸다.

5

새 모닝의 디자인. 기존의 간결함을 유지하면서 더욱 가다듬었다. 소년이 사춘기를 지나 청년의 모습을 갖춘 듯하다. 헤드램프는 이전과 비교해 한껏 눈꼬리를 추켜 세웠고, 최근 기아차 디자인의 정체성인 그릴과 연결되는 형태로 자리했다. 범퍼에 자리한 공기흡입구는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크다. 이 커다란 공기흡입구 양끝 하단에는 다소 귀여운 안개등이 들어간다. 또 그 옆으로는 기능성과 디자인 요소를 동시에 고려한 공기흡입구. 묵직하다. 경차라는 제한된 평면에 참 많이도 담았다.

반면에 측면은 아담한 자태를 크게 넘지 못했다. 경쟁차가 리어 도어를 창문으로 숨겨 쿠페 디자인을 추구한 것과 달리 솔직하게 다 내보였다. 중형차와 비슷한 모습의 도어핸들은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 부분. 공 들여 작업한 네일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으므로. 여성이 경차를 더 구입한다는 수치를 적절하게 반영한 사례다. 물론 남자들은 생각없이 지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뒷면은 얼핏 봐선 기존과 뭐가 달라졌는지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이 없다. 매무새를 가다듬은 정도의 변화라고 할까? 테일램프의 형태가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역동적이고, 범퍼 반사경도 날카롭다. 전체적으로 작지만 결코 얕볼 수 없다는 디자인이다.

실내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작은 차인데도, 시각적으로는 좁지 않은 느낌이다. 고급차가 흔히 사용하는 수평적인 디자인 기조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군더더기 없는, 눈에 걸리는 게 별로 없는 형태다. 팝업 스타일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부위는 트림에 따라 모니터로, 또 아주 촌스러운 컨트롤러가 들어간다. 억울하면 돈을 더 써서 상위트림을 사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다. 이전보다 실내공간이 넓어졌다 하지만, 성인남자가 몸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무릎은 닿고, 바닥은 좁다. 경차는 경차일 뿐, 오해해선 곤란하다. 소재 사용 역시 가장 작은차급에 어울린다.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럽다는 말까지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 단점을 상쇄하려고 이것저것 무언가를 넣었다. 방송국 분장실을 떠올리게 하는 선바이저 뒤쪽의 거울과 조명이 그 중 하나.

1천 cc 미만의 엔진.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의 성능은 힘차다거나 민첩하고, 재빠르다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수치. 차체가 가볍다는 걸 장점으로 살린 초반 가속력은 비교적 풍부한 편. 반면 심장의 한계도 분명하다. 빨리 달리려면 가속페달을 더 힘껏 밟아야 하고, 페달이 눌린 만큼 엔진이 돌아가는 속도는 빨라지며, 연료를 더 소비하게 한다. 결국 경차에게 있어 속도란, 반드시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인데도, 경차라 무시당한다는 소비자들은 절대로 도로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을 요구하니, 표시연비와 실연비의 차이를 불러온다. 자동 4단 기어와 조합한 이 차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5.2킬로미터. 곧이 곧대로 믿으면 낭패다. 연비측정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떠올리자. 크기는 작지만 이 차를 타는 사람은 차보다 넓고 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거동은 의외다. 하체는 상당히 안정됐다. 스티어링은 의도한 바를 100퍼센트 정확하게 반영하는 건 아니어도, 꽤 만족스럽다. 동력성능의 기본적 한계만 적절하게 타협할 수 있다면 운전재미는 배가 된다. 초고장력 강판을 늘려 안전성을 높인 부분도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어디에 얼만큼 잘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노력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가속방지턱을 넘는 느낌도 예전보다 잘 정리됐다.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신형 모닝에 일곱 개의 에어백도 들어갔고, 차세대 차체자세제어 장치를 적용하기도 했다. 보다 나은 제동을 위한 디스크 브레이크나 엔진의 작은 힘을 보완하는 경사로 밀림방지장치, 긴급제동 보조시스템, 코너링을 돕는 토크벡터링 등 정말로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참 많이도 담았다. 경차에도 이런 것들을 넣어 주어 고마우면서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반드시 무엇이 하나 더 들어가면 그만큼 가격은 상승한다는 사실. 신형 모닝의 상품성은 역대최고라는 수식어를 부여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가격도 역대최고다. 기아차는 당연히 경쟁차에 비해, 혹은 가진 가치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 차를 소유하고 싶은 소비자는 경쟁차와 이 차를 저울질 하며 끊임없이 고민한다.

“경차가 언제 이렇게 비싸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