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만 훌륭한 켄보 600

우리네 밥상은 중국산이 점령한 지 오래고, 대륙의 실수로 불렸던 샤오미는 ‘실수’가 아닌 ‘고수’의 능력을 보여주며 IT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기술의 집합체 자동차다. 북기은상(북경자동차의 수출용 모델을 만드는 회사)의 켄보 600(중국명-S6)이 수입업체 중한자동차를 통해 국내타석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최초의 중국산 승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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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자동차는 중국 5대 자동차회사로 사브를 인수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켄보 600(이하 켄보)이 사브 9-3의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말을 가끔 듣기도 한다. 하지만, 참고만 했을 뿐 9-3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그들의 공식입장. 섀시와 엔진은 자체 제작했고, 트랜스미션만 네덜란드 펀치 파워트레인사에서 공급받는다.

켄보는 4천695밀리미터의 길이와 1천840밀리미터의 너비, 1천685밀리미터의 높이다. 싼타페와 비교해보면 5밀리미터 짧고, 40밀리미터 좁으며, 5밀리미터 낮다. 너비를 제외하면 큰 차이는 없다. 휠베이스는 2천700밀리미터로 같다.

앞모습은 크롬으로 잔뜩 힘을 주었고, ‘X’를 테마로 날렵한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옆모습은 크게 튀는 모습도, 그렇다고 모나지도 않은 평범한 스타일. 뒷모습은 테일램프가 한층 위로 붙어있어 덩치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부패널, 그러니까 펜더와 A필러, 보닛이 교차하는 부분과 도어가 만나는 지점의 단차가 크다. 조립품질의 현주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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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낯익은 모습이지만, 금세 떠오르지 않았다. 중국차니까 당연히 ‘누구 것을 베꼈나?’ 생각하는 순간 주인공을 찾아냈다. 디스플레이 모니터와 컨트롤 버튼의 배치, 인피니티였다. 디자인은 차치하더라도 곳곳에 쓰인 플라스틱 소재는 ‘고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값싼 소재는 켄보를 공격할 무기가 되지 못한다. 저렴한 가격이 큰 매력이니까. 계기반 문자는 궁서체와 비슷해 한문이라면 모를까 영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반면, 뒷좌석은 만족스럽다. 시트등받이 각도도 젖힐 수 있어 제법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었고, USB 포트까지 마련했다.

엔진은 1.5리터 가솔린터보로 147마력의 출력과 21.9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터보차저는 자연흡기 대비 낮은 분당회전수(2천rpm)에서 담백한 토크를 만들어 크게 답답한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150마력 가까운 출력이 고속에서 시원스럽게 달려줄 거로 예상했지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엄청난 소음이 밀려 들어왔다. 내비게이션 음성안내를 알아듣지 못할 만큼 굉음이다. 최고출력을 알뜰히 사용하려면 방음대책부터 세워야겠다.

반응은 한 박자 느리다. 터보랙의 영향도 있겠지만,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조합이 부자연스럽다. 또한, 핸들을 돌리면 따라오는 차체 앞머리가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재빠른 맛이 없다. 운동성능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줄 게 분명하다.

켄보는 1천999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모던트림과 2천99만 원의 럭셔리트림을 판매한다. 100만 원 차이지만 사이드에어백과 커튼에어백, 차선이탈경고시스템, 제논 헤드램프, 운전석과 동승석 전동시트 등이 포함된 상위모델이 주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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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보의 무기는 가격만이 아니다. 중국차의 선입견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 안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초고장력 강판을 60퍼센트 적용해 중국 자동차안전평가(C-NCAP)에서 54.8점의 성적으로 최고등급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이는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이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켄보와 가장 비슷한 가격대를 이루는 SUV는 쌍용차 티볼리와 현대차 투싼으로 모두 가솔린엔진을 판매하고 있다. 티볼리는 자동기어 기준 1천811만 원, 투싼은 2천240만 원부터다. 특히, 티볼리는 80만 원의 추가옵션을 선택하면 긴급제동보조시스템,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전방추돌경보시스템 등을 달 수 있다. 크기가 문제라면 2천128만 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티볼리 에어가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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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은 1.6리터 가솔린터보엔진(177마력, 최대토크 27.0kg·m)에서 뽑아낸 힘을 듀얼클러치를 이용해 당차게 바퀴를 굴린다. 다만, 안전운행 관련 추가옵션은 디젤엔진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크기를 제외하면 켄보보다 만족감을 주는 국산차다.

켄보는 조립품질과 파워트레인, 운동성능도 미숙하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중국 자동차회사는 해외 유명브랜드를 집어삼키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그들의 노하우를 빨아들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품질, 파워트레인, 연료효율까지 비슷해진다면 우리네 밥상을 점령당한 것처럼 도로를 점령당할지 모른다. 물론 아직까지는 괜찮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