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 후보님들, 자동차 전담부서는 어떠세요?

자동차와 생활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소위 자동차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비단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매일 자동차를 운행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대중교통 종사자 등, 어쩌면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본인 역시 마찬가지고.

재미있는 건 역대 대통령선거를 살펴보면 정작 ‘자동차’에 관심을 두고 있는 후보자나 당선자는 없었다는 점. 지금도 대선 후보들의 주요공약 중 하나로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내용에 자동차 분야가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에도, 뜬구름 잡는 식으로 ‘자율주행차 육성’이라는 밍밍한, 그리고 민망한 양념만 치고 있다. 관심은 있지만, 산업과 그 산업을 둘러싼 여러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돌아보고, 또 해결할 수 있는 ‘수퍼맨’이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자동차뿐이겠는가? 대통령에게 매달리는 업종 혹은 직종이. 사실 대통령은 최종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일 뿐, 대부분 정책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부서 실무자가 만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히려 정책과 제도의 경우 대통령보다 각 부처 실무자의 권력(?)과 권한이 훨씬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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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에 관련한 각종 세금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자동차세금이라도 취등록세와 자동차세는 또 행정자치부가 맡는다. 꼭 필요한 안전인증 관련 사항은 국토교통부가 챙기고, 도로 위 각종 제도 적용은 경찰청이 담당한다. 배출가스와 소음은 또 환경부 업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불거진 폭스바겐 대규모 인증취소 사태 때는 환경부 소속 한 공무원의 위세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였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업계에서 돌기도 했다.

그래서 자동차업계는 늘 관련 부처의 동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정부기관을 상대하는 이른바 ‘대관업무’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고등어와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말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과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관계 부처 실무자가 한다. 그런 이유로 제도와 정책은 담당부서의 입김이 더 우선이다.

실제로 자동차를 가운데 둔 관련 정부부처의 밥그릇 싸움은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전반의 모든 권한을 먼저 행사하려고 하므로 자동차 주무부서를 자처한다. 쉽게 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과 교통을 합친 것이어서 교통에 자동차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보면 교통과 자동차는 본질적인 방향이 다르다. 교통은 ‘운송수단’과 ‘운송수단의 이동수단’을 다루지만, 자동차는 다양한 기술이 공존하고, 문화적인 의미도 상당하다. 여기에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다.

문제는 자동차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일에 있어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재 때문에 자동차정책 토론회 등에 가보면 국민 입장에서 사안이 논의되기보다는 온통 부처 관계자와 업계사람들뿐이다. 시민단체가 참여하기도 하지만, 이 시민단체도 정확한 주체라고 보기 힘들다. 그래서 들러리 논란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자동차를 이용하는, 또 좋아하는, 혹은 만드는 사람들의 모든 일을 관장하는 부처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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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때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안전인증,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의 자동차세금, 환경부의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등을 따로 떼어내 아예 ‘자동차부’를 신설하는 건 어떨까? 여기에는 문화상품으로써의 자동차를 바라보는 업무도 필요하다.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역사도 수십 년에 이르는 만큼,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재로의 가치도 배려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통 자동차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를 보면, 모두 자동차를 전담하는 부서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한편, 독일의 경우에는 자동차를 문화재로 여겨 오래된 자동차는 함부로 폐차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배출가스 문제로 운행을 금지하는 우리와 달리 일정 연한에 따라 연간 주행일수를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당장 배출가스 문제도,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를 문화재로 보면서 그들만의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에 독일차가 서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건 자동차를 사랑하는 독일 국민과 정부가 있어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가 앞다퉈 자동차와 자동차 타는 사람들을 ‘봉’으로 여기고, 권한만을 앞세워 각 부처 간 밥그릇 싸움만 벌여왔다. 국민의 일상에서 자동차를 더 이상 뗄 수 없는 만큼 각종 제도의 통일성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말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자동차 관련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대통령 후보님들,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