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코드 하이브리드! 너 뭔가 빼먹은 거 아니니?

수입 중형 하이브리드 중 최고연비를 보여주는 모델이 등장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오느라 중요한 기술을 빠뜨리고 말았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미국 중형차시장 핵심모델. 물론, 1위는 언제나 그렇듯 캠리가 차지하고, 어코드와 알티마, 말리부 등이 뒤엉켜 2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이하게도 한국시장은 독일(특히 E-클래스)세단이 평정했다. 일본 브랜드가 아무리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모델을 출시해도 허공에 메아리치듯, 큰 성과는 없었다. 항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나가는 정도? 그나마 디젤게이트 여파로 인해 판매량이 약간 올랐다는 게 청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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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디젤엔진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물론, 오래 전 이야기다.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시장에서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지금도 성실하게 방어전을 치르는 중이다. 같은 국적의 혼다는 CR-Z와 인사이트, 시빅 하이브리드를 판매했지만, 비참한 판매량으로 국내에서 단종. 하이브리드 이외에도 레전드, 크로스투어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얼마 전 출시한 HR-V도 사라질 거 같은 분위기다. 지금까지 혼다코리아가 재미를 봤던 모델은 CR-V와 어코드. 구전동화 같지만, 사실이다. 한때 수입 SUV 1위가 CR-V다. 어코드(와 스쿠터)는 이름값으로 꾸준히 팔리며 혼다를 알리는 간판모델이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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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어코드 판매를 더욱 늘리고자 한국시장에 하이브리드를 투입했다. V6 3.5리터의 빈자리를 하이브리드로 채운 것.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0년도 넘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국내 출시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캠리 하이브리드에 비해 이렇다 할 장점이 없었기에 출시를 미뤘던 걸까

처음 어코드 하이브리드 자료를 봤을 때 깜짝 놀랐다. 하이브리드의 생명인 연비가 리터당 19.3킬로미터였다. 도심연비는 리터당 19.5킬로미터. 경쟁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는 리터당 16.4~17.5킬로미터의 복합연비를 보여주니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연비는 무조건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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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도 좋다. 헤드램프에 LED를 심어 세련된 얼굴을 하고 있다. 가솔린엔진과 차이점은 ‘하이브리드’ 레터링 유무 정도. 실내도 전체적인 모습은 가솔린모델과 같다. 좋게 말하면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뒤처진다. 계기반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 분당회전수를 알려주는 게이지는 없고,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파워게이지가 오르내리며 힘을 쓰고 있는지, 충전 중인지 알려준다. 하이브리드의 심심한 주행성능을 보완하고자 기어레버 아래에는 ‘스포츠’ 버튼까지 마련했다. 가솔린엔진 모델에 없는 기능,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다. 분당회전수를 조금 올리고 느긋하던 반응성을 조금 더 빠르게 만드는 정도다. 기어레버 왼쪽에 자리한 사이드브레이크를 보면 왜 뒤처지는지 알 수 있다. 수입 중형차 중 아직도 손으로 잡아올리는 모델이 또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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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리터 가솔린엔진과 모터의 만남은 215마력의 합산출력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주행은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모터로 주행할 때에는 부드럽고, 조용하다. 들려오는 건 타이어소음뿐이다. 다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소음이 신경 쓰인다. EV모드가 너무 조용했기에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승차감과 조종성 개선을 위해 진폭 감응형 댐퍼를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달았다. 감쇄력을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조절하며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진동을 흡수한다. 그렇다고 어코드 하이브리드에게 스포티한 성능을 바라지는 말자. 스포티한 하이브리드를 원한다면, 인피니티 Q50이나 렉서스 GS를 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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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코리아는 올해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1천200대 팔겠다고 한다. 하지만, 옵션과 가격이 걸림돌이다. 오래된 느낌의 실내는 그렇다 쳐도 이미 만들어 놓은 그들의 신기술을 넣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혼다 센싱’이라는 기술은 차선유지, 자동제동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이 통합된 안전장비로 미국에서는 그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를 의식해 최대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빼버렸나 보다. 그런데도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비싸다. 또한, 에어백은 여섯 개로 캠리의 10개보다 적다. 무조건 연비 하나만 보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10세대 캠리 하이브리드의 한국 출시다. 겉모습은 차치하더라도 세련된 실내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한 방에 날려버린다. 연비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뛰어넘을 거라는 게 지배적이다.

야심 차게 출시한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을 따라잡은 건가? 아니면, 세대교체 주기에 따른 착시현상인가? 모든 해답은 10세대 캠리 하이브리드가 등장하면 알 수 있게 된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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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중형세단에서 볼 수 없는 연비
HATE  혼다 센싱을 왜 뺐어?
VERDICT  10세대 캠리가 들어오기 전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