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현대차, 미워도 다시 한번?

아반떼부터 그랜저까지, 주옥같은 국민차로 우리 삶의 발이 되어준 현대자동차. 하지만 대중들은 현대차 이야기만 나오면 저주의 자판을 두드린다. 그렇게 싫다면서, 다시는 안 탄다면서, 그들이 다시 현대차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털사이트 자동차섹션, 자동차 커뮤니티는 온통 현대차 이야기다. 내수역차별 이야기부터 세타엔진 결함문제까지, 주제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문제를 낱낱이 밝히는 ‘팩트폭력’이 이어졌다. 하지만 작년 11월에 출시한 그랜저는 판매 1주일만에 4천606대, 출시 이후 월 판매량 1만 대를 꾸준히 기록하며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페이스리프트로 돌아온 쏘나타 뉴라이즈도 심상치 않다. 가격은 굳히고 새 디자인과 높아진 상품성으로 반응이 뜨겁다. 도대체 왜? 현대차를 타면서 현대차를 욕할까?

Q.현대차 악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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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어딜 가든 현대차 악플이 줄줄이 사탕처럼 달려있다. 심지어 현대차 기사도 아닌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대차를 욕한다. 수위도 장난 아니다. 감정적이며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아연강판의 유무, 터지지 않는 에어백, 세타Ⅱ엔진 결함, 엔진오일 역류 문제 등. 하나하나 보고 나면 혈압이 오른다. 현대차는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이세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기사에 가득한 현대차 악플을 볼 때마다 이젠 짜증이 날 정도다. 현대차가 잘못해왔고 여전히 얄밉게 구는 건 알겠는데, 누구나 다 보는 온라인에서 익명성에 기대 현대차 기사 올라올 때마다 욕 한 사발 쏟아내는 상황이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요즘은 수퍼카 빼고 대부분 자동차브랜드가 욕먹더라.

Q.그렇게 욕하면서, 또 사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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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얼마 전, 지인이 새 차를 뽑았다. 그것도 현대 쏘나타. 현대차에 염증을 느끼고, 수입차를 여러 대 굴리던 그가 다시 쏘나타를 선택한 것이다. 그에게 물었다. “현대차 다시는 안 산다면서, 갑자기 왜 쏘나타야?” 돌아온 대답이 해탈한 석가모니 같았다. “이 차는 진짜 막 타려고. 자동세차만 돌리고 문콕도 신경쓰지 않을 거야. 고장 나면? 집앞 블루핸즈에 맡겨버리지 뭐.” 차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 현대차를 사게 되는 걸까?

이세환

결국, 살 만한 차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닌가? 현대차만큼 편의장비 풍성하게 들어있는 대안이 거의 없지 않나(결국 다 돈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그놈의 편의장비 말이다. 작년에야 SM6와 말리부가 기대 이상이었지만, 다양성 없는 시장은 그대로다. 그리고 현대차 서비스 인프라가 한 집 건너면 있을 만큼 수없이 많다는 것. 그거 아닐까?

Q.엠블럼 떼고 보면, 현대차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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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현대차 선입견 하나 없이, 그리고 국산차라는 애정까지 뚝 떼어놓고 봐도 현대차는 제법 괜찮다. 옛날에 비해 성능도 좋아졌고 상품성도 훌륭하다. 그런데, 마음 쏙 빼놓는 매력이 없다. 디자인은 어디선가 본 것 같고 미지근한 운전재미. 눈에 띄는 기술은 없고, 갖고 싶은 옵션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황당한 가격표를 만나게 된다. “같은 가격에 더 많은 옵션을 넣어 할인효과가 있다”는 말은 현대차의 뻔한 레퍼토리다.

이세환

솔직히 차만 보면 좋다. 특히 요즘은 뭐 하나 특별히 좋다기보다, 전체적인 수준이 높다. 시장마다 선호하는 특성이 다르니 콕 집어서 얘기하기 어렵지만, 토요타, 폭스바겐, GM 등 전세계 대중 브랜드와 비교해도 엇비슷하거나 더 나을 때도 많다. 아이오닉과 토요타 프리우스를 비교시승했을 때, 아이오닉이 평균적으로 더 나았다. 결국 브랜드 문제다.

Q.현대차의 미래는 밝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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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뉘르부르크링에서 치르는 테스트, 고성능 N브랜드의 출범, 줄줄이 들어오는 자동차업계의 유명 인사까지. 시도도 좋고 누구보다 활발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이 쏙 빠졌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연강판이 없는 차체 때문에 부식에 시달리고, 급발진 사고가 나면 스스로 문제점을 밝혀내야 하며, 오일이 새는 엔진을 직접 뜯어가며 보상을 요구해야 했다. 현대차 미래는 양심적인 운영에 달렸다. 성난 소비자를 달래고 결함은 투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세환
자율주행, 전기차 등 모든 자동차메이커가 미래자동차를 얘기한다. 개발속도가 엇비슷해진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잘 나가는 메이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늘 혁신적인 결과물을 선보인다. 현대차가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라. 현대차는? 남들이 개척한 길 따라 쫓아갈 뿐 아닌가? 남들과 똑같은 미래에 혁신이 있을까?이제 현대차 브랜드 철학이 뭔지도 모르겠다.

Q.그래서 좋아?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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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현대차를 응원한다. 그래도 대한민국 자동차기자로서 할 말은 해야겠다. 국민차 아반떼 한번 시승하기가 어렵고, 우리나라 신차 소식을 외신을 통해 들을 때면 가슴이 답답하다. 홍보팀은 매번 앵무새처럼 얘기한다. “매체가 너무 많아서 기다려야 합니다. 대응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글로벌 행사라서 저희가 주관하지 않습니다.” 정작 한국기자들은 국산차를 평가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댓글이 아니라 기사로 꼬집는다. 그렇게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세환
제품만 보면 좋은데,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내 대답은 ‘아니오’다. 그래도 현대차를 사겠냐고? 맞다. 가난한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차를 사기 위해, 그나마 재미있는 차를 사기 위해 아반떼 스포츠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어디서 돈이라도 뚝 떨어지면 모를까. 돈이 없어서, 그나마 있는 돈에서 살 수 있는 차 중 나한테 가장 알맞은 차를 사는 것. 그게 최선 아닌가? 어쩌면 현대차도 그걸 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 김장원, 이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