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하이브리드 진검승부, 제 선택은요?

“더 빠른 속도와 퍼포먼스를 향해, 하이브리드시스템을 동력원으로 품은 핫 하이브리드. 렉서스와 인피니티, 이들이 쌓아온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고성능으로 귀결시키는 방법은 사뭇 달랐다.”

우리가 하이브리드시스템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구조는 간단히 말해 내연기관과 전기모터의 결합이다.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부분이 알고 있듯 높은 연료효율성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배출가스를 적게 내보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오늘 우리가 주목할 부분인, 고성능과 고효율의 결합이다. 첫 번째 지향점을 일정 부분 충족하면서도, 더 높은 성능을 위해 전기에너지를 적극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메이저 모터스포츠 대회인 F1과 르망24시 내구 레이스에서,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많이 달리기 위해 경주차들이 현재 사용하는 방식이다.

오늘 우리가 불러들인 렉서스 GS450h와 인피니티 Q50S, 일명 ‘핫 하이브리드’ 두 대는 우연하게도, 앞서 얘기한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활약하는 브랜드 산하 모델들. 지난해 토요타가 우승컵을 안타깝게 놓친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서의 드라마틱한 일화는, 토요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인피니티 역시 사용한 에너지를 차곡차곡 모으는 회수시스템과 같은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같은 그룹인 르노의 F1 머신에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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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450h와 Q50S는 체급, 가격, 목표 고객층 모두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얼추 비슷하다. 목표는 하나. 내연기관에 전기모터의 힘을 보태 더욱 높은 성능을 이끌어내는 것. 350마력에 가까운 둘 모두, 핫 하이브리드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일가견 있는 베테랑들이다. GS는 2006년 세계최초로 유성기어와 전기모터를 결합해 수동변속기능을 곁들인 E-CVT(전자제어 무단변속기)를 적용한 바 있다. 2012년에는, 저속에서 높은 토크를 내기 위한 저단기어와 고속에서 사용하는 고단기어로 이루어진 2단 토크 제어시스템을 더했다. 이 시스템은 한 단계 더 발전해 4단 트랜스미션을 결합, 최근 등장한 LC500h와 LS500h에서 총 10단 변속의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시스템으로 거듭났다. 즉, 퍼포먼스를 위한 렉서스 하이브리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GS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다.

Q50은 2014년에 인피니티의 새로운 명명체계에 따라 이름을 바꾸고 돌아왔다. 예전 이름은 G37, G35, 또는 스카이라인 등으로 유명했던 바로 그 G 세단이다. 인피니티 하이브리드 모델에 붙는 푸른색 꼬리표 ‘블루 스포츠’에 얽힌 일화 중 우리가 주목할 건, Q70S가 2011년 세운 기네스 신기록(당시 모델명 M35h). 당시 <카> 매거진 영국판의 400미터 가속테스트에서 평균 13.9031초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하이브리드카’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의 Q50S에는 똑같은 파워트레인에 1.4Wh 용량의 차세대 경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더했다.

각자 집안에서 나름의 전통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든 둘은, 지금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핫 하이브리드다. 고성능 하이브리드는 BMW i8, 포르쉐 카이엔과 파나메라 등도 있지만, 이들은 충전기를 꽂아 에너지를 충당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두 핫 하이브리드가, 고성능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산길을 굽이굽이 달리며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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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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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S

먼저 Q50S를 골랐다. L-피네스 디자인언어를 바탕으로 매만진 GS에 F-스포트 패키지까지 더해, 유난히 부담스럽게 변한 스핀들 그릴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보다는, 과장돼 보이지 않는 Q50S의 굴곡진 몸매에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로 묘하게 닮아있는 C필러를 지나 트렁크에 다다를 때쯤, 성능을 암시하는 대목에서 차이가 났다. GS450h는 머플러를 꼭꼭 숨겨둔 대신 리어 디퓨저와 스포일러로 공기흐름 조율에 신경 썼음을 알렸고, Q50S는 울룩불룩 솟아오른 몸매에 동그란 듀얼 머플러를 더해 눈길을 훔쳤다. 표현법은 달랐지만, 개성은 렉서스가 강했다.

그리 신선한 감각은 없고, 유별나게 화려하지도 않은 Q50S의 운전석에 올랐다. 자극적이기보다는,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배어 있다. 그래도 고성능 모델이라는 장식 한두 개쯤 있으면 좋았을 텐데. 시동을 걸면 엔진 구동 없이 스르륵 깨어나는 건 하이브리드차라면 당연한 일. 조용히 깨어난 녀석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기 위해, 편안하게 벌어져 있던 시트를 몸에 꽉 맞게 조인 후 스포츠모드로 바꿨다. 그래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평소처럼 가속페달에 가볍게 발을 올리면, 전기모터만 용 쓰면서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페달을 밟은 발에 힘을 더하자 3.5리터 V6 엔진이 크게 꿈틀대며 힘을 더했다. 드로틀을 활짝 열어젖히자, 레드존이 7천rpm부터 시작하는 VQ엔진 특유의 앙칼진 사운드가 빠르게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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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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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S

엔진과 모터가 힘을 최대로 더하는 구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둘이 합산해 발휘하는 최고 364마력, 56.0kgm의 최대토크는 어지간한 고성능 스포츠카 못지않은 수치. 출력성능과 재빠른 반응성에 부족함은 없었다. 대부분 하이브리드차에 사용하는 CVT 대신 7단 트랜스미션을 사용한 것도, 성능을 중요시하는 운전자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다. 다운시프트가 살짝 느리고 이따금 전기모터와 엔진이 힘을 더하기 시작한 순간에 충격이 발생하긴 해도 rpm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고, 길쭉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하는 맛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를 게 없었다. 배터리를 쥐어짜내 전기만 사용하는 강제 EV모드는 없다. 기름을 최대한 아껴 쓰는 에코모드로 바꿔볼 법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 배터리용량에 구애받느니, 전기모터 힘을 보태며 7천rpm 부근까지 시원하게 돌아가는 자연흡기엔진의 반응을 음미하는 편이 더 나았다.

높게 끌어올린 성능을 도로 위에 풀어나가는 과정은 알찼다. 스포츠서스펜션으로 하체를 탄탄하게 조율한 데 더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입력된 전기신호를 분석해 조향하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기술을 이용한 덕분. 기존의 기계식 연결 스티어링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생경할 수 있지만, 노면 요철을 한 차례 걸러주는 데다 코너링 때 운전자 모르게 슬그머니 조향을 해주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이 기능은 매력적이다. 강력한 힘으로 폭발적인 가속을 해내면서도, 핸들링 성능까지 두루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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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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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S

붉은색으로 화끈하게 도배한 GS450h의 인테리어 또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렉서스지만, Q50S보다는 한층 자극적이다. 렉서스 고성능 라인업 F의 이름을 딴 F-스포트 패키지를 두른 덕분인지, 계기반과 스티어링 휠 등 곳곳에 고성능을 암시하는 표식들이 묻어났다. 주행모드에 따른 계기반 변화도 더 극적이다. 몸을 감싸는 분위기도 더 아늑하고, 조작버튼 또한 한층 고급스럽다. 한 체급 위, 그리고 더 비싼 차에서 누릴 수 있는 상대적 부유함이다. 애당초 Q50의 동급 라이벌은 같은 D 세그먼트의 IS였건만, 핫 하이브리드 IS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 그래도 가격 차이를 제외하면, 동급에서 가장 크고 넓어 비좁지 않은 뒷좌석을 자랑하는 Q50이 그리 꿇릴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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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45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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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Q50S

GS450h는 3.5리터 V6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건 Q50S와 같지만, 343마력의 성능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꽤 달랐다. 좀더 직관적으로 말해서, Q50S의 성능이 가솔린엔진에 더 많은 비중이 실려 있다면, GS450h는 Q50S보다 전기모터의 역할이 더 컸다. 전기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는 데는 GS450h가 품은 니켈금속수소 배터리의 용량이 더 큰 이유도 있겠지만, 전기모터가 기어변속과 함께 뒷바퀴에 구동력 전달 역할까지 맡은 덕분이다. 당연히 운전석에서 느끼는 감각도 달랐다.

스포츠모드로 두고 정지상태에서 드로틀을 최대한 열어젖히면, 맹렬하게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폭발적인 가속력을 보여주는 건 GS450h도 마찬가지. 레드존이 시작하는 6천rpm까지 바늘이 급하게 오르내리며 자동변속기와 흡사한 조작감을 선사했다. 변속느낌이 없어 이질감을 느끼는 CVT 대신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준비한 방편이다.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여느 렉서스 모델들처럼, 8단까지 잘게 썰어 구현한 변속스타일에 스포츠세단의 느낌이 물씬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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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렉서스는 역시 렉서스다. 고성능을 추구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아늑하고 조용한 승차감은 여전하다. 운전자 조작과 노면상황 따라 감쇄력을 조절하는 가변 서스펜션은, 크게 기울어진 코너에서 보디롤을 꽤 허용해 탄탄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Q50S가 유럽차를 겨냥해 단단한 하체를 이루어냈다면, GS450h는 보다 진중했고 경박스럽지 않았다. 편안하게 타되 가끔씩 고성능을 맛보기 좋은, 또 하나의 렉서스였다. 하이브리드시스템의 명가답게, 엔진과 전기모터의 유기적인 호흡 또한 수준이 높았다. EV모드 버튼을 눌러 전기에너지로 달리다가도, 배터리를 충전해야겠다 싶을 때 끼어드는 엔진의 움직임에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350마력을 넘나드는 두 핫 하이브리드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누가 이기고 지든 썩 중요치 않았다. 우리는 그저, 렉서스와 인피니티가 하이브리드 기술력과 고성능을 어떻게 연결 지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결과는 브랜드의 성향 그대로 나타났다. GS450h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렉서스다웠고, Q50S는 역동적인 성능을 중시하는 인피니티다웠다. 그래도 하나만 고르라면? 8천490만 원에 육박하는 값비싼 GS450h F-스포트, 온갖 운전지원장비를 담은 6천190만 원의 Q50S 하이테크 트림 대신, 대부분 편의장비를 뺀 채 고성능 파워트레인은 그대로 갖춘 4천680만 원짜리 Q50S 스타일 트림을 선택하겠다. 이거, 반칙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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