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raise me up, 쏘나타 뉴 라이즈 

어쩌면 오만한 독선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동차회사의 ‘허리’라고 불리는 중형세단시장의 지배는 늘 쏘나타의 몫이었으니까. 대단한 자신감이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자만심으로 바뀌는 사이, 경쟁자들은 조용히 숨죽여 칼을 갈아왔을 뿐이다.

IMG_6811

그리고 반란은 신속히, 그리고 치명적으로 이루어졌다. 아성이라고 불렸던 쏘나타 영향력은 무너져 내렸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물론 인기모델. 그러나 그건 택시시장이라는 공고한 영역이 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다. 경쟁자는 통계를 이용해 쏘나타의 자존심을 마구잡이로 구겨버렸다.

브랜드 얼굴이자, 정체성인 쏘나타가 흔들리는 일은 현대차에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다양한 해결방법을 쏟아내봤지만, 역부족인 상태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미 새로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게다가 브랜드 충성도는 왜 그리 약해졌는지. ‘안티 현대’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짙었다.

결국, 매달릴 수밖에 없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자동차회사는 신차로 먹고산다.’  마침 형뻘인 신형 그랜저가 치고 나갔다. 이례적인 인기. 구설은 많지만, 숫자, 그러니까 판매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반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고, 현대차는 서둘러 다음 타자로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를 무대 위로 올렸다. 다시 떠오르기를 바라는 듯, 쏘나타의 뒤엔 ‘뉴 라이즈’라는 서브네임이 붙었다.

IMG_6815

IMG_6814

IMG_6816

쏘나타 뉴 라이즈를 지그시 바라보면 그랜저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요즘은 플래그십부터 엔트리까지 디자인 맥을 함께 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형의 성공을 따라잡고 싶었던 탓일까? 닮아도 너무 닮았다. 특히나 캐스캐이딩 그릴이 그러하다. 현대차가 내놓는 최근 신차에는 어김없이 달라붙는 이 그릴은, 용광로의 뻘건 쇳물이 아래로 흐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 또 우리나라 도자기 선에서도 영감을 받았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어쨌든 공통된 디자인언어로 전체 제품군을 아우르는 시도는 좋다고 본다. 소비자의 시각은 제각각이겠지만.

IMG_6812

IMG_6818

측면은 꽤 안정적으로, 이전의 작법을 놓치지 않고 있다. 페이스리프트이기에 두드러지지 않는 옆면을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도 앞뒤 세부요소들이 바뀐 덕분에 측면도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다. 후면은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테일램프의 모습이 완전히 새롭다. 이 램프는 뒤쪽에서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차가 좁아 보이는 단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완전변경에 가까운 변화가 있었다는 현대차의 호언에는 이런 디자인 변화가 뒷받침 덕분이 아닐까 싶다.

IMG_6822

실내도 조금 개선되었다.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은 이전보다 누르기 쉽게 재설정 됐고, 소재 질감 등도 더 좋아졌다. 기존 쏘나타가 지적받은 단점을 해결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공간은 여전히 넉넉하다. 현대차 패키징 실력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IMG_6821

보닛 아래에 감춰진 배기량 1천999cc, 누우 2.0리터 CVVL 엔진은 163마력의 최고출력과 20.0kg・m의 최대토크를 가졌으면서도, 조용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나긋한 가솔린엔진의 성격 때문에도 그렇고, 현대차가 유난히 NVH 억제에 몰두해서도 그렇다. 낡은 표현이지만, 마치 차에 시동이 걸려있는지조차 알아차리기 어렵다. 엔진이 내는 풍부한 사운드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심심할 터, 하지만 쏘나타의 주력 소비층은 전혀 그런 성향이 아니다. 이들은 이렇게 조용한 엔진이 진짜로 더 가치 있다고 생각(사실 성능도 나쁘지 않다)한다.

2.0리터 가솔린 심장은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힘을 바퀴로 전달한다. 터보엔진에는 8단을 조합하는데, 6단은 조금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게다가 우리에겐 세계에서 가장 차별받기를 싫어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 비용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무엇이 더 좋을지를 심각하게 따져본 후에 내려진 결정이겠지만, 6단이 부족한 게 아니라 8단이 더 좋아보이는 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IMG_6829

재탄생 수준의 변화가 있었던 겉모습과 달리, 달리는 느낌은 성형수술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이다. 하체의 감각도 예민하기보다는 느긋하고, 도로를 치고 나가거나, 곡선에서 땅바닥을 꽉 쥐고 돌아나가는 느낌은 그렇게 크지 않다. 현대차도 자동차 만들기에 이제는 꽤 능수능란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게 꼭 감동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확인할 수 없는 연애담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복학생 오빠처럼.

IMG_6826

인터넷 여론의 70~80퍼센트가 등을 돌린, 현대차 배지를 의식하지 않고 몰아 본다면, 기본기 자체는 훌륭하다. 특별히 흠잡을 데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층의 범위가 가장 넓은 차답다. 취향에 치우치는 일 없이 누구나 만족시키는 실력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1.6킬로미터(도심: 15.0km/ℓ, 고속도로 14.0km/ℓ, 18인치 타이어).

쏘나타 뉴 라이즈의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 4월에는 9천127대를 기록, 2015년 12월 이후 최고실적을 달린 동시에, 경쟁자들도 다시 여유롭게 따돌렸다. 택시 차종이 추가되면 이 숫자는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 완전히 벼랑 끝에 몰렸던 쏘나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국내 중형시장의 오랜 터줏대감이 “난 아직 툇방 늙은이가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다만 현대차가 현재 놓인 처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제품의 여러 문제와 리콜 과정에서 나온 현대차 도덕성에 대한 비판은, 또다시 소비자 신뢰를 해치는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 이 불똥이 쏘나타에 튀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