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던 현대자동차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는 무사고 주행을 실현하는 완전자율주행이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 (몇 초 동안이지만)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 달릴 수 있고, 주차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아직은 반자율주행이지만 결국은 무인자율주행으로 가게 될 거다. E-클래스가 징검다리의 마지막 단계다. 무인자율주행?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무인자율주행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고작 10여년 전. 청사진이라고는 없었다. 그저 자동차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꿈만 꿨을 뿐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실현단계까지 왔다. 엄청난 발전속도다. 10년이 걸렸던 일이, 앞으로는 5년, 어쩌면 1년 내에 가능할 수도 있다.”

Prof. Dr. Thomas Weber, Vorstandsmitglied der Daimler AG, Konzernforschung und Mercedes-Benz Cars Entwicklung im Generation EQ Prof. Dr. Thomas Weber, Member of the Board of Management of Daimler AG, Group Research and Mercedes-Benz Cars Development in the Generation EQ

토마스 베버 박사

지난 2016년 3월 포르투갈. 신형(10세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미디어 시승회에 전세계 기자들이 모였다. E-클래스는 최첨단기술의 보고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었고,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너무 많았다. E-클래스의 자율주행 솜씨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인물. 토마스 베버(Thomas Weber) 박사였다. 당시 다임러 이사회 멤버이자 메르세데스-벤츠 카 그룹 연구 및 개발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메이커 불문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거물 중 거물이었다. 그 거장이 한국 미디어 쪽으로 오는 게 아닌가? 박사는 저녁시간 내내 한국기자들과 함께했다. 자율주행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해, 그리고 자동차업계에 대해, 때로는 강연을, 때로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저녁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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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는 어떤 과정을 통해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왔는가? ■현대기아차 자율주행기술은 어디쯤 와있으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가? ■현대기아차 자율주행기술 개발속도에 맞춰 국내 관련 법규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자율주행기술 개발계획을 기술단계 및 시기별로 구분한다면?  (중략)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가장 큰 어려움은? ■대학생 자율주행차 경진대회를 통해 얻은 기술 중 양산차에 적용한 기술이 있다면? 대학생들이 선보인 기술들이 현대기아차 기술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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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설계 공모전’이란 이름 아래, 대학생들이 평상시 자동차에 대해 품고 있는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직접 실현할 무대가 열렸다. 2010년부터 ‘자율주행차 경진대회’로 타이틀이 바뀌었고, 학생들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경연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 25~26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제13회 ‘미래자동차 기술공모전: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가 열렸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실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장애물을 피해 서킷을 완주하는 차들도 있었는데, 무인자율운전이 초보운전자보다 더 나은 실력이었다. 대한민국 자동차 미래는 어둡지 않았고, 이를 주최한 현대자동차그룹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학생들의 빼어난 아이디어와 현대차그룹의 추진력이 더해진다고 생각해보자. 누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당시 현장에서 현대기아차 지능형 안전기술센터 관계자에게 서면인터뷰 약속을 받았고, 위의 내용을 적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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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돌아왔다. 현대차그룹 홍보팀은, 최근 신차출시 등의 행사가 많아 정신이 없었고, 답을 해줄 관계자 역시 너무 바쁘기에 답변을 줄 수 없단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질문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것.

보낸 지 2주가 넘은 질문지는 온라인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바쁜 시기에 너무 어려운 질문을 보내 현대차그룹을 힘들게 한 점,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