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면서 섹시한 하이힐은 없을까?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

솔직히 SUV와 쿠페의 만남이 탐탁치 않았다. 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그토록 어려운 숙제에 집착했을까? 그 답은 GLC 쿠페에서 찾을 수 있다

뚱뚱한 SUV와 날씬한 쿠페의 만남. 물과 기름처럼 전혀 다른 디자인 성질을 가졌건만, 최근 둘 사이에서 이종교배로 탄생한 쿠페형 SUV가 눈에 띈다.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거짓말처럼 물도 사 먹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내 눈에는 이 둘의 만남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높고 다부진 비율이 좋으면 SUV를 선택하고, 낮고 우아한 자태가 탐나면 쿠페를 선택하면 될 일을, 왜 굳이 SUV와 쿠페를 섞어야 했을까? BMW는 X5에 쿠페 실루엣을 얹어 X6를 만들었고, 그게 히트를 치면서 모순덩어리 ‘쿠페형 SUV’ 장르가 빠르게 유행했다. 하지만 단순한 디자인의 융합이 아니었다. 실용성을 대표하는 SUV와 럭셔리를 상징하는 쿠페의 만남. 즉, 이상적인 장점을 두루 갖춘 새로운 자동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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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에 민감한 메르세데스-벤츠도 빠르게 합류했다. 대상은 GLE와 GLC. 둘 모두 한 덩치 하는, 넓은 숄더라인과 팽팽한 보디를 뽐내는 메르세데스의 SUV 라인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GLE 쿠페를 시승하면서 몇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마 엉덩이처럼 펑퍼짐한 뒷모습이 눈에 거슬렸고, 오래된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하는 바람에 뒷좌석 헤드룸이 너무 좁았다. 하지만 GLC 쿠페는 다르다. 마치 오래 전부터 쿠페형 SUV를 목표로 설계한 것처럼, 잘 빠진 디자인과 실용적인 구조를 모두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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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 생색을 내기 위해 기다란 테일램프에 크롬 눈썹까지 붙였다

우리가 만난 GLC 쿠페는 엔트리 모델로 220 d 레터링과 4매틱 배지를 달고 있다. 위로는 출력을 높인 250 d와 장난꾸러기를 위한 AMG 43 모델까지 준비했다. 디자인 프리미엄은 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같은 GLC 프리미엄 모델과 비교했을 때, GLC 쿠페 프리미엄이 490만 원 더 비싸다. 마치 루이비통 가방에 이니셜을 새기고 가격을 올려받는 것처럼 얄팍한 상술이라고 할지라도, SUV를 쿠페처럼 다듬는 일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유연한 루프라인 이외에도 과감한 범퍼와 투톤 알로이 휠 등 깨알 같은 액세서리도 함께 따라오니 남다른 ‘AMG 스타일 패키지’를 위안으로 삼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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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키가 커도 걱정하지 말 것. 당신을 위해 헤드룸을 잔뜩 늘려놓았다

GLC와 차별화는 확실하다. 길이와 폭이 각각 40밀리미터, 20밀리미터 늘어났고, 높이는 38밀리미터 낮아졌다. 낮고 넓은 스탠스는 어떤 자동차든 멋지게 보이게 하는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유연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기다란 테일램프가 GLC 쿠페의 차별화 포인트다. SUV와 쿠페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조화가 관건. GLC 쿠페는 어색한 구석이 없다. 무엇보다 실내로 들어서면 뒷좌석을 배려한 설계를 발견할 수 있다. 불편한 쿠페의 편견을 깨부수고, 뒷좌석까지 넉넉한 헤드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트 쿠션부터 천정까지 길이는 GLE 쿠페보다 13밀리미터나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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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에 딴지를 걸 거면, 훨씬 비싼 AMG로 넘어가야 한다

엔진은 우리에게 익숙한 2.2리터 터보디젤. 250 d 모델에서도 출력만 다를 뿐 같은 OM651 엔진이다. 2008년부터 여러 메르세데스에서 만났던 이 엔진은 완숙의 단계다. 즉, 파워로 보나 회전질감으로 보나 흠잡을 데가 없다. 덕분에 GLC 쿠페도 움직임이 가볍다. 낮고 정제된 아이들링과 필요할 때 시원하게 치고 나가는 알싸한 가속력도 두루 갖췄다. 콕핏 환경도 파워만큼 풍요롭다. 언제나 기대에 부흥하는 메르세데스의 인테리어, 마치 세단처럼 안정된 시트포지션이 수준 높은 드라이브를 선사한다. 다양한 주행환경을 제공하는 다이내믹 셀렉트(Dynamic Select)는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로 총 다섯 가지. 모드에 따라 가속 반응속도,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감도가 바뀌고 변화의 폭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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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도 아닌 것이, 쿠페도 아닌 것이, 어중간한 높이가 이렇게 편할 줄이야

GLC 쿠페가 단순히 디자인만 그럴싸하게 바꿨다면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모델에 스포츠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올렸고, 스티어링 기어비를 16.1:1에서 15.1:1로 조였다. 즉, 아스팔트 위에서 기민한 쿠페 성질을 진하게 우려냈다. 실제로 GLC 쿠페의 발놀림조차 세련됐다. 복잡한 코너에선 탄탄하게 자세를 지켰고, 성가신 요철을 말끔하게 타고 넘는 관대함도 갖췄다. 자극적인 스포츠카의 성질과는 거리가 멀지만, 언제나 풍요롭고 품위를 지키는 쿠페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셈이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안전기술인 프리-세이프, 충돌방지 어시스트, 사각지대 어시스트, 자동주차와 출차까지 지원하는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 등 안전을 책임지는 첨단기술을 아낌없이 품고 있다.

요즘 메르세데스는 젊고 매력적인 차 만들기에 물이 올랐다. 소비자 취향을 저격하는 디자인,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역동적인 성능과 어우러진 우아한 스타일이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 GLC 쿠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가 만지면 모순덩어리도 매력덩어리로 단숨에 바뀐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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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티 내지 않아도 우아한 스타일
HATE  명품 브랜드처럼 가격 올려받기
VERDICT  가격은 비싸도 흠잡을 데 없는 SU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