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을 압도할 만한 진화, 미니 컨트리맨

신형 컨트리맨의 진화는 성공적이다. 컴팩트 SUV에 필요한 모든 조건과 자세를 갖췄다. 하지만 아직 자만하기는 이르다. 쟁쟁한 라이벌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태풍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새로운 컨트리맨을 만나기 앞서 문득 미니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왜 사람들은 미니를 선택할까?’ 해답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기자는 한때 미니 로드스터를 탔었고, 지금도 미니 클럽맨을 끌고 다닌다. 그렇다. 수많은 시승차를 타고 씹어보는 자동차잡지 기자가, 물건 하나를 살 때마다 꼼꼼히 따져보는 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해 결국 선택한 차가 미니였다. 하지만 나는 미니의 경쾌한 이미지가 마음에 걸렸다. 남자가 타기에는 조금 가벼운 이미지, 가끔 도심 한복판을 들쑤시는 난폭운전도 미니의 얼룩진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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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는 언제나 젊다. 그리고 타보면 의외로 성숙하다. 이렇게 뜨겁고 차가운 반전매력 때문에 결국 미니를 두 대나 탔다. 하지만 미니 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차가 있었다. 다름 아닌 컨트리맨. 미니만의 매력은, 첫 번째 작은차가 주는 즐거움. 두 번째는 작아서 예쁜 디자인. 세 번째는 작지만 매콤한 주행성능이다. 하지만, 컨트리맨은 이 세 가지 매력 중 단 하나도 가진 게 없었다. 사람들은 앙증맞은 미니를 갖고 싶었지만 닭장 같은 뒷좌석을 거부했다. 포르쉐가 카이엔을 내놓은 것처럼 미니는 컨트리맨을 조커로 등장시켰다. 컨트리맨은 오리지널 미니(3도어 해치백)와는 정반대의 운명을 타고났다. 1세대 컨트리맨은 마치 보톡스 잔뜩 맞고 나타난 미니처럼, 디자인도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갖춘 4도어의 힘은 막강했다. 주저했던 가장들이 미니 매장 앞을 서성였고, 승차감도 한결 좋아서 까다로운 여성들의 입맛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미니의 고유매력과 멀어졌던, 하지만 그래서 인기가 좋았던 컨트리맨이 풀모델체인지로 돌아왔다. 이제는 당당하게 SUV 신분을 선언, 미니는 BMW가 그랬던 것처럼 SAV(Sport Activity Vehicle)라며 신형 컨트리맨을 소개했다. 디자인부터 남성미가 물씬하다. 헤드램프는 살며시 각을 살렸고 데이타임 라이트로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보디라인은 제법 다부지다. 팽팽한 숄더라인과 펜더 위로 흐르는 선명한 캐릭터라인은 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다. 무엇보다 넉넉한 체급이 시선을 압도한다. “우아! 진짜 커졌네.” 우리는 새로운 컨트리맨을 보자마자 한 마디씩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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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컨트리맨은 미니 라인업 중 최대크기로 몸집을 키웠다. 길이 4천299밀리미터, 너비 1천822밀리미터, 높이 1천557밀리미터. 1세대보다 각각 199, 39, 13밀리미터 늘었다. 휠베이스는 클럽맨과 같은 2천670밀리미터. 왜건 형태의 클럽맨과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UKL2 섀시는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모두를 호환하는 BMW의 소형차 플랫폼이다. 덕분에 컨트리맨은 클럽맨, X1, 액티브투어러와 형제차가 됐다. 이런 플랫폼 공유는 미니에겐 고마운 일이다. 편견이 있었던 딱딱한 승차감에서 탈피하고, 정교한 BMW의 주행품질을 오롯이 누리게 됐으니 말이다.

시승 모델은 컨트리맨에서도 고성능 모델,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 ALL4’였다. 본래 다양한 가솔린엔진도 갖추고 있지만, 한국시장에서는 오직 디젤엔진만 만날 수 있다. 심장은 2.0리터 직렬 4기통 직분사 VGT(Variable Turbo Geometry)를 갖춘 B47 엔진. BMW 320d와 520d에서 활약하는 유닛이다. 굳이 파워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명성에 걸맞게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를 발휘하며 0→시속 100km 가속은 7.4초면 도달한다. 트랜스미션은 자동 8단, 그리고 전자유압식 클러치를 적용해 네 바퀴를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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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을 몰고 서울을 빠져나가는 데만 족히 한 시간은 걸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실내가 따분하지 않다는 점. 요기조기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속에 HUD(Head Up Display)와 동그란 센터페시아를 가득 메운 디스플레이가 바쁘게 움직인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 소재가 바뀌었다. 기존보다 더 촉촉하고 손에 착 달라붙는다. 손가락을 뻗으면 패들시프트가 손끝에 닿는다. 고성능 모델의 특권이지만 조작감이 조이스틱 같아서 진지한 분위기를 깬다. 시선을 뒤로 옮기면 후한 뒷좌석 공간이 펼쳐진다. 아이가 있어서 망설였다든가, 평소에 게을러서 온갖 짐을 싣고 다니는 이들에게 희망적이다. 게다가 리어시트는 13센티미터까지 앞뒤로 움직인다. 아이를 위해 시트를 뒤로 밀거나, 게으름뱅이들을 위해 트렁크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폴딩구조도 4:2:4로 똑똑하게 나눴다. 더이상 실용성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다면, 흠…, 멋대가리 없는 혼다 파일럿을 추천한다.

가속페달에 힘을 싣자 엔진이 우렁차게 응답한다. 맞다. 미니는 원래 조용한 차가 아니다. 미니는 가솔린엔진이 앵앵거리거나 디젤엔진이 덜덜거리거나 별로 신경을 안 썼다. 차를 세우고 바깥에서 들으면 정말 1톤 트럭이 따로 없다. ‘파워도 좋고 터프해진 외모도 좋은데, 조금 더 조용하게 숨 쉴 수 없을까?’ 지나가는 프리우스 운전자가 한심하게 나를 봤다. 그리고 미니는 여전히 털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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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가속을 재촉했다. 앞선 프리우스도 추월해버리고, 엔진사운드를 잊어버리려면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컨트리맨은 쏜살같이 아스팔트를 박차고 달렸다. 굳이 기어를 내리거나, 킥다운 버튼까지 누르지 않더라도 묵직한 토크가 꿈틀거린다. 채찍질을 더할 차례. 드라이브모드를 ‘스포츠’로 고정하고, 조이스틱 같았던 ‘-’ 패들시프트를 빠르게 당겼다. 트랜스미션은 약이 오른 듯 거침없이 기어를 내렸고, 터프한 엔진이 강력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물론 겁쟁이 프리우스는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고속도로 위에선 한결 성숙한 주행품질을 뽐낸다. 미니 해치백보다 시야도 좋고 어른스러운 승차감으로 대중들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달리는 컨트리맨에서 얼핏 BMW 냄새가 났다. 미니 탈을 쓴 BMW처럼, 묵직하고 침착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달렸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도 있다. 미니만의 날카로운 핸들링이 사라졌다. 예전처럼 코너 앞에서 야무지게 머리를 돌렸던 핸들링 대신 이제는 언더스티어에 시달려야 한다. 물론 극한 상황에선 자세제어장치가 운전자를 뜯어말린다. 덕분에 사고로 이어지는 불상사는 없겠지만, 더이상 코너 앞에서 당돌한 미니를 기대하기는 힘들 듯하다. 차라리 새로운 ‘ALL4’ 네바퀴굴림 방식에 관심이 쏠렸다. 기존의 전자기계식을 전자유압식 클러치로 바꿔 빠른 반응 속도가 특징이다. 덕분에 거친 험로 위에서 개구쟁이처럼 뒹굴 수 있다. 우리는 DSC를 잠시 끄고 허허벌판에 컨트리맨을 풀어주었다. 정신없이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과감하게 밟은 가속페달에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며 달리는 모습. 마치 랠리카처럼, 멋진 드리프트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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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컨트리맨은 변화에 서있는 미니 브랜드의 개성을 듬뿍 담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성숙한 주행감성, 그리고 넉넉한 실내공간과 실용성까지 똑똑한 변화를 의미했다. 미니는 굳이 성능을 어필하거나 다채로운 편의장비를 자랑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에 살짝 곁들여, 우리 삶에 이상적인 자동차로 다가선다. BMW의 프리미엄을 빠르게 닮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는 당당하게 컴팩트 SUV라고 주장하는 미니. 하지만 이 체급에는 불패신화 챔피언 폭스바겐 티구안이 버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벌써부터 반응이 뜨거운 신예 볼보 XC60도 컨트리맨을 노린다. 전장에 뛰어든 컨트리맨, 이제 뜨거운 신고식을 잘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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