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진정한 자유를 허하노라, 메르세데스-AMG SLC 43

이름표를 바꿔 달고 등장한 신형 SLC의 고성능 버전. 대배기량 자연흡기엔진에서 다운사이징 트윈터보로 진화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기세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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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 로드스터의 묵직한 배기사운드를 음미하며 오후의 도로를 질주 중이다. 두툼한 AMG D컷 스티어링 휠은 끈적하게 반응하며 원하는 라인을 정확히 그려나갔다. 건강한 투톤 가죽으로 두른 버킷시트에 몸을 맡기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옛 팝송에 취했다. “이 노래가 유행할 때 무얼 했지?” 추억과 고성능 컨버터블의 맛에 홀려 넋 놓고 한참을 달렸다.

아뿔싸! 빠져나가야 할 출입로가 채 300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 여기를 지나치면 몇 킬로미터 더 돌아가야 하고, 그러면 약속시간에 늦는다. 순간 가속페달에 무게를 더했다. 묵직했던 배기음이 카랑카랑하게 변하더니 번개처럼 킥다운. 컴팩트한 차체가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출입로 구간을 넘치는 출력과 화끈한 속도로 빠져나왔다. 넉넉한 힘과 쉽고 정확히 다룰 수 있는 가감속의 여유 앞에서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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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 딱 봐도 비싼 AMG 전용 휠이니까

작아서 아름답다는 말은 이런 친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컴팩트한 차체와 긴 휠베이스, 강력한 엔진과 걸출한 배기음으로 무장한 하드톱 오픈카. 미세먼지와 황사 탓에 일기예보 확인이 필요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는 오픈에어링만큼 호사스런 것도 없다. 자분자분 달릴 때는 바람의 콧노래가, 화끈하게 달릴 때는 포효하는 배기사운드가 고막을 마사지하는 이 특별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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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친구는 SLK, 아니, SLC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LK에서 SLC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작은 로드스터이다. SLK 시절 AMG에는 55가 붙었었다. 5.5리터 V8 자연흡기엔진이었다. 강력한 8기통 자연흡기의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토크곡선을 타고 달리는 맛은, 미슐랭가이드가 강력히 추천하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크림 파스타처럼 풍부하고 아찔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랬던 친구가 SLC로 이름을 바꾸면서 엔진을 3.0리터 V6 트윈터보로 교체했다. 2.5리터나 작아진 배기량의 빈자리는 두 개의 터보차저가 대신하는 셈. 참고로 SLK 55 AMG는 421마력, AMG SLC 43은 367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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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수록 더 빛나는 헤드램프. 상하향등은 물론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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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과 마무리에 군더더기 없는 하드톱의 군무가 시작된다. 지붕을 여닫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20여 초. 게다가 시속 40km 이하에서는 달리면서도 가능하다

작은 SL-클래스 같은 SLC는 바라만 봐도 마음을 달뜨게 하는 오픈카만의 감성이 짙다. 하드톱을 착착 접어 트렁크 안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넣는 리트랙터블 루프는 움직임과 마무리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 친구 외모에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길다란 보닛은 AMG답게 앞이 두툼하다. 커다란 엠블럼이 프런트 그릴 한가운데 걸렸다. 보닛 안쪽 깊숙이 에어덕트를 뚫어 엔진룸 열기를 효율적으로 토해냈다. 프런트 립 스포일러와 사이드 에어스커트, 딱 봐도 비싸 보이는 AMG 전용 휠, 리어 디퓨저와 범퍼에 도도함과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고성능 모델답게 뒤쪽 펜더를 풍만하게 부풀려 스프린터의 다부진 몸매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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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AMG 전용 스티어링 휠과 계기반, 알루미늄 카본 룩 트림 등으로 치장했지만, 구성은 기본모델과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라면 AMG 전유물인 다이내믹 셀렉트 버튼의 유무. 톱을 열고 달릴 때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과 외부소음을 줄이는 에어가드, 따뜻한 바람으로 목덜미를 감싸는 에어스카프, 버튼 하나로 루프 투명도를 조절하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 파노라믹 배리오-루프 들은 SLC만의 호화장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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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갈고리 같은 기어노브. 9단 자동기어박스는 빠르고 부드럽다. 무척

신형 SLC는 3.0리터 V6 직분사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367마력과 53.1kgm 토크의 열정 가득한 심장은 9G트로닉 기어박스와 호흡을 맞추며 뒷바퀴를 짓이긴다. 걸출한 토크가 만드는 강력한 펀치력이 SLK 55 AMG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두 개의 터빈이 연출하는 엔진공학의 결과물이다. rpm은 언제나 매끈하게 치솟으며 레드존인 6천400 근처에서 톱니를 바꿔 물었다. 극한의 운전재미와 요즘 차에서 좀처럼 느끼기 힘든 속도감에 취해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달리고 또 달렸다. 낮고 출력 좋은 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재미다. 다이내믹 셀렉트를 스포트 플러스모드로 바꾼다. 변속할 때마다 연신 ‘퍼버벅’거리며 질주본능을 자극했다. 감성만점 자연흡기 사운드의 그리움을 완벽히 대신할 수 없지만, 효율성을 강조하는 다운사이징 시대에 적잖은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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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고 부드러운 하체감각은 메르세데스-벤츠만의 특징. 녀석은 여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AMG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은 기본모델보다 차체를 10밀리미터 낮추고 단단함도 챙겼다. 그리고 다이내믹 핸들링 패키지까지 더했다. 록 투 록 2.2회전의 AMG 속도감응형 스포츠 스티어링은 칼날 같은 반응과 움직임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어지간한 코너와 속도에서는 긴장할 이유가 없다. 다이내믹 셀렉트모드는 모두 다섯 가지. 컴포트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에코, 인디비주얼 중 취향과 상황에 따라 고르면 그만. 이후부터는 그저 이 친구가 이끄는 대로 춤만 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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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들시프트를 철컥! AMG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주행모드를 스포트 플러스 수동모드에 두고 5천500에서 6천rpm을 오가며 쭉 뻗은 심야의 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시프트로 엔진회전수를 조율하며 가감속을 반복한다. 가변 배기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호쾌한 사운드에 마음이 달뜬다. 낮은 rpm에서 촉촉하고 굵게 그르렁거리던 사운드는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오로로롱’ 귀신소리를 냈다. 감속하며 단수를 낮추면 연신 ‘버버벅’거리며 적극적인 바리톤의 백파이프 사운드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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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톤 가죽 버킷시트. 에어스카프는 도로 위 노천온천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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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하드톱 컨버터블에 고출력 엔진을 얹은 AMG SLC 43. 이런 녀석은 감성으로 즐기는 차다. 두 명만 탈 수 있고, 트렁크공간이 넉넉하지도 않아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언제든 자연을 품을 수 있고, 변화무쌍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으며, AMG 특유의 운전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감성으로 즐기는 하드톱 컨버터블은 메르세데스가 만들면 그 맛이 더 좋아진다. 세세한 곳에서 차별화된 감성품질과 완성도 높은 차 만듦새에 수시로 감탄한다. 이제 기사 작성은 끝. 다시 키를 들고 나선다. SLC와 함께 이 밤이 다 가도록 즐기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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